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5 16:35 | 수정 : 2025.03.26 09:07

[땅집고] “선도지구 공모 과정 주도한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있는데, 주민대표단을 다시 구성하라고 하네요.”
25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가 1기 신도시 정비 선도지구 통합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재준위)에 주민대표단을 구성하라는 지침을 내려 주민들의 불만이 커졌다. 일부 구역 내부 갈등이 전체 선도지구 사업 추진을 더디게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는 지난 17일 5개 1기 신도시(분당·일산·평촌·중동·산본)의 선도지구 13개 구역 재준위에 ‘노후계획도시 특별정비계획 수립 지침’에 대한 안내문을 보냈다. 총 25인 이내의 토지등소유자로 구성된 주민대표단을 주민 투표로 선출해 예비사업행자 계약 등 특별정비계획 수립을 위한 절차를 이행하라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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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주민대표단 구성이 아파트 소유주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한 비법정 단체인 재준위의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고 보고 있다. 통합정비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선도지구 재건축 사업 추진 시 도시정비법 절차에 따라 주민대표조직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주민대표단 구성을 위한 기간이 약 3개월에 달할 것이란 예상 때문에 선도지구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 “양지마을 갈등 때문” vs “법으로 정해진 절차일 뿐”
대다수 선도지구 구역들은 국토부가 주민대표단 관련 지침을 만든 원인으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양지마을 통합재건축 구역’ 내부 갈등으로 꼽고 있다. 제자리재건축을 요구하는 양지마을 금호 1단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재준위의 대표성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양지마을은 5개 아파트단지와 주상복합 단지 등 4392가구가 통합재건축을 추진하는 곳이다. 이 중 금호 1단지(☞단지정보 알아보기)는 수인분당선 수내역 초역세권, 분당중앙공원과 인접한 입지로 구역 내 대장 단지로 꼽힌다. 제자리재건축과 통합정산을 원하는 주민들은 선도지구 공모 당시 재준위가 제시한 제자리재건축 합의서를 미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비대위를 구성했다.
급기야 비대위는 지난 22일 금호 1단지 소유주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재건축 설명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비대위는 주민들에게 현재 위치에 신축 아파트를 배정받는 제자리 재건축을 이뤄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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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도지구 A구역 관계자는 “양지마을 비대위 측에서 성남시와 국토부에 재준위의 대표성을 문제 삼아 항의를 심하게 해서 주민대표단 관련 지침이 만들어진 것으로 안다”며 “빠른 사업 추진을 기대한 주민들은 굉장히 혼란스러운 상태”라고 밝혔다.
양지마을 재준위 관계자는 “양지마을 갈등으로 인해 주민대표단을 구성해야하는 지침이 급히 만들어졌다는 것은 오해”라며 “금호 1단지 문제로 ‘전체 소유자 과반, 단지별 소유자 3분의 1 이상 동의’ 부분이 신설됐을 뿐 주민대표조직을 재구성해야 하는 것은 법으로 정해진 절차”라고 말했다.

■ ‘대지지분 안배 원칙’ 대형 평수 우대 논란
국토부가 제시한 주민대표단 구성 방법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지난 18일 제정된 수립지침에 따르면, 총 25인 이내에서 통합재건축 구역 내 단지별로 대표인수를 안배하는데, 그 기준이 세대수가 아닌 대지지분이다. 소형평수가 많아 가구수가 많은 대단지보다 중대형평수가 많은 대신 상대적으로 가구수가 적은 중형단지의 의견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있다.
이에 선도지구 B구역 재준위 관계자는 “토지등소유자 1인 당 1표를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큰 평수 집을 가진 단지 주민들의 권리를 우선하겠다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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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 절차도 사업 속도르 늦출 것이라는 문제 제기도 뒤따른다. 국토부는 당초 기존 재준위와 무관하게 토지등소유자가 자유롭게 입후보해 최다 득표자 순으로 대표단에 선정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여러 선도지구의 항의가 끊이지 않자 기존 재준위를 주민대표단으로 전환하는 찬반투표를 진행하도록 하는 절충안이 마련됐다.
국토부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구축 중인 노후계획도시 플랫폼을 통한 온라인 투표와 오프라인 투표를 실시하도록 했다. 그러나 LX플랫폼은 소유주들의 개인정보 동의서를 취합해 지자체에 제출하고, 지자체가 이 정보를 LX에 인계하는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 플랫폼을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시기도 약 3개월 후인 7월부터로 알려졌다.
선도지구 C구역 관계자는 “대표단을 새로 구성하든 재준위를 전환하든 LX플랫폼을 사용하려면 3개월 가까이 절차가 늦어진다”며 “우리 구역을 포함해 몇몇 선도지구들은 그냥 서면으로 동의서를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