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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무실 토지거래허가, 투기방지 장치라더니 99% 허가

입력 : 2025.04.13 13:14 | 수정 : 2025.04.13 13:25

[땅집고] 자유로운 거래가 보장돼야 할 부동산 시장에 정부와 서울시의 개입이 깊어지고 있다. 서울 도심권에 적용하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은 5년째 추진 중이며 거래허가 건수는 1만건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허가율이 99%를 넘는 것으로 집계돼 ‘투기 억제’라는 제도 취지와 달리 사실상 유명무실한 규제가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서울시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5년 3월까지 서울시 내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이뤄진 토지거래허가 건수는 총 1만2828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실제로 허가가 난 비율은 99.4%로 사실상 ‘무조건 허가’와 다름 없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20년 707건에서 2021년에는 1669건으로 늘었다. 금리 인상 여파로 거래 침체가 극심했던 2022년 1399건으로 잠시 줄었다가 2023년 3389건, 2024년 4490건으로 크게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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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조선DB

토지거래허가구역 제도는 부동산 투기를 막기 위해 일정 지역 내에서 부동산을 거래할 때 해당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도록 한 규제다. 대규모 개발 예정지나 그린벨트 등 토지를 중심으로 지정하던 것이지만 주택 시장의 갭투자 등 투기적 거래를 막기 위해 2020년부터 서울 도심 한복판에도 토허제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전세 세입자를 낀 채 매입하는 갭투자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매수자는 계약 후 2년 이상 실거주해야 한다.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장치다.

2020년 6월 영동대로 복합개발과 잠실 마이스(MICE) 개발사업으로 '잠삼대청(잠실·삼성·대청·청담동)' 일대가 허가구역으로 묶였고, 2021년 4월에는 '압여목성(압구정·여의도·목·성수동)' 등 대규모 정비사업 추진 지역이 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중점 사업인 신속통합기획 개별 후보지도 모두 토지거래허가제 대상이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거래 허가율(신청 건수 대비 허가 건수)은 100%에 육박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조사 기간 내 평균 허가율이 99.4%에 달했다.

허가율이 99%를 넘는 현실은 제도 운영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진다. 허가를 거의 다 내줄 것이라면 굳이 허가제라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아파트와 같은 주거용 부동산의 경우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면 대부분 허가가 나는 구조다 보니, 거래 자체를 틀어막는 효과도 크지 않다. 집값은 못 잡고, 주택 소유주들의 재산권 침해는 커지고 있다는 불만이다.

이 제도는 거래 자체에 심리적 장벽만 만들고, 시장의 유연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실제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에선 매매건수가 줄고,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거래를 기피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를 통해 거래 자체를 위축시키는 것은 오히려 시장을 왜곡시키는 결과를 낳는다”며 “집을 사는 것이 마치 국가의 허가가 필요한 ‘특권행위’처럼 변질된 지금의 제도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최근까지도 강남권을 비롯해 여의도동, 목동, 성수동 등애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유지 중이다. 민간 재건축과 정비사업이 본격화하면서 ‘투기 방지’ 명목의 규제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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