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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바가지 안당해"..제주도 손절하는 관광객, 줄줄이 상가 폐업

입력 : 2025.04.11 11:21 | 수정 : 2025.04.11 15:00

[땅집고] 제주도가 최근 급격한 침체에 빠졌다. “비행기 값보다 렌터카가 더 비싸다”는 말이 돌 정도로 가격 거품이 심해지면서, 관광객들이 하나둘 제주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그 여파는 지역 상권 전체로 확산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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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제주본부에 따르면, 올해 2월 제주를 찾은 내국인 관광객 수는 75만 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5만명 이상 줄었다. 무려 16.8% 감소한 수치다. 봄 성수기도 마찬가지였다. 3월 한 달간 제주를 찾은 관광객은 모두 93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만5000명 줄었다. 이 중 내국인이 13만9000명, 외국인은 약 6000명 감소했다. 올해 들어 세 달 연속 월간 관광객 수가 100만명을 넘기지 못했다.

[땅집고] 인천공항 입국장 모습./연합뉴스

관광객 감소는 곧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다. 내국인의 제주 내 신용카드 사용액은 10.6% 감소했고, 이 중 관광객 카드 사용액은 23.7% 급감했다. 단순히 ‘오지 않는’ 것에 그친 게 아니라 ‘와도 지갑을 안 여는’ 분위기가 뚜렷해졌다.

관광객 감소의 근본 원인으로는 가격에 대한 불만, 서비스 품질 저하, 콘텐츠 고착화가 꼽힌다. 특히 바가지요금 논란이 반복하며 소비자 불신이 깊어졌다. 최근에 열린 벚꽂축제 현장에서는 순대 6조각을 2만 5000원에 판매한 SNS 게시글이 퍼지며 여론이 악화됐다. 통갈치 요리 한 끼에 16만원, 디저트와 음료에 10만원 가까이 지불했다는 후기들이 퍼지면서 비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땅집고] 바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제주의 한 벚꽃축제 현장 순대볶음./SNS 캡처


여기에 렌터카, 숙박 등 전반적인 가격 상승이 겹치면서 제주 대신 해외를 떠나는 이들도 크게 늘었다. 수도권에서 가까운 동남아, 일본 여행이 다시 활발해진 것도 제주 관광업엔 치명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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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이 줄자 지역 상권은 직격탄을 맞았다. 주요 관광지 인근 식당, 카페, 숙박업소의 매출 감소가 뚜렷하다. 11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제주 광양사거리 상권은 10%에 머물던 중대형상가 공실률이 지난해 4분기 16.8%까지 상승했다. 노형오거리 상권은 집합상가 공실률이 28%로 뛰었다. 자영업자들은 “이대로라면 여름까지 버티기 힘들다”며 울상이다. 제주도 12개 주요 상점가에서 작년에 폐업한 매장은 292곳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더기 폐업사태가 잇따르면서 공실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제주도는 최근 음식·숙박업을 중심으로 권장요금제를 도입하고, 자발적인 가격 자정 노력을 당부하고 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바가지 근절을 통해 관광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간에 자율을 맡긴 구조에서 실질적 변화가 이뤄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hong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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