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10 06:00
[땅집고] 서울시가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와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자 풍선효과로 성동구와 마포구에 투자 수요가 집중적으로 몰리고 있다. 한 달 새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 해제·재지정 논란을 거치면서 성동구와 마포구 주거지 판도에 변화가 불고 있다. 서울 최상급지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 거래)가 막힌 가운데 두 지역간 가격 차이가 이례적으로 벌어지기 시작하면서 이목이 쏠린다. 강남 전역이 규제로 묶이자 강남 접근성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성동구에 주택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성동구 성수동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 전용면적 84㎡는 31억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 1월에 같은 평형이 25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2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을 통해 공급한 단지로 올해 초부터 입주를 시작했다. 1차는 총 825가구, 2차는 528가구 규모다. 2차는 내년 말 입주 예정이다. 이 단지는 입주 전부터 한강, 서울숲, 중랑천, 남산 조망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향후 성동구 집값 상승세를 이끌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서울숲 아이파크 리버포레의 신고가 거래 금액은 마포구 대장 단지로 꼽히는 염리동 ‘마포프레스티지자이’ 같은 평형 매매가와 비교하면 7억원 비싸다. ‘마포프레스티지자이’도 서울 주택 수요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올해 3월 24억원에 거래돼 신고가를 경신했다. 성수동의 경우 신축 주택 공급이 드물고, 상대적으로 강남 접근성이 마포보다 뛰어나다. 성동구는 한남대교, 성수대교, 동호대교 등 강남을 연결하는 주요 교량이 많고, 버스와 지하철 노선도 강남행 중심으로 이뤄졌다. 성수동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강남3구도 같이 묶이지만 강남, 서초, 송파 순으로 매매 가격이 형성돼 있듯이 마용성 내에서도 약간의 가격 차이가 있는 건 사실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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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단지에서도 가격 차가 벌어지는 모양새다. 성동구 옥수동 ‘래미안옥수리버젠’ 전용면적 59㎡는 지난달 20억에 거래되면서 최고가를 찍었다. 직전 거래인 18억8500만원보다 1억1500만원이 올랐다. 같은 달 마포프레스티지자이 동일 평형이 18억9000만원 신고가에 거래된 것보다도 1억1000만원이 높다. 래미안옥수리버젠이 올해로 지은 지 14년차 구축 단지고, 마포프레스티지자이가 5년차 준신축 단지라는 점을 감안하면 가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향후 성수전략정비구역 등 성동구 내 정비사업이 활발히 진행하면 신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시세가 더 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강변에 위치한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서울 내에서도 사업성이 높은 곳이라 건설사들의 관심이 많다. 성수전략정비구역 1~4지구는 지난달 말 정비계획이 고시(최종 결정)되며 재개발을 본격 추진할 기틀을 마련했다.
또한, 성수동 서울숲 일대가 신흥 고급 주거타운으로 자리를 잡은 점도 영향을 끼쳤다. ‘아크로서울포레스트’ , ‘트리마제’ 등 초고급 주거단지가 들어서고 연예인과 자산가들이 매입을 잇따라 하면서 성동구 아파트 시세를 견인했다. 용산구 유엔빌리지를 중심으로 인근에 한남더힐, 나인원한남 등이 들어서면서 용산 일대 초고층 아파트 가격이 형성된 것과 유사하다.
이들 초고가 단지의 가격 상승폭도 가파르다. 성수동1가에 위치한 ‘아크로서울포레스트’ 전용면적 159㎡는 지난해 7월 110억원에 거래됐는데, 최근 135억원에 거래되면서 약 반년이 넘는 기간동안 25억원이 올랐다. 또 다른 초고가 단지인 ‘트리마제’ 또한 전용 84㎡가 지난해 11월 45억원에 거래된 이후 50억원에 매매계약을 체결하면서 3개월 동안 5억원이 단숨에 올랐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