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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S 전선 사촌 경영 지각변동?" 호반이 특허분쟁 경쟁사 지분 취득한 속내

    입력 : 2025.03.25 06:00

    [건설사 기상도] 경쟁사 지분을 왜…호반, 소송중인 LS 지분 사들인 속내는
    [땅집고] 호반건설 사옥 전경. /호반건설

    [땅집고] 올해 들어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호반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전선과 ㈜LS의 LS전선이 특허권을 놓고 수 년째 특허 침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만큼, 호반 측의 이번 지분 인수가 단순한 투자 목적은 아닐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호반 “단순 투자 목적일 뿐”이라지만…과거 한진칼 지분도 5640억에 인수한 이력 있어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기타법인이 올해 초부터 이달 14일까지 ㈜LS의 주식 102만8720주(1179억원)를 순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정도 물량은 자기주식을 제외한 의결권 주식 총수(2734만7538주)의 3.8%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기타법인이 순매수한 ㈜LS 주식의 상당수가 호반그룹으로 유입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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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식이 퍼지자 호반그룹 측은 ㈜LS 지분 매입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 이유로 ‘단순한 투자 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케이블 등 전력 관련 사업이 호황인 만큼 ㈜LS의 성장세를 믿고 차익을 거둘 목적으로 투자를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호반그룹이 ㈜LS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본격 알려진 이달 13일의 장을 살펴보면, 이날 종가가 12만1100원으로 전날(10만1800원) 대비 약 20%가 상승했고 거래량도 기존 20만5161건에서 323만3957건으로 증가했다.

    호반그룹은 과거 호반건설을 통해 경영권 분쟁을 겪던 한진칼 지분을 대거 인수했을 당시에도 단순 투자 목적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호반그룹은 2022년 사모펀드인 KCGI가 보유하던 한진칼 지분 약 17.43%를 5640억원에 인수하면서 한진칼의 2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이후 대한항공 경영이 정상화하자 한진칼 지분 장부가치는 인수 시점인 2022년 말 2899억원에서 2023년 말 8500억원으로 1년 만에 3배 가까이 뛰었다.

    호반, LS의 ‘사촌 경영 체제’ 파고들었나
    /뉴스1

    하지만 업계에선 호반그룹이 단순히 차익을 거두기 위해 ㈜LS 지분을 매입한 것은 아닐 확률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현재 호반그룹이 보유한 대한전선과 ㈜LS의 LS전선이 업계 1·2위를 다투며 소송전까지 벌이고 있는 배경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

    소송전은 2019년 LS전선이 대한전선의 부스덕트(Busduct)용 조인트 키트 제품이 자사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부스덕트는 건축물에 전기 에너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며, 조인트 키트는 개별 부스덕트를 연결해 전류 흐름을 유지하는 부품을 말한다.

    LS전선에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1심 판결에 이어 지난 13일 2심 재판부 역시 LS전선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한전선이 지불해야 할 배상액이 15억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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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에서 호반그룹이 ㈜LS의 지분을 3%까지 확보할 경우 현행 상법상 회계장부 열람권, 임시 주주총회 소집권 등을 발동할 수 있게 된다. 즉 지분 매입을 통해 확보한 이런 권한이 특허 소송전을 치르며 ㈜LS 측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쓰일 가능성이 생긴 것이다. 대한전선은 현재 상고 여부를 검토 중이다.

    더불어 호반그룹이 LS그룹의 경영 지배구조를 파고든 전략적 투자에 나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재 LS그룹은 구자열 이사회 의장과 친인척 43명이 지분 총 32.15%를 각각 나눠 가지고 있는 ‘사촌 경영’ 체제로 운영 중이다. 한 사람당 경영 지배력이 낮다 보니 호반그룹 측이 3% 이상 지분을 확보할 경우 협상력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셈이다.

    장재혁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호반그룹은 이번 지분 매입이 순수한 재무적 투자 목적이라고 공식적으로 강조했지만, LS그룹 경영 구도에 영향을 미치려는 포석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앞으로 외부 주주의 참여에 따라 LS 지배구조의 안정성이 흔들릴 여지를 완전히 배제할 수 없게 됐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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