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조합장이 쓴 180억 주민들이 내라고?" 대치동 아파트 빚더미 날벼락

    입력 : 2025.03.27 06:00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성원2단지 아파트 전경. /강태민 기자

    [땅집고] 강남 한 아파트 입주민들이 ‘가구 당 800만원’을 부과받을 위기에 처했다. 약 180억원 대출을 일으킨 리모델링 조합이 조합원에게 대출 원금 납부를 위해 분담금을 징수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논란이 된 곳은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다.

    이 단지 조합원들은 리모델링사업이 18년간 표류했다며, 리모델링 조합 해산을 주장하고 있다. 조합은 리모델링 조합을 해산하려면 조합원들이 대출금을 모두 상환해야 한다며 맞서고 있다.

    관련기사 : 새 아파트바란게 죄? "180억 빚만 남았다" 강남 아파트 리모델링 참사

    [땅집고] 대치성원2단지 리모델링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해산 총회안 중 일부. 조합 해산에 찬성할 경우 청산금을 내야 한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독자 제공

    ■ 사업비 99% 쓴 조합 ‘조합원도 같이 청산하자’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성원대치2단지 리모델링주택조합은 ‘사업비 정산 동의 및 조합해산 의결의 건’을 안건으로 상정했다. 조합 해산 찬성은 각 조합원이 800만원을 부담하는 데 동의한다는 것이다. 해산을 반대하면 기존 조합을 유지하는 데 동의한 것으로 간주한다.

    조합 측은 “조합 해산 인가를 위해 조합원 해산(청산) 동의서를 인·허가기관에 제출해야 한다”며 “해산(청산)을 위해서는 조합규약에 의거해 조합원들의 청산금 징수 확정이 필요하므로, 의결로 결정하고자 한다”고 안건 상정 이유를 밝혔다.

    [땅집고] 대치성원2단지 리모델링 조합이 조합원들에게 발송한 해산 총회안 중 일부. 조합 해산에 찬성할 경우 청산금을 내야 한다는 문구가 기재돼 있다. /독자 제공

    조합 해산에 찬성한 조합원은 3개월 내에 조합원이 안내한 청산금 약 801만원(2024년 12월 기준)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리모델링 조합이 집행한 금액 116억7120억원을 토지 등 소유자 1457명으로 나눈 금액이다. 2024년 결산보고서 등에 따르면 리모델링 조합의 총 수입은 117억2485만원, 잔액은 5364만원이다. 총 사업비의 99.54%를 소진한 셈이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이 최근 총회 일정과 안건을 통보한 후 일부 소유주는 조합장에게 불만의 메시지를 보냈다. /독자 제공

    ■ 조합원 “조합장이 18년 동안 쓴 돈 내라니!”

    소식을 접한 입주민들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18년간 리모델링 사업을 이끈 조합장과 임원진이 청산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업을 이끈 A조합장은 2007년부터 지금까지 자리를 지켜왔다.

    이 아파트 입주민 이모씨는 “이번 안건은 조합원이 찬성도 반대도 할 수 없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이라며 “조합이 제멋대로 사업비를 써 놓고, 조합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례가 어디있나”라고 성토했다.

    다른 입주자 김모씨 역시 “우리 단지는 연세 많은 분들이 많아서 가구 당 1000만원에 달하는 돈을 내라고 하면 부담이 매우 클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대책”이라고 말했다.

    현재 조합장을 포함한 집행부는 잠적 상태로 전해진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개포동 성원대치2단지 리모델링 조합 사무실 대문에 리모델링 사업 예상 조감도가 걸려 있다. /강태민 기자

    대치성원2단지 리모델링 조합의 청산금 규모는 증가할 수 있다. 117억원은 조합의 대출금 중 원금이다. 업계에서는 이자를 포함해 이 단지 조합의 대출규모를 180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앞서 이 단지 리모델링 조합은 DL이앤씨·HDC현대산업개발과 맺은 시공사 선정 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하면서 큰 빚을 지게 됐다. 두 건설사가 2023년 6월 조합을 상대로 제기한 대여금 반환 소송에서 승소한 것이다. 재판부는 조합이 두 회사에 사업비를 배상하고 2021년 10월 28일을 기준일로 이 금액을 다 갚는 날까지 매년 연 15%의 금리를 적용한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 방향 잃은 정비사업 조합…’협의 불가피’ ‘장기화 전망’

    업계에서는 대치성원2단지 조합 임원진과 조합원의 대립이 장기화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합 임원진은 조합 연대보증인으로 자칫 전 재산을 날릴 처지라는 점에서 채무 면탈을 노리고 있지만, 조합원은 사업을 주도한 조합의 빚을 떠안을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심목의 김예림 변호사는 “지방 소규모 정비사업 조합 중에는 초기 사업비가 10억원 미만 등 채권자 손해가 적을 경우에 한해 법원이 조합 파산 신청을 받아 준 사례가 있다”면서도 “이 단지는 대출금 규모가 상당하고, 임원진의 부동산 가치가 크다는 점에서 결국 협의로 문제를 풀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철웅 법무법인 슈가스퀘어 변호사는 “형사 책임 등을 통해 조합임원진 아파트 처분을 강제하는 방안이 있다”면서도 “리모델링 조합 해산과 별개로 법적 단체인 비대위를 만들어 법적 조치를 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번 사례가 악습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시각도 나왔다. 일부 조합원은 법원을 통해 조합 파산 선고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투미부동산컨설팅의 김제경 대표는 “만약 법원이 조합 파산 신청을 인용하면 채권자인 건설사 입장에서는 돈을 받을 길이 사라지는 것이다”며 “현재 대부분 정비사업이 건설 기업 자금으로 사업을 진행하는데, 법원 판결로 채권이 종이조각이 되면 어떤 기업이 정비사업에 투자를 하겠나”라고 말했다. /westseoul@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