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8 06:00
[땅집고] 경기 용인시에서 벌어진 일가족 5명 살인 사건의 피의자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주택’ 사업을 추진하다 수십억대 피해를 낳은 인물인 것으로 드러났다. 아파트 투자자들이 수십억대 재산 피해를 입은 가운데 이와 유사한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에서 일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모(56)씨는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십건의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343가구 규모의 10년 민간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며 2023년부터 입주자를 모집해 왔다. 이 사업은 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조합원을 모집해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씨는 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회 회장을 맡았다.
용인에서 일가족 5명을 살해한 혐의로 긴급 체포된 이모(56)씨는 광주광역시 동구 산수동에서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십건의 고소를 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씨는 343가구 규모의 10년 민간임대 아파트를 짓겠다며 2023년부터 입주자를 모집해 왔다. 이 사업은 협동조합을 설립한 뒤 조합원을 모집해 주택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이씨는 협동조합 창립준비위원회 회장을 맡았다.

■허위 사실 홍보로 투자자 모집

이씨가 주도한 창립준비위원회는 2023년부터 입주 희망자를 모집해 1인당 3000만원가량의 계약금을 받았다. 창립추진위원회와 분양대행사는 지난해 10월부터 “개발 부지 대부분의 땅을 매입했고 남은 땅도 다 매입할 계획이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에 가입돼 있으니 믿어도 된다”라고 속이면서 투자자를 모았다.
하지만 협동조합은 정식으로 설립되지 않았고, 아파트가 들어설 부지의 매입 여부조차 불분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계약자 60여명은 계약을 해지하거나 환불을 요청했다. 이들은 계약금을 단 한 푼도 돌려받지 못했다며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피해 금액은 수십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경찰은 투자자가 혹할만한 내용을 분양 설명회 등을 통해 적극 홍보했고, 투자자들이 낸 계약금 등이 대행사에 성과금 형태로 흘러갔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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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전국서 피해 속출
최근 서울·경기 등 전국 각지에서 이 같은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제2의 지역주택조합’이라 불릴 정도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정부나 보증기관인 HUG는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업은 5인 이상의 발기인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든 뒤 조합원을 모집해 주택사업을 진행하는 구조다. 문제는 협동조합 설립 전인 발기인 단계에서 별도의 규제가 없고, 출자금 반환이나 계약 철회에 대한 법적 기준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사실상 조합 설립 전 단계에서 대부분의 돈이 모이지만, 계약금에 대한 법적 보호는 없다시피 한 셈이다. 사업 인허가도 받지 않고, 토지 매입도 안 된 경우가 허다하다. 부동산 전문가는 “조합 설립 전 단계에서는 법적·행정적으로 피해 구제를 받기가 어렵고, 시공사나 금융기관이 정해지지 않은 경우가 많아 사기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대구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해 협동조합형 민간임대 사업을 추진한다며 225명의 조합원을 모집하고, 이들로부터 143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시행사 대표를 구속 송치했다. 이와 유사한 사업이 여전히 전국에서 성행하고 있다. 주택사업 승인 등이 확정되지 않았는데도 마치 사업이 완료된 것처럼 광고하거나, ‘선착순 모집’이라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하는 방식이다.
■ 정부·HUG 무대응…제2 용인 참사 나온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 사업이 지역주택조합의 변형된 형태이자 사실상 제2의 지역주택조합이라고 보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한동안 분양가 대비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서민들에게 인기를 끌었지만, 조합원 모집과정의 불투명성, 사업 추진의 불확실성 등으로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정부는 일정 규모 이상의 토지 확보 의무, 조합원 자격 강화, 정보공개 절차 강화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해 왔다.
하지만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지역주택조합 제도를 우회하는 방식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했다. 주택 분양이 아닌 ‘임대’를 표방하기 때문에 각종 분양 규제를 피할 수 있고, ‘협동조합’이라는 명칭을 내세워 조합 설립 전에도 자금을 모집할 수 있다. 특히 5인 이상의 발기인만 있으면 ‘창립준비위원회’ 이름으로 대규모 계약금을 걷을 수 있어, 제도적 감시가 느슨한 틈을 타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협동조합형 민간임대주택은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정부는 지역주택조합 사기 사건 이후 사업 요건을 강화하고 피해 예방 시스템을 도입했지만, 협동조합형 민간임대는 아직까지 관리 체계가 전무하다. 현재로서 피해자들에게는 개별적인 민사소송이나 형사 고소 외에는 대응 수단이 없다. 국토교통부와 HUG도 실질적인 규제나 보증 심사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임대주택이라는 명목으로 분양 규제를 피해가면서, 제도 허점을 이용해 서민 피해를 양산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제2, 제3의 ‘용인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고 했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