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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스테이트' 1등 만든 전문가…"압구정은 디에이치·래미안도 식상해"

입력 : 2025.03.25 06:00

[아파트 브랜드 전문가-조현욱 송도랜드마크시티(SLC) 상무 인터뷰①] “최상급지 시장은 결국 희소성 싸움될 것”
[땅집고] 아파트 브랜드 전문가-조현욱 송도랜드마크시티(SLC) 상무./사진=강태민 기자

[땅집고] “서울 강남에서도 최고라는 자부심이 큰 압구정 조합원들은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을 원합니다. 근데 우리나라 아파트 브랜드는 이제 다 친숙해졌죠. 제아무리 현대나 삼성이어도 압구정에 희소성 없는 기존 브랜드를 들고 가면 퇴짜를 맞을 겁니다.”

아파트 브랜드 마케팅 전문가로 꼽히는 조현욱 송도랜드마크시티(SLC) 상무는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하던 방식이 아닌 이제까지 없던, 전혀 다른, 새로운 개념의 브랜드를 고심하지 않으면 업계 1등이고 2등이고 선택 받을 수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 상무는 현대건설 마케팅분양실장 출신이다. 2014년 업계 7등으로, 대기업 브랜드 중에서 사실상 꼴등이었던 ‘힐스테이트’를 1등으로 만들고, 대표적인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THE H)’를 탄생시킨 인물이다.

그는 압구정 재건축을 수주하기 위해서는 브랜드부터 상품, 그리고 수주 방식까지 모든 개념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 상무는 “전처럼 외주 홍보직원이 찾아가고 특정 장소에 조합원 모아서 음식 대접하는 뻔한 방식보다는 커피차를 보내거나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새 방식으로 ‘힙’하게 접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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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 압구정2구역 등 초대형 이벤트가 있는데, 수주를 노리는 건설사들은 어떤 전략을 써야 할까.

“올해 건설사 도시정비 수주에서 압구정 2구역은 가장 큰 화두다. 사실상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재대결이 펼쳐질 것이다. 압구정은 대한민국 최고 지역이라는 자부심이 큰 만큼 업계 탑이 아니면 판에 낄 수조차 없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의 싸움은 늘 최대 관심사이지만, 이번만큼은 둘 다 쉽지 않은 싸움이 될 전망이다.

‘압구정 현대’ 타이틀을 가진 현대건설이 관계면에서 훨씬 유리할 것 같지만, 실상은 반대로 삼성물산이 우위에 있을 수 있다. 우리 단지 옆에 우리 단지랑 똑같은 브랜드가 들어서는게 싫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현대건설이 현장에서 오래 활동했고 디에이치 등 이미지도 좋지만, 최근에는 삼성물산이 유리하다. 디에이치가 많은 지역에서 들어설 동안 삼성물산은 강남3구 지역 등에만 가끔 래미안을 내놓거나 강남 핵심 단지인 원베일리를 내놓는 식으로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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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어떤 점을 갖춰야 압구정2구역 수주전에서 승리할까.

“출발선상에서는 삼성물산이 앞설 수 있다. 그렇다고 삼성물산이 압도적인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서울 오피스텔에 래미안을 달고 지방에도 수주전에 등장하는 등 스스로 희소성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두 회사 모두 기존에 없던 상품을 들고 오지 않는 않으면 승산이 없다. 디에이치, 래미안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브랜드와 모습을 보여주는 건설사가 이긴다고 본다.

현대건설도 이미 시장에 다소 많은 디에이치가 풀려버리면서 이미지 소모가 컸다. 올 초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에서 삼성물산에 패한 이유 역시 ‘희소성’ 때문이라고 본다. 이미 한남3구역에 디에이치가 있기 때문에 희소성 점수를 놓친 것이다. 다만 현대건설이 관계면에는 우위에 있다. 만일 정말 새로운 개념을 들고 온다면 관계면에서 우위에 있는 현대건설이 앞설 가능성이 높아진다.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수준이면 금리 조달 등 조건이 좋고 유사하기 때문에 브랜드 선호도 차이가 표심을 가른다. 두 건설사 모두 업계 탑이라는 것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내놓는 콘셉트가 기존과 기본적으로 완전히 다르고 새로워야 조합원을 설득할 수 있다. 이후로도 압구정 수주전이 계속 열릴 예정인데, 콘셉트를 잘 잡아야 2구역을 놓치더라도 압구정에서 하나의 사업장이라도 수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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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히 새로운 전략은 어떤 걸 말하는 건가.

“지금까지 건설사들은 거의 비슷한 전략을 써왔다. 수주 방식도 비슷하다. 정장을 입은 홍보요원들이 조합원들을 특정 장소에 모셔가서 대접하는 식이다. 그러나 앞으로는 건설사들이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한다. 커피차, 팝업스토어, 백화점에서 상담을 진행하는 등 소비재를 활용한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힙한 방식을 고민해보고, 복장도 바꾸는 거다.

또다른 예시로는 명품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프랑스 럭셔리 브랜드 ‘에르메스’(Hermès),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아는 세계적인 패션 디자이너 칼 라거펠트, 명품 시계 브랜드 ‘롤렉스’ 등과 협업하는 방식도 있다. 두바이에 있는 페라리월드처럼 유명 브랜드와 건설을 융합하는 셈이다. 기존 방식으로는 요즘 사람들의 눈 높이를 만족시킬 수 없다.

다른 방법도 있다. 남들이 안 하지만,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요소를 잘 찾으면 시장에서 히트칠 수 있다. ‘관리비 0원’ 아파트 같은 것들이다. 관리비는 인건비와 급탕비가 대부분인데, 이를 잡으면 0원으로 만들 수 있다. 브랜드는 고객이 사야할 이유를 제공해야 한다. 즉, 브랜드는 시장과 고객이 원하는 실체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 브랜드만이 제공하는 가치 없이 새로운 네이밍만 내놓는 것은 제발 비 오라고 기우제 지내는 것과 똑같다. 특히 고급 브랜드일수록 실체가 명확해야 한다.”

-과거에도 비슷한 케이스가 있었는지

“현대건설에서 근무하던 시기인 2015년 디에이치를 처음 론칭시켰다. 업계 7위에서 1위로 만들긴 했지만, 힐스테이트가 강남 조합원한테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느낀 직후다. 힐스테이트가 1위를 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끌어올리는데는 성공했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인 희소성이 없었다.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니즈가 다르면 상품이 달라야 하고, 상품이 다르면 브랜드도 달라야 한다’ 는 기본 명제를 깔고 디에이치 브랜딩에 나섰다.

디에이치의 희소성을 강조하기 위해 정한 원칙이 바로 ‘H 라인’ 전략이다. 한강변과 강남 양재대로, 그리고 영동대로와 경북고속도로의 핵심 단지로 주거벨트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각 사업지마다 ‘최초, 최대, 유일’ 요소를 3가지 이상 반영해 주민들에게 희소성을 제공했다. 이런 디에이치의 희귀성 전략은 완전히 먹혔고 성공했다. 고객들이 써야 하는 이유를 만들어 주는 것이 바로 브랜드 존재의 이유다. 시장과 고객을 모르는 브랜드 전략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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