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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탱이 맞을까봐 안가요" 연간 840만명 찾던 '소래포구' 처참한 근황

입력 : 2025.04.06 06:00

[땅집고] "저기 점포도 얼마 전에 문 닫았고, 맞은 편도 마찬가지예요. 수조가 텅 빈 곳은 다 폐점한 곳이라고 보면돼요." (인천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상인 A씨)

평일 점심시간에 찾은 인천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한산한 분위기 속에서 1층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하나, 둘 늘어 납니다. 그 사이로 임대 문의가 붙어 있는 공실도 눈에 띕니다. 내부로 한번 들어가봤습니다. 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의 점포 수만 470개가 넘는데요. 쭉 걸어봐도 불 켜진 점포가 드뭅니다. 평일임을 감안하더라도 어시장은 적막 만이 감돕니다.

[땅집고] 인천 소래포구 종합어시장 전경./강태민 기자

오가는 손님이 없어 상인들의 호객행위도 이뤄지지 않습니다. 크게 한 바퀴 둘러보자 상황은 더욱 심각했는데요. 임대 현수막이 붙은 채 텅 빈 점포가 수두룩 했습니다. 수조가 빈 상태로 물만 채워져 있는 곳도 많았는데요. 휴무인 점포인가 싶어 현장에 있는 상인에게 물어보자 폐점한 곳이라는 응답이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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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은 꺼져 있지만 수조가 차있는 점포는 상인이 출근을 하지 않은 곳이었는데요. 워낙 오가는 손님이 없다 보니 평일에 자리를 지키는 게 무의미한 느낌이었습니다.



소래포구 어시장이 처음부터 침체됐던 것은 아닙니다. 소래포구는 인천광역시 남동구 논현동에 위치해있는데요. 1960년대부터 형성되기 시작하면서 1980년대에는 대단위 관광어촌으로 성장했습니다. 2000년대 전후로는 평일에 1만5000명, 주말에는 3만명이 찾을 정도로 북적이는 명소였는데요.

기존의 소래전통어시장에다 수도권 최대 규모인 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이 개장하면서 관광객 유치에 힘썼습니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2년 소래포구를 찾은 방문객은 에버랜드보다 높은 845만명이었는데요. 수도권 1위를 차지하며 엄청난 규모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소래포구 종합어시장은 언젠가부터 'K-바가지'의 원조가 됐습니다. 종합어시장에서 벌어진 각종 논란이 많았는데요. 대게 2마리를 37만원에 판매하거나 가격표에 광어 1㎏당 4만원이라고 적어 두고 5만원에 넘기는 행위가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상인에게 꽃게 가격을 묻자 "사지도 않으면서 처물어보기는"이라고 막말을 한 사실이 알려지며 분노를 사기도 했는데요.


아울러 저울 조작, 수산물 바꿔 치기 등 잘못된 상술이 끊이지 않으면서 소래포구 전체 이미지가 실추됐습니다. 커뮤니티 글에서도 소래포구 어시장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것을 알 수 있었는데요. 소래포구에 믿고 갈만한 곳을 추천해달라는 글에 "인천 사는데 소래포구는 안 가요", "소래포구에는 안 좋은 기억 뿐이다" 등 부정적인 댓글이 많았습니다.

각종 논란으로 돌아선 민심이 회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상인들은 석고대죄를 하기도 했는데요. 2023년에 상인 100여명이 모여 바가지를 안 씌우겠다고 시민들에게 사과를 했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습니다. 관할구청인 인천 남동구청이 지난해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실제 무게와 표시되는 무게가 다른 저울에 대한 개선명령이 61건이나 내려졌습니다. 상인들이 큰절하며 사과했지만 다음 해에 다시 논란이 일어난 겁니다.

오늘 찾은 현장은 이를 만회하려는 모습들이 보였습니다. 어시장의 공식 바구니에 대한 안내문이나 저울을 설치해두었고, 회 가격을 정찰제로 시행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손님들이 애초에 1층에서 횟감을 구매하지 않으니 위층 식당들도 발걸음이 뚝 끊긴 상태였습니다.

2층에 올라가자 공실인 가게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네이버부동산에 올라온 매물을 보면 전용 264㎡ 상가가 매매 13억5000만원, 임차로는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500만원 수준이었습니다.


대규모 어시장 건물이 망해버리자 인근 상권도 침체된 분위기입니다. 식당가는 물론이고 종합어시장에서 100m 떨어진 오피스텔 상가에도 공실이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연간 800만명이 넘게 다녀간 관광지였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종합어시장은 상설시장이기에 구청이 소유한 전통어시장만큼 관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는데요. 그렇다면 전통어시장을 찾는 손님을 많을까. 직접 찾아가봤습니다. 2017년 화재로 인해 점포 상당수가 불에 타면서 손실이 컸는데요. 현재 새 단장 후 다시 문을 열고 운영 중입니다.

종합어시장보다는 비교적 활발한 분위기였습니다. 소래포구항과 맞닿아있는 야외 테이블은 손님들로 북적였습니다. 온누리 상품권 환급 같은 전통시장의 지원 혜택도 전통어시장에서 구매한 품목만 인정이 되는데요. 그래서인지 해산물을 사러 오거나 식사를 하러 온 방문객들이 많이 보였습니다.

다만 예전처럼 관광객들이 찾는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대부분 인근 거주민들이 장보기 위해 찾는 용도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한때 소래포구는 매년 한국관광명소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었는데요. 남동구 측 발표에 따르면, 인천 대표 축제 중 하나인 소래포구축제도 어시장 수산물 대신 생태자원을 부각하는 쪽으로 축제 방향에 변화를 주기로 했습니다. '바가지 상권'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서는 상인들의 적극적인 자정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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