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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팔았던 건물, 다시 산다?…'반토막' 디앤디리츠, 또 헛발질

입력 : 2025.04.08 06:00

[리츠 언박싱] “10년 전 팔아놓고 다시 매입?” 디앤디리츠 광화문 오피스 매입에 뭇매

[땅집고] 최근 상장리츠인 디앤디플랫폼리츠가 서울 도심 오피스를 매입한다는 이야기가 나와 주주들이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디앤디플랫폼리츠 운영사인 디엔디인베스트먼트는 서울 명동 빌딩을 매입한다며 700억원 가량의 대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했다가, 그 여파로 주주 가치가 희석되며 주가가 공모가 50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인 2000원대로 폭싹 주저앉았다. 현재까지도 주가가 제대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여서 주주들이 자산 편입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디앤디플랫폼리츠가 우량 보유 자산 중 하나인 서울 영등포구 ‘세미콜론문래’ 오피스를 매각하고 매각한 자금으로 서울 종로구의 대형 오피스 수송스퀘어를 사들일 계획이다.

지난 4일 디앤디플랫폼리츠 산하의 신규 리츠 ‘세미콜론수송’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위탁관리리츠 영업인가를 받았다. 이 리츠는 모(母)리츠 디디아이명동엔리츠(명동N빌딩)의 자(子)리츠로 디앤디플랫폼리츠 포트폴리오에 편입됐다.

업계에서는 ‘세미콜론문래’ 빌딩 투자액이 디앤디플랫폼리츠 총 자산(AUM) 1조 453억원의 50%를 차지하는 5892억원이고, 총 차입금 비중도 큰 만큼 자산구조 변동폭이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선 리츠 자산의 처분이익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첫 사례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지난해 유상증자로 인해 디앤디플랫폼리츠 주가가 크게 떨어졌고 서울 광화문 오피스인 수송스퀘어의 매입 자금 부담이 크단 분석이다. 수송스퀘어는 10년 전 SK디앤디가 모건스탠리에 팔았던 빌딩이어서, 과거 팔았던 건물을 비싼 값에 다시 사들이는 괜한 짓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땅집고]디엔디인베스트먼트가 운용하는 디앤디플랫폼리츠 자산으로 편입할 것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수송스퀘어 빌딩. /네이버지도

10년 전 팔았던 건물, 왜 다시 비싸게 사들이나

디앤디플랫폼리츠는 SK디앤디의 자회사인 디엔디인베스트먼트가 만든 국내 유일 디벨로퍼형 리츠로 2021년 상장했다. SK디앤디가 개발한 우량 자산들을 경쟁력 있는 조건에 매입해 양사가 시너지를 내서 시장과 동반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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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츠의 주요 자산인 ‘세미콜론문래’는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에 지하5층~지상 13층, 연면적 9만9140㎡(2만9990평) 규모 오피스 빌딩이다. 2017년 준공한 신축으로 주요 임차인으로는 SK텔레콤과 한국씨티은행, 삼성화재 등이 있다.

[땅집고]디앤디플랫폼리츠 자산인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세미콜론문래' 오피스. /디앤디인베스트먼트

디앤디플랫폼리츠는 2020년 이 건물을 리츠에 담았으며, 취득가액은 5458억원으로 부대비용을 포함한 평당 취득가격은 3.3㎡(1평) 당 1900만원 수준이었다. 업계에서는 주변 비슷한 빌딩이 2000만원대 초반까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에 매각대금을 약 6000억원까지도 기대해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오피스가 리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어느 시기에 얼마에 파느냐 여부가 리츠의 주가와 수익률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또 새로 담으려는 서울 종로구 수송스퀘어 빌딩의 매입 가격도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광화문 수송스퀘어 매입가격이 만만찮고, 핵심 임차인인 SK에코플랜트가 곧 영등포 양평동으로 이전할 예정이란 점이 변수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CBD) 업무지구에 있는 수송스퀘어는 지하 6층, 지상 16층에 연면적 약 4만9000㎡(약 1만5000평) 규모로 현재 SK에코플랜트 본사가 임차해 있다. 2016년 모건스탠리가 SK디앤디가 이지스자산운용 편드 자산으로 보유하던 빌딩을 당시 평당 1880만원, 총 약 2550억원에 매입했다. 지난해부터 디앤디플랫폼리츠가 이 오피스 빌딩 편입을 추진했으나 SK에코플랜트의 임대료 협상 등의 문제로 무산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번에 다시 수송스퀘어를 매입하면, SK디앤디가 10년 전 팔았던 건물을 더 비싼 가격에 다시 사들이는 셈이 된다.

작년 매각 이야기가 나올 당시 모건스탠리는 1평(3.3㎡)당 매각가를 약 3500만원 수준, 전체 건물을 5300억원에 책정했다. 하지만 최근 광화문 일대 오피스 매각대금이 평당 4000만원까지도 오른 점을 감안하면 문래동 빌딩 예상 매각 대금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수준에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여기에 핵심 임차인인 SK에코플랜트는 2027년 영등포구 양평동4가의 오피스빌딩으로 이전을 앞두고 있다. 주요 임차인이 다 빠져나가면 새로운 임차인을 받아야 해 얼마나 더 안정적인 기업이 임대료를 지불하고 들어올지 미지수인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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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주를 위한다는 거짓말…지난해 자산 편입 후 ‘신저가’ 찍은 주가 어쩌나

주주들은 지난해 디앤디플랫폼리츠가 명동N타워를 매입한다면서 764억원 상당의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의 후폭풍을 감당하기도 버겁다는 반응이다. 돈이 모자라면 언제든지 유상증자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짙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이번 투자도 스폰서인 SK디앤디와 공동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명동N빌딩 투자 당시 디앤디플랫폼리츠가 700억원 우선주를, SK디앤디가 130억원 보통주를 발행했다. 당시 최호중 디앤디플랫폼리츠 운용사 디앤디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우량 자산을 저렴하게 매입한다”며 “이번 유상증자는 우량자산 확보 및 외형 확대로 주주와 동반성장하는 것이란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유상증자 발표 이후인 지난해 11월 주가는 2620원으로 신저가를 기록했다. 지난 7일 기준 디앤디플랫폼리츠의 주가는 3000원대로 공모가 5000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땅집고] 디앤디플랫폼리츠 주가. /네이버페이

삼성증권은 “지난해 실행한 유상증자로 주식수 증가를 감안해 목표 주가를 4457원에서 4200원으로 6% 낮췄다”며 “매각 시기가 변수인데, 문래동 빌딩 매각 시 차입 부담을 줄이며 투자 원본을 수송스퀘어에 재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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