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31 06:00

[땅집고] 지난해 매출 4조원을 돌파하면서 역대급 실적을 낸 CJ올리브영이 서울역 앞 대형 빌딩인 KDB생명타워 인수에 나섰다. 예상 매입가는 6800억원 규모다. 게다가 특수목적법인이 보유한 자사주를 조기에 인수했다. 올리브영이 그룹 지주사인 CJ㈜와의 합병을 염두에 두고 빌딩 매입을 통해 자산 규모를 키워 유리한 합병 비율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올리브영의 주요 주주인 오너 일가들이 그룹 승계 과정에서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리브영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이재현 회장의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과 딸 이경후 CJ이엔엠 브랜드전략실장의 지주회사 지분이 크게 늘어나게 된다.

지난 2월 올리브영은 서울역 인근 KDB생명타워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2021년부터 임대 면적의 40%를 사용해 왔다. 내년 임대차 계약 만료일이 다가오자 아예 건물을 사들인다는 계획이다. 2013년 9월 준공한 KDB생명타워는 지하 9층~지상 30층까지 연면적 8만2000㎡ 규모의 오피스 빌딩이다. 올리브영은 약 6800억원 인수 자금을 자체 조달로 해결할 방침이다.
올리브영의 빌딩 투자는 급격한 성장세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말 별도기준 올리브영의 총 매출액은 4조7899억원, 당기순이익 470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35%씩 성장했다.
올리브영은 글로벌 K-뷰티 열풍에 힘입어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출액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2021년 2조원, 2023년 3조원 등의 순으로 급증했다. 2020년 들어서 2년간 1조원씩 매출이 오른 셈이다.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합산해 기업 가치를 평가받는다. 이번 인수는 올리브영의 자산 가치를 높이는 전략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은 향후 CJ와 합병 시 순자산가치와 손익 등을 기준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 받는다. KDB생명타워 인수를 통해 자산 규모를 확장하면 추후 합병 비율 산정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
올리브영은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보유한 회사 주식 11.28%에 대해 3년 안에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을 1년 만에 앞당겨 행사해 곧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인수로 CJ올리브영의 자사주 보유 비율은 기존 11.29%에서 22.58%로 증가하게 된다. 회사 특수관계인의 보유 지분도 100%에 가까워지면서, 지배구조가 더욱 공고해질 전망이다.
양사 합병은 오너 일가 승계를 위한 핵심 방안으로 꼽힌다. 만약 양사가 합병하면 올리브영 주주들은 보유 지분만큼 CJ 지분과 맞교환 하게 된다. 이선호·이경후 실장의 그룹 지배력도 높아진다. 향후 자사주를 소각하면 발행주식 총수가 감소해 4세들의 CJ올리브영 지분율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향후 CJ올리브영이 자사주 22.58% 전량을 소각할 경우 이선호 실장과 이경후 실장 지분율은 14.26%와 5.44%로 각각 증가한다.
업계에서는 올리브영이 고속 성장하면서 이선호 실장의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본다. 1990년생인 이선호 실장은 23살의 이른 나이에 CJ제일제당에 입사했으나 임원 승진은 지난 2021년 12월에서야 이뤄졌다. /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