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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집 이름 뭐였더라?" 영어 남발 단지명 속 세종시 '반전' 작명

    입력 : 2025.03.31 15:13 | 수정 : 2025.03.31 15:35

    [땅집고] “요즘 아파트 이름마다 너무 길고 영어 단어를 남발하는 바람에 외우기 어려웠는데, 순우리말 단지명을 보니 반갑고 좋네요!”

    최근 새아파트 단지명이 점점 길어지고 있다. 건설사마다 ‘힐스테이트’, ‘자이’ 등 고유 아파트 브랜드에 ‘리버뷰’, ‘센트럴파크’ 등 주변 환경을 고려해 영단어로 작명한 ‘펫 네임(Pet Name)’까지 더해 이름을 짓고 있기 때문이다.
    [땅집고] 세종시 일대 아파트 벽면에 기재된 순우리말 단지명. /온라인 커뮤니티

    업계에 따르면 전국에서 이름이 가장 긴 아파트는 25자로 구성하는 전남 나주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빛가람 대방엘리움 로얄카운티’라는 집계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렇게 단지명이 길고 외래어까지 섞여 외우기 어렵다보니 ‘시어머니가 못 찾아올 정도’란 우스갯소리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세종시에서는 이런 외래어를 적용한 단지를 찾아볼 수 없어 주목받고 있다. 세종시 일대 아파트 이름을 보면 ‘새뜸마을5단지’, ‘범지기마을10단지’ 등 전부 순우리말인 것. 이유가 뭘까.

    이는 세종시가 2011년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명칭 전용 도시’로서 법정동을 비롯해 마을명, 도로명, 학교명, 공원, 교량 등 1000여 곳 명칭을 순우리말로 지정한 덕분이다. 한글 창제의 주역인 세종대왕의 이름을 따서 지은 도시답다는 평가다. 행복중심복합도시건설청은 세종시 일대 시설을 직접 사용하는 시민들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국민선호도 조사 및 공모를 진행해, 행정구역 등 5개 분야별로 국민이 직접 제안한 총 1289건 순우리말 명칭 중 우수명칭을 선정한 뒤 반영하는 행보를 보였다.

    [땅집고] 세종시 일대 법정동에 쓰인 순우리말 명칭들. /세종특별자치시 읍면동 홈페이지

    세종특별자치시 읍면동 홈페이지에는 세종시 일대에 쓰인 순우리말 명칭에 대한 해석도 기재돼있다. 예를 들면 ’고운동‘은 모양, 생김새, 행동거지 따위가 산뜻하고 아름다운 친환경 주거 단지란 뜻이고, ‘가락마을’은 갈림길에 있는 마을 혹은 가락처럼 좁은 골짜기에 있는 마을이라는 의미다. ‘아름동’은 두 팔을 둥글게 모아서 만든 둘레가 한 아름 넘쳐 풍요롭고 조화로운 동네라는 이미지를 담았고, ‘범지기마을’은 마을이 범이 누워있는 모습을 닮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등이다.

    세종시 일대에 쓰인 순우리말 아파트 이름을 접한 네티즌 반응은 대체로 우호적이다. “요즘 아파트 명칭이 너무 길고 영단어를 남발해 외우기 어려웠는데, 한글 단지명을 보니 반갑도 더 정감간다”, “한국 아파트인데 굳이 영어로 이름을 지을 필요 없지 않느냐, 세종시 행정을 본받자”는 등 의견이 눈에 띈다.

    여기에 더해 건설사마다 아파트에 고급스럽고 세련된 이미지를 덧씌우기 위한 목적으로 단지명을 길게 늘리고 외래어를 남발하고 있지만, 오히려 전통적인 상급지에 있거나 역사가 오래된 고가 단지일수록 이름이 짧고 쉬운 것 같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를 들면 전용 84㎡(34평)가 올해 3월 51억원에 팔린 서울시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나 올해 2월 24억8000만원에 거래된 서울 용산구 이촌동 ‘한가람아파트’ 등이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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