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8 09:43 | 수정 : 2025.04.18 10:48
“은퇴자마을이 아닌 외딴 전원주택?” 현실 외면한 노인주거정책 | 공빠 TV 문성택
[땅집고]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은퇴자마을 조성 특별법이 고령사회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 돌봄, 문화를 통합한 전용 주거단지를 조성해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언뜻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이나 실제 현장과 제도를 들여다보면 타당한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은퇴자 마을이라는 방향 자체는 의미 있지만 전원형 단지 중심, 세금 의존 구조로 추진될 경우 이상적인 정책은커녕 ‘현실 외면의 산물’이 될 수 있다.
[땅집고] 정부와 국회가 추진 중인 은퇴자마을 조성 특별법이 고령사회 새로운 해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의료, 돌봄, 문화를 통합한 전용 주거단지를 조성해 은퇴 이후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언뜻 긍정적인 변화처럼 보이나 실제 현장과 제도를 들여다보면 타당한 방향인지 의문이 든다. 은퇴자 마을이라는 방향 자체는 의미 있지만 전원형 단지 중심, 세금 의존 구조로 추진될 경우 이상적인 정책은커녕 ‘현실 외면의 산물’이 될 수 있다.


■ 황혼이혼 부추길 수도…“가정 갈등 우려”
노후에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이 있는 반면, 자녀 근처 도심에서 생활하길 원하는 이들도 있다. 은퇴자마을은 대부분 도심 외곽 또는 지방에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가정 내에서 주거환경에 대한 이견이 존재할 경우, 오히려 갈등을 증폭시켜 황혼이혼이나 별거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실제 일부 실버타운에서는 입주자 중 한 명만 거주하거나, 부부가 따로 사는 사례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

은퇴자마을이 복지를 위한 정책이라면 생계급여 수급자나 기초생활보장 대상자가 먼저 입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보증금, 식비, 관리비 등 일정 수준의 경제력이 요구된다. 세금으로 운영되지만 자산 있는 은퇴자를 위한 주거 복지에 그칠 수 있다. 세대 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 복합 커뮤니티? 현실은 ‘외딴 전원주택’
정부는 의료·복지·문화시설이 갖춰진 복합 커뮤니티를 강조하지만, 지방의 의료 인력 인프라와 돌봄 인력 부족, 제한된 예산 등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예산이 끊기면 복지관이나 커뮤니티센터 운영은 중단되기 일쑤다. 지방 간호 인력 확보 역시 만만치 않다. 결국 외딴 단독주택 단지에 명패만 바뀌는 수준이 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건 도심 안에서 고령자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주거 환경이다. 병원과 복지시설이 가까운 위치, 저소득 노인을 배려한 진입 장벽 없는 설계를 갖춘 도심형 고령자복지주택이나 공공임대형 실버타운을 확대해야 한다. 은퇴자마을이라는 이름 아래 또 하나의 택지개발 사업이 진행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번 법안의 참고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미국의 ‘선시티(Sun City)’다. 선시티는 민간이 조성한 자율형 은퇴자 커뮤니티다. 미국은 자가 운전과 단독주택 문화에 익숙한 반면, 한국은 아파트 중심의 고밀도 도시구조와 대중교통 의존, 병원 밀집형 생활 문화가 강하다. 전혀 다른 도시문화에서 같은 모델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다. 문화적 토양이 다름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글=문성택, 편집=박기홍 기자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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