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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조 네옴시티, 원유가 폭락에 올 스톱 위기…해외로 활로 찾던 건설회사들 쪽박?

입력 : 2025.04.15 09:20 | 수정 : 2025.04.15 15:27

[땅집고] 국제 유가 하락과 사우디 재정 부담 여파로 중동 최대 개발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가 속도 조절에 들어가면서 국내 건설 업계에 경고등이 켜졌다. 수조원 대 수주를 노리던 대형 건설사들은 핵심 발주 지연과 축소 가능성에 직면하며 전략 수정에 돌입했다. 초대형 꿈의 도시에서 시작된 변화가 한국 건설업의 지형도까지 바꾸고 있는 셈이다.

‘네옴시티’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 이후 시대를 대비해 추진하는 미래형 스마트 도시 조성 사업이다. 총 사업비 1조 달러, 한화로는 약 1500조원을 투입하는 초대형 사업으로 친환경 수직 도시 ‘더 라인(The Line)’,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Oxagon)’, 고지대 관광단지 ‘트로제나(Trojena)’ 등 최첨단 도시 구획이 계획돼 있다.

[땅집고] 지난 2018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투자 회의에서 네옴 개발 프로젝트의 최고경영자(CEO) 나드미 알 나스르가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유가 급락·국제행사 준비 나선 사우디…네옴시티 사업 차질 불가피

사우디 정부의 재정 운용에 빨간불이 켜진 건 최근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다. 사우디는 국가 수입의 약 70%를 원유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데, 글로벌 경기 둔화와 OPEC+ 증산 움직임으로 유가 반등 여지가 크지 않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건설 업계에서는 유가 하락에 더해 국제행사 준비로 인한 자금 분산까지 겹치면서 네옴시티 프로젝트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관측하고 있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사우디 측이 일부 공정 지연을 요청해온 데다 현장에선 철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네옴시티의 핵심 구간 중 하나인 ‘더 라인’ 지하 터널 공사에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참여하고 있다. 총 6000억원 규모 프로젝트로 지난해 말 기준 약 30%의 공정을 완료했다. 하지만 최근 발주처가 공사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청하면서 연내 완공 목표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있는 사업은 다름 아닌 국제행사 인프라 조성이다. 2029년 동계 아시안게임, 2030년 엑스포, 2034년 월드컵 등 대형 국제 이벤트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이 중 700조 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동계 아시안게임의 경우, 사막 기후를 극복하기 위한 특수 시설 조성에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전망이다. 현지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당분간 네옴시티보다는 국제행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사우디 국부펀드(PIF)는 올해 예산을 대폭 삭감하며 적자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부 사업은 최대 60%까지 예산이 줄었으며, 네옴시티 관련 50억 달러 규모의 계약도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PIF는 2025년 예산 역시 최소 20% 감축 방침을 세운 상태다. 이와 함께 인력 감축, 신규 채용 동결 등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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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불 켜진 네옴시티…체질개선 나선 건설업계

이러한 상황은 네옴시티에 기대를 걸고 있던 국내 건설사들에도 치명적인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물론 현재 한국 건설사들의 해외 수주 상당수가 중동 지역에 편중된 상태다.

이달 해외건설협회가 발표한 1분기 해외 건설 수주 실적 분석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들이 올해 1분기 해외에서 수주한 전체 사업의 60%가 중동 지역에 집중됐다. 총 194개 건설사가 69개국에서 147건, 82억1000만 달러, 한화로 11조9천702억원 규모의 사업을 수주한 가운데, 이중 중동이 49억6000만 달러, 6조 6960억원을 차지했다.

이처럼 특정 지역 의존도가 높은 구조는 리스크 분산에 취약한 만큼 건설사들은 시장과 사업 영역 전반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삼성물산은 베트남, 인도네시아, 호주, 캐나다 등으로 수주 대상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현대건설은 동유럽 원전 시장과 아프리카 인프라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 현대건설 등은 소형모듈원자로(SMR)와 원자력 EPC 사업에 공동 투자하며 미래 먹거리 확보에도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사우디 프로젝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사업이지만 전적으로 의존하기에는 리스크가 크다”며 “지역 및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수익 구조를 유연하게 가져가는 것이 향후 생존 전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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