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6 06:00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건설회관건물 맞은편 알짜 입지에 들어서기로 했던 초호화 주거시설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부지가 감정가 2778억원 조건으로 공매 절차를 밟는다. 분양가 최소 200억원을 내세우면서 업계 관심을 끌었지만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 여파로 첫 삽도 뜨지 못한 상황에서 대주단이 부지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논현동 알짜 입지에 명품 브랜드 내세웠지만…공매로 땅 팔기로
26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일대 ‘포도 바이 펜디 까사’ 대주단은 최근 이 사업지를 공매에 넘기기로 합의했다. 부지 감정가는 2778억원으로 책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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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지는 지하 7층~지상 20층 규모로 248㎡(75평) 아파트 29가구와 281㎡(85평) 오피스텔 6가구로만 구성하는 하이엔드 주거시설이다. 2024년 5월 최초 분양 당시 분양가가 최소 226억원이며, 청약금만 5억원에 달했다. 하이엔드 부동산 전문 개발업체인 골든트리개발이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 브랜드인 ‘펜디 까사’와 함께 진행한 사업이라 관심이 쏠렸는데, 초고가 단지인 만큼 입주자들을 자산과 직업을 심사한 뒤 가려서 받겠다고 선포하면서 차별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초고가 주거단지에 대한 수요가 생각보다 적었던 탓에 사업이 결국 좌초됐다. 시행사가 토지비 등으로 브릿지론 1800억원 정도를 융통했는데, 이자를 제 때 내지 못하면서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빠진 것이다.
‘포도 바이 펜디 까사’가 금융 당국의 부실PF 사업장으로 분류되면서 대주단이 지난해 말 부지를 매각하는 논의를 이미 진행한 바 있다. 이 때는 500억원을 투입한 OK금융그룹의 OK에프앤아이대부 등 일부 선수위 대주단이 반대해 매각이 불발됐다. 하지만 이후에도 시행사 측 사정이 나아지지 않자 결국 땅을 공매에 부쳐 자금을 회수하는 것이 낫겠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하이엔드 단지마다 분양 연기, 공사 중단, 부지 공매행
서울 강남권을 비롯해 전국 곳곳 상급지에 분양하기로 했던 하이엔드 주거시설 중에선 ‘포도 바이 펜디 까사’처럼 공매행을 밟게 된 사례가 적지 않다. 약 2년여 전 부동산 호황기 때 적게는 수십억원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 분양가를 내세웠지만 이후 경기가 침체하면서 분양을 연기하거나 공사를 중단하고, 심각하게는 부지를 팔아넘기는 이른바 ‘좀비 사업장’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들어서기로 했던 ‘청담501’(옛 리카르디 아스턴 청담)이 대표적이다. 전용 172~206㎡ 대형 오피스텔 12실 규모로 설계한 초고가 단지인데, 브릿지론 만기 연장을 계속하다가 본PF 전환해 실패하면서 지난해 9말 최저 입찰가 534억8700만원부터 공매 절차를 밟았다. 강남구 도곡동에선 지하 6층~지상 20층 규모 도시형생활주택 ‘오데뜨오드’ 108실 전체가 일괄 매각 방식으로 첫 회차 최저 1829억5700만원에 공매를 진행했다.
최근에는 부산시 최고 부촌인 해운대에서도 좌초 사업장이 등장했다. 해운대 바다를 낀 ‘오르펜트 해운대’다. 지하 7층~지상 29층, 대형 오피스텔 82실 규모로 최고 600억원대에 분양에 나섰지만 수분양자를 찾지 못해 올해 2월 부지가 통째로 공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첫 공매 최저 입찰가가 1681억원이었는데 유찰을 거듭하면서 현재 가격이 1290억원까지 낮아진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새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