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6 06:00
[땅집고] “정부가 구리갈매역세권에 실버스테이를 짓겠다고 했지만, 현 상태로는 성공하기 어려워요. 보증금이 일반 시니어타운보다 저렴하지 않은 데다, 입주 후에는 식사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반쪽짜리 시니어타운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공빠TV의 ‘공빠(공부하는 아빠)’ 문성택 한의사는 국내 시니어타운 1타 강사로 꼽힌다. 국내외 여러 시니어타운을 탐방하면서 알게 된 장단점과 규모, 이용료 등 상세한 정보를 영상으로 정리해 공유하고 있다. 그가 만든 시니어타운 콘텐츠는 시니어타운 수요자는 물론, 자녀 세대의 궁금증까지 단 칼에 해결해준다는 평가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실버타운 올가드, 100세 시대 최고의 노후 주거지’라는 책도 냈다.
그가 최근에 관심을 두는 것은 정부가 발표한 ‘실버스테이’다. 오랫동안 규제 위주 정책을 폈던 정부가 처음으로 활성화를 목표로 꺼낸 정책이다. 오랫동안 시니어타운 활성화를 외쳐온 그에게는 매우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에서 시니어타운에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인 그가 매의 눈으로 바라본 ‘실버스테이’는 어떤 모습일까. 공빠TV의 문성택 한의사와 이야기 나눠봤다.
공빠 문성택씨는 조선일보 미디어그룹의 땅집고가 운영하는 국내 최고의 시니어 주택 전문가 과정인 ‘시니어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에 강사로 참여하고 있다. 전문가 과정 참여문의는 (02)6949-6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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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문일답.

- 실버스테이 사업 잘 될까. 간단히 평가해달라.
“우선 정부는 시니어타운을 크게 소득에 따라 공급하기로 한 것 같다. 고소득층은 민간 실버타운, 저소득층은 고령자복지주택, 중산층은 실버스테이로 대응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현재 정책만으로는 실버스테이가 중산층을 위한 시니어주택으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본다. 지금과 같은 방향이라면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
- 이유가 뭘까.
“비용 산정과 서비스 제공 여부가 확실하지 않아서다. 이를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추진한다면 실버스테이가 산으로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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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비용 측면에서 보자. 실버스테이 임대료를 인근 시니어타운 임대료 95%선으로 한다고 했는데,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 그렇다고 갈매 인근에 시니어타운이 있는 것도 아니다. 전국 수십개 노인복지주택과 다 비교하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공모서지침을 보면 평형에 따라 매매가는 5억8900만원~7억5600만원이다. 전세로 환산하면 5억4800만원~6억9600만원이다. 이 금액은 현재 운영되는 시니어타운 이용료보다 적지 않다.”

- 서비스는 어떤 서비스를 말하는 건가.
“시니어주택의 핵심은 식사 제공이다. 실버스테이가 이 기능을 유지하려면 의무식을 비롯한 식당운영에 관한 명확한 식당운영지침을 정해야 한다. 입주자 모집을 할 때부터 의무식을 원하는 사람들만 지원하도록 해서 식당 운영에 대한 분란의 여지를 원천 차단해야 하는 것. 그렇지 않으면 기존 노인복지주택과 차별화가 어렵다.
현재 분양형 노인복지주택 중 대부분은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 입주민들의 반대와 운영의 어려움 때문에 필수시설로 설비를 갖춰놓고도 운영을 안 하는 것이다. 민간아파트의 경우 식당을 갖춘 커뮤니티를 자랑하면서 분양을 하는 곳들이 많지만, 실제 입주이후에는 운영하지 않거나, 운영하다 서서히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
- 실버스테이 가격이 비싼 편인가.
“저렴하지는 않다. 노인복지주택 중 보증금 1억원대, 생활비 50만원 이하인 곳도 있다. 국내 시니어주택 30곳의 비용을 조사한 결과, 보증금 기준으로 1억9000만원 이하가 10곳이었다. 월 생활비가 150만원 이하인 곳도 10곳이었다.
이는 땅값과 건축비가 현재보다 훨씬 저렴한 시기에 만들어졌고, 마진보다 입주자의 사정을 최대한 배려하면면서 운영하기 때문이다. 비싼 실버스테이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다.”
- 국내 시니어주택의 현황은?
“질 좋은 시설이 늘고 있으나, 수치적으로 매우 부족하다. 시니어주택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은 노인복지주택과 유료양로시설인데, 둘을 합해도 80개를 밑돈다. 시설 수 자체가 적으니 질 좋은 시니어타운 찾기도 어렵다. 100가구 이상이면서 10명 이상 직원을 두고 있고, 식당을 운영하는 곳은 30여개에 불과하다.
시니어타운에 거주하는 사람이 1만명이 채 안 된다. 65세 이상 인구가 1000만명을 넘은 것을 감안하면 0.1%보다 적은 인원이 시니어타운에 들어간 셈이다.
반면 시니어타운 선진국으로 꼽히는 미국의 경우 시니어주택 3만 개 이상이다. 일본도 2만3000개가 넘는다. 두 나라는 시니어 타운 수가 많은 만큼, 선택지도 다양하다.”

- 한국 시니어타운 활성화하지 못한 이유가 뭘까.
“여러 이유가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왜곡된 시선 때문에 시니어 타운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식사제공 등 서비스를 받으면 그에 상응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 비용을 ‘비싸다’고 보는 시각이 너무 많았다. 시니어타운과 요양시설을 구분하지 못하는 시선도 시니어타운 활성화를 어렵게 했다.
이로 인해 시니어타운 수요는 수년 전 까지만 해도 매우 적었다. 기업 입장에서는 수요가 적으니 만들어도 공실을 걱정했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어르신 대상 시설이다보니 영리를 추구하면 안 된다는 의견도 더러 있었다. 여러모로 기업이 뛰어들 이유가 적었다.
그럼에도 시니어 하우징 문화가 꾸준히 발전한 이유는 종교재단 덕분이다. 현재 잘 운영되는 시니어 주택 중 70% 정도는 직간접적으로 종교 재단과 연결돼 있다. 설립자 사명감과 종교 단체의 복지 사업 의무감이 맞물려 왔다.”
- 시니어타운 활성화가 필요한 이유는 뭘까.
“개인적으로 ‘선진국’은 문화든, 주거든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시니어 타운 역시 마찬가지. 시니어타운 활성화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라는 여러 방증 중 하나일 것이다.”
게다가 그간 정부는 규제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 문제가 발생할 여지를 차단하기 위한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이었다. 작년 8월 발표한 ‘시니어레지던스 활성화대책’ 정책에서는 정부의 방향이 달라진 것을 느꼈다. 이는 시니어 뿐 아니라 전 국민에게 희망적인 소식이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