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9 06:00
[땅집고] "호황기 때랑 비교하면 매출이 70%는 감소했죠. 오래 장사하시던 분들도 문을 닫고 나가니까, 곧 다가올 제 미래 같아서 더 힘들죠." (부산대 상권에서 26년째 옷 가게 운영 중인 A씨)

2000년대까지만 해도 부산 최대 번화가였던 부산대 앞 거리. 신학기 개강을 맞이해 북적여야 하는 시기이지만 찬바람만 가득합니다. 중심 도로가의 상가들이 텅 비어 있습니다. '임대 문의'만 붙은 채 방치된 모습입니다. 부산대 학생들의 약속 장소로 불리던 의류 매장 '자라'도 올해 1월 문을 닫았습니다.
지금은 전국에서 볼 수 있는 커피전문점인 '더벤티', '더리터'도 부산대 1호점으로 시작했었죠. 유동인구가 많고, 상권이 활발한 만큼 창업가들도 부산대 상권에 많이 몰렸었습니다.

부산대와 비교적 가까운 부산대역 3번 출구 쪽은 빈 곳 없이 상가들이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조금 더 걸어가자 바로 공실이 보입니다. 1번 출구 쪽은 상황이 더 심각했습니다. 1층부터 공실이 연달아 보입니다. 건물이 통으로 공실인 곳도 볼 수 있었습니다.
대학가인 만큼 비교적 저렴한 옷들을 판매하며 패션 골목으로 불렸던 곳입니다. 대낮인데도 오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옷 가게들이 자리했던 골목이 통으로 비워진 모습입니다. 남아 있는 옷 가게마저도 점심 시간이 지났지만 문을 열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남아 있는 옷 가게 상인들은 온라인 쇼핑몰도 병행하고 있었는데요. 상품 사진을 촬영해 쇼핑몰에 업로드 하는 용도로만 가게를 사용하고, 손님을 맞이하는 경우는 극히 드문 상태였습니다.

이렇게 침체된 상황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024년 2분기 부산대 앞 공실률은 23.4%입니다. 2위인 남포동 상권(17.9%)와 3위인 부전시장(17.1%)보다 5% 가량 높습니다. 부산에서는 공실이 가장 많고, 전국에서도 5번째로 많은 겁니다.
관할 지자체인 금정구청에 따르면, 2025년 1월 기준 현재 이곳에는 246개 점포가 운영 중인데요. 그 중 공실은 95곳입니다. 점포들의 월 평균 매출액도 2022년 191억원에서 2023년 174억원, 지난해 153억원으로 해마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부산대 상권에서 21년째 미용실 운영 중인 임씨는 부산대 학생들이 더 이상 상권을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비대면 수업이 끝나면서 유동인구는 늘었지만, 공실이 우후죽순 생겨 이용할 상권이 사라졌다는 겁니다.

부산대 상권은 1호선 부산대역에서 서쪽 금정로까지 250여m 거리를 말합니다. 부산의 젊은 상권을 상징하며 음식점과 술집, 옷 가게 등 다양한 업종이 모여 운영 됐었는데요. 특히 휴대폰 대리점이 많았던 거리는 가장 먼저 타격을 받으며 연달아 빠져 나갔습니다. 메인 위치에 있던 스타벅스도 문을 닫고 김밥 가게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대학교 정문 앞에 자리하던 식당들도 줄줄이 문을 닫은 채 임대 문의가 붙어 있습니다. 메인 도로에 있는 토스트 가게 앞에만 학생들이 몰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요. 골목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걸어 다니는 학생들을 보기가 어려웠습니다.
부산대 상권은 10년 전만 해도 권리금이 억대를 넘는 곳이었는데요. 지금은 임대료를 반값으로 낮춰도 임차인을 찾기 힘듭니다. 현장에서는 임대료에 관한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는 점을 문제로 꼽습니다. 소유주 입장에서는 많이 내렸다고 생각하지만 임차인 눈에는 침체된 분위기에 비해 여전히 비싸다는 겁니다. 또 공실이 늘어나자 창업자들은 희망이 없는 상권이라고 생각해 부산대 상권을 선호하지 않는 상황입니다.
네이버부동산에서 무권리로 내놓은 매물들도 쉽게 볼 수 있었는데요. 매매는 더욱 안 되는 지 2억, 3억씩 내린 매물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무너진 부산대 상권을 되살리기 위해 상인들은 지난해 '부산대자율상권조합'을 꾸렸는데요. 건물주와 토지주, 상인들에게 70% 동의를 받아 최근 부산시 지역상권위원회로부터 자율상권구역으로 승인을 받았습니다.
이로 인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으로 등록할 수 있고, 상가 임대차 계약 특례 등 지원을 받게 됐는데요. 골목 조명 설치, 이벤트 개최 등 상인들의 주도적인 노력도 이어지고 있지만 침체된 상권을 살리기에는 아직 어려운 상황입니다. 부산의 핵심 상권 중 한 곳이었던 부산대 상권. 옛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요? /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