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5 14:11

[땅집고] “경매로 1억원도 안되는 수도권 아파트가 1100억원 넘는 금액에 낙찰됐다고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죠?”
과거 경매 시장에 등장한 경기 포천시 소흘읍 ‘포천상운아파트’. 1997년 입주해 올해로 30년차에 가까워진 총 998가구 규모 노후 대단지다. 이 아파트 전용 59㎡(25평) 감정가가 1억7100만원으로 책정돼, 2023년 3월 첫 경매를 진행했다.
이후 두 차례 유찰돼 같은해 5월 17일 3회차 최저매각가가 8379만원까지 떨어지면서 낙찰됐는데, 깜짝 놀랄 만한 결과가 나왔다. 낙찰자가 희망 금액으로 무려 1111억9819만9000원을 써냈던 것. 최저입찰가 대비 1327배나 비싼 가격으로, 수도권 외곽 아파트 한 채가 아니라 웬만한 대단지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널찍한 땅을 살 수 있는 돈이다. 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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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 따르면 법원에서 낙찰자가 종이 입찰표에 입찰가를 기재할 당시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던 것으로 전해진다.
법원 입찰표를 보면 낙찰가를 적어내는 칸이 일의 자리숫자부터 천억자리 숫자까지 단위별로 각각 나눠져있다. 낙찰자는 금액 단위를 오기재하는 일을 막기 위해 천억·백억·십억단위에 ‘/’표시를 써서 공란을 막은 뒤, 최저매각가보다 소폭 높은 9819만9000원을 써냈다. 그런데 법원이 ‘/’ 표시를 숫자 1로 인식하고, 입찰가를 1111억9819만9000원으로 판단해 낙찰자를 선정한 것이다.
이처럼 경매에서 입찰표에 금액을 잘못 기재해 당초 의도보다 훨씬 높은 금액으로 부동산을 낙찰받아버린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주로 경매에 처음 도전하거나, 너무 긴장한 상태로 입찰에 임하거나, 법원에 촉박하게 도착한 탓에 입찰서 급하게 작성하는 경우다.
만약 경매에서 입찰 금액을 잘못 기재해 예상보다 비싼 가격에 낙찰받게 된다면, 낙찰자는 잔금 납부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낙찰을 포기할 수 있다. 대신 입찰 당시 보증금으로 납부했던 입찰가의 10%에 해당하는 현금은 법원에 몰수된다. 즉 ‘포천상운아파트’ 낙찰자는 두 눈 뜨고 현금 980만원 정도를 손해본 셈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