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8 06:00
[땅집고] 한때 ‘먹방 성지(聖地)’로 불리며 관광객들의 필수 방문 코스였던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지난해 한 유튜버의 폭로로 촉발된 ‘바가지 장사’ 논란 이후 시장 전체가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상인들은 자발적으로 ‘반성대회’를 열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습니다. 가격, 위생, 친절 삼박자를 갖추겠다던 선언이었는데요.

그러나 그 때뿐이었습니다. 이달 초 다시 찾은 광장시장에는 여전히 바가지 장사와 탈세, 비위생 영업이 만연했습니다. 과거 논란이 됐던 일부 가게는 영업을 재개했고, 여전히 메뉴판 표시보다 적은 양을 제공하거나 카드 결제를 회피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가격보다 양이 적고 위생 상태가 열악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임대료 부담이 결국 음식값 인상과 탈세로 이어지며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는 구조입니다. 카드결제를 요청하면 “기계가 안 된다”며 현금을 유도하는 곳도 여럿 포착됐습니다.
광장시장 노점은 대부분 무등록 상태입니다. 2003년 종로구청이 추진한 재래시장 권리사업을 통해 196개 노점이 등록됐지만, 시간이 흐르며 권리자 본인이 아닌 제3자가 운영하는 방식이 일반화됐습니다. 운영 실체는 있지만, 거래 구조는 깜깜이인 셈입니다.
부동산 등기부등본이나 건축물대장에 등록되지 않아 임대차 조건조차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인근 부동산이나 상인연합회도 “실제 임대료나 계약 조건은 알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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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을 줄이기 위한 탈세도 일상화돼 있습니다. 현행 소득세법상 연 매출 2400만원 이상 소매·음식업자는 카드 가맹 의무가 있는데요. 노점은 예외이지만, 광장시장은 연 매출이 수천만~수억원대에 이르러 사실상 카드 가맹 대상입니다. 그럼에도 다수 점포는 사업자 등록 없이 운영합니다.
이처럼 불투명한 거래구조는 국가적인 손해로도 이어집니다. 과세 사각지대가 되고, 품질과 서비스는 낮은데도 가격은 비싼 불균형 시장이 유지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외국인 관광객 신뢰도 하락과 관광지 이미지 실추로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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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청은 실태를 개선하기 위해 ‘노점 실명제’ 도입을 추진 중입니다. 하지만 실명제는 2005년에도 한 차례 추진됐다가 상인 반발로 무산됐습니다. 상인들은 “실명제로 등록하면 세금만 더 내고 자리는 뺏길 것”이라며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노점 양성화는 여전히 갈 길이 먼 모습입니다.
광장시장은 60여 년 간 자생적으로 형성된 복합형 전통시장입니다. 그만큼 구조는 복잡하고, 이해관계도 얽혀있습니다. 실명제 도입 등 행정 개입이 쉽지 않은 이유입니다. 종로구청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 방문이 많은 지역이라 민원 조사나 단속도 쉽지 않다”고 말합니다.
광장시장은 국내 소비자들에게 이미 외면받고 있습니다. 여전히 외국인 관광객 발길로 유지되고 있지만, 질 낮은 서비스가 이어진다면 그마저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한철 장사’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행정 당국의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시급합니다. /mjbae@chosun.com, 0629aa@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