입력 : 2025.04.22 06:00
[땅집고] 거의 10년간 재건축 수주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파트 사업 포기설까지 나돌았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도시정비 수주시장의 최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요즘은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 브랜드 이미지를 바탕으로 손 안 대고도 코를 푸는 식으로 손쉽게 실적을 가져가고 있다는 부러움이 나온다. 다른 건설사의 수의계약이 점쳐진 현장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거나, 시공사 교체가 이뤄지는 식의 ‘줍줍 수주’에 나서고 있다는 평이다.
21일 재건축ㆍ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다양한 현장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옛 삼호가든 아파트 단지 중 마지막이자, 입지가 가장 좋은 ‘삼호가든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우선협상대상시공자로 선정했다.
21일 재건축ㆍ재개발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최근 다양한 현장에서 예상을 뒤엎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 일대 옛 삼호가든 아파트 단지 중 마지막이자, 입지가 가장 좋은 ‘삼호가든5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3월 정기총회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을 우선협상대상시공자로 선정했다.

2차례 단독 입찰한 포스코이앤씨의 수의계약이 유력했으나, 조합에서 우선협상대상자 총회를 열면서 상황을 반전시켰다. 삼성물산은 모든 항목에서 압도적으로 높은 순위를 기록하며 조합원 167명 중 123명이라는 높은 표를 받았다.

최근 삼성물산으로 시공사를 교체하는 경우도 자주 눈에 띈다.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 재개발 조합은 2020년 HDC현대산업개발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나, 공사비 인상 문제로 분쟁을 겪다 지난해 결국 계약을 해지했다. 최초 계약 당시 3.3㎡당 471만원에서 공사비 상승과 설계ㆍ자재 변경 등으로 인한 인상을 고려해 758만원으로 변경 협의했으나,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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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화6구역 재개발 조합은 시공사 재선정에 나선 이후, 두 번의 유찰 끝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단독 입찰하며 새 시공사 자격을 가져갔다. 3.3㎡당 799만 5000원 수준으로 공사비는 크게 상승했다.
8331억원 규모인 경기 안양시 안양 종합운동장 동측 등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작년 7월 롯데건설만 의향서를 제출해 시공자 선정이 유찰된 이 현장에 삼성물산이 2차 현장설명회에 등장하며 최종 시공사에 낙점된 것. 재개발 조합은 22일 개최한 총회에서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삼성물산은 1조2000억원 규모의 서울 성북구 ‘장위8구역’ 공공재개발사업까지 따냈다. 삼성물산은 이미 올 1분기에만 도시정비사업에서 4조7000억원을 넘긴 상황이다. 벌써 작년 연간 수주액인 3조6398억원을 뛰어넘었다. 삼성물산은 이번 수주를 바탕으로 월계 시영 아파트 재건축과 신규 공공재개발 사업 등 노원구 대규모 정비사업의 추가 수주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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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속도라면 상반기 내에는 삼성물산의 연간 목표 수주액인 5조원을 넘긴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갈수록 고급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사업속도가 조금 늦어지더라도 래미안 등으로 교체하고 싶어하는 분위기가 생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물산은 한 때 주택 사업을 접고 래미안을 없앤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사업 수주에 소극적이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절차를 밟았던 2015년, 삼성물산이 국내 아파트 사업에서 거의 철수하다시피 한 것. 당시 삼성물산이 일부러 래미안 아파트 사업을 축소해서 삼성물산 가치를 제일모직보다 확 낮추고 이재용 회장에게 유리한 합병 구조를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이 회장이 “삼성이 굳이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느냐”는 말을 했다는 소문이 돌면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극도로 위축돼 있었고 재개발ㆍ재건축 수주에 소극적이었다. 삼성물산의 재건축 재개발을 담당했던 퇴직 임원들이 ‘10년의 암흑기’라고 부르던 시기였다.
그러던 삼성물산의 태도가 180도 바뀐 것은 작년 말부터다. 근 10년 간의 정비사업 암흑기를 거쳐 서울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공격적인 수주 모드에 들어갔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최근 행보가 부진한 경영 실적으로 인해 건설부문이 도시정비 수주전에 뛰어들었다고 분석한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매출은 삼성전자 공사(하이테크 사업)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삼성전자 실적이 악화하면서 삼성물산에도 불똥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은 전자가 죽을 쓰니(실적이 나쁘니) 삼성물산이 도시정비 사업을 확대하면서 ‘래미안’이 다시 빛을 본다”는 말이 나온다./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