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4.03 06:00
[땅집고] “아무리 반포동 아파트가 평당 2억원까지 올랐다지만, 반포1동 주민 대부분은 아파트에 살고 싶지 않다. 재개발을 바라는 이들이 경부고속도로 너머의 아파트 단지에 대한 환상을 자극해 재개발 냄새만 풍기고 있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1동 701~731번지 일대 재개발을 두고 추진위원회와 반대 주민들이 대립하고 있다. 추진위 측은 지난해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부적합 판정을 내린 서초구청 측에 동의서 연번 부여를 해달라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반대 주민들은 서울시에 신통기획 재개발 추진을 위한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청원을 냈다.
반포1동 701~731번지 일대는 경부고속도로 잠원IC에서 7호선과 신분당선이 지나는 논현역 사이에 있다. 인근 반포동 ‘반포자이’(☞단지정보 알아보기), 잠원동 ‘메이플자이’ 등 재건축 아파트와 달리 주택, 빌라 밀집 지역이다.

■ 모아타운·신통기획 막혀도 포기 않는 재개발 추진위
2022년부터 반포1동 일대 재개발 움직임이 시작됐다. 당시 신축 빌라 분양 가구 소유주들 중심으로 재개발 추진위를 구성해 모아타운 재개발을 추진했다. 그러나 당시 단독, 다가구 주택 소유주들의 강력하게 반대해 개발이 무산됐다. 안정적인 월세 수익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주민들의 목소리가 컸다.
이후에도 재개발 추진위는 민간재개발을 추진했다. 2023년에는 설명회를 열어 45층, 2400가구 규모 아파트를 건립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추진위는 지난해 4월에는 서초구청에 신통기획 재개발 후보지 신청을 위한 동의서 번호 부여를 요청했다. 서초구청은 기반시설이 양호하고 구역 내 주택의 노후도 요건이 기준에 근소하게 상회한다는 이유로 부적합 판정을 내렸다. 추가로 2022년 모아타운 추진 과정에서 주민 반대에 부딪혔던 점을 들어 재개발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추진위는 지난해 6월 서초구청을 상대로 동의서 번호 부여 요청 거부를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 제기했다. 재개발에 찬성하는 원고보조참가인 100명을 동원했다.

■ 반대 주민들 “우린 아파트 원하지 않아”
재개발 반대 주민들은 아파트를 원하지 않는다. 토지등소유자 대부분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70대 이상 고령층으로, 재개발을 하면 월세 수입이 끊겨 생계 유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 주민들은 재개발 추진위 측이 투기 세력이라는 주장했다. 서초구청에 행소송을 제기한 소송 원고와 보조참가인 대부분이 투기 목적으로 반포1동에 진입한 외부인이라는 것이다. 소송 원고 2명과 보조참가인 100명 중 91명이 타 지역에 거주하는 외지인이다. 건물 소유주가 아니라 빌라 개별 세대를 분양받거나 갭투자로 매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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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노후도 역시 보조참가인 100명 중 기준에 충족하는 것은 7명에 불과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시행령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구조 건물의 경우 준공 30년이 지나야 노후 건축물로 인정받는다. 보조참가인 이외에도 반포1동 일대 연립다세대 건물의 80%가량은 노후건축물이 아니다.
도시정비법 시행령에 따르면, 정비 대상 구역 내 노후 건축물이 60% 이상이어야 재정비 사업 진행이 가능하다. 추진위 측은 지난해 신통기획 후보지 신청 당시 요건을 맞추기 위해 구역을 수시로 조정하는 방식으로 건물 노후도를 가까스로 61%로 맞췄다.
반대 주민 355명은 서울시에 신통기획 재개발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했다. 신통기획 후보지 신청 시 대상지 내 거주자 비율 최저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고, 노후도 요건 등을 강화해달라는 내용이다.
반대 주민 A씨는 “반포1동 일대 소유주들은 대부분 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재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라며 “추진위 측은 경부고속도로 너머 고층 아파트 단지에 대한 환상을 자극해 재개발 냄새를 풍기고 가격이 오르면 소유한 빌라를 팔고 나가는 데 혈안이 됐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 ‘평당 2억원’이라는 환상…“재개발 시도 끊이지 않을 것”
반포1동 일대는 미개발 지역이다보니 재개발을 노린 투기 수요가 꾸준한 곳이다. 최근 반포동 일대 아파트 가격이 3.3㎡(1평)당 최고 2억원까지 치솟으면서 반포1동 재개발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조선일보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단지정보 알아보기), 전용 84㎡가 지난달 3일 70억원에 거래돼 일명 ‘국민평형’ 아파트 중 처음으로 평당 2억원을 찍었다. 재개발 추진 지역 인근의 반포자이도 입주 17년차를 맞았으나 전용 84㎡이 지난 2월 42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여기에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내 모든 아파트 단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토허제에서 제외된 빌라, 주택이 밀집한 반포1동 일대가 투기의 장이 되기 좋다.
반포1동 일대는 빌라나 주택이라고 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네이버부동산 매물 정보에 따르면, 신축 빌라의 전용 48㎡ 1가구 호가는 12억~14억원 사이에 형성돼 있다. 구축 전용 57㎡는 7억~8억원대다. 다가구 주택의 경우 지하1층~지상 3층 건물이 42억원,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이 27억원에 매물로 나와있다.
반포1동의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이전부터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를 올리려는 투자, 개발 세력들이 눈독을 들이는 곳”이라며 “사실상 반포동의 마지막 미개발 지역인 데다 토허제 영향도 받지 않아 앞으로도 투기의 타깃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