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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투기 할 상이구나" 궁예 관심법 토허제..곳곳서 구멍

    입력 : 2025.03.21 17:17 | 수정 : 2025.03.23 13:42

    [땅집고] 정부와 서울시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모든 아파트 단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서는 여러 흥미로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규제 지역으로 못박았다는 점에서 속칭 ‘상급지’로 인정받았다는 평가부터 집값이 오르지 않았음에도 규제 지역이 됐다며 ‘정부 판단 오류’라는 의견까지 다양하다.

    일부에서 정부가 이번에 토지거래허가구역을 궁예의 관심법처럼 지정했다고 비판한다.
    투기지역의 경우, 직전월 가격 상승률이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3배 초과 등 지정 요건이 있는데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동산 가격 안정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정한다. 그러나 토지거래 허가구역은 "네가 투기를 할 상이구나"는 식으로 구체적 지정요건이나 심의 절차 없이 투기우려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지정한다.
    그러나 보니 상승률이 높아도 지정대상에서 빠지고 반대로 집값이 내려도 포함되는 등 뒤죽박죽 토허제란 비판이 나온다.
    [땅집고] 서울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파크포레온' 단지 모습. /강태민 기자

    ■ ‘토허제는 우리를 위한 것’ 축제의 장이 된 그 아파트

    서울 강동구 둔촌동 1만2032가구 규모 ‘올림픽파크포레온’은 서울에서 유명한 아파트 중 하나다. 규모가 워낙 큰 데다, 공사 중단 등 굵직한 논란이 자주 벌어졌기 때문이다.

    올림픽파크포레온은 문제가 생길 때 마다 정책 발표로 인해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는데, 이번 토허제 발표도 이 단지에는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 단지는 송파구 주요 단지 중 하나인 파크리오까지 거리가 1.7㎞에 불과한데, 강동구라서 규제 대상이 아니다.

    이에 ‘올림픽파크 포레온’ 주민 A씨는 “중도금·잔금 대출 시점에도 우리 단지에 좋은 정책이 쏟아지더니, 이번에는 옆 동네가 토지거래허가구역제도(토허제) 대상이 됐다”며 “정말 우리 아파트는 ‘신의 아파트'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땅집고] 서울 송파구 장지동 '송파꿈에그린위례' 아파트 전경. /이승우 기자

    ■ 경기도 옆인데, ‘송파’라는 이유로 규제 받는다

    송파구 풍납동과 가락동, 거여동, 장지동 일대에서는 토허제 규제에 대한 불만이 속출하고 있다. 일부 동은 경기도와 접할 정도로 도심에서 거리가 먼데, 송파구라서 규제 지역이 됐기 때문이다.

    풍납동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우리 동네는 문화재 매장으로 재건축이 어려워서 송파구 다른 아파트보다 가격이 한참 낮은 곳”이라며 “강남과 똑 같은 규제를 적용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성토했다.

    거여동 한 주민 역시 “뉴타운 사업으로 집값이 조금 오르나 기대했는데, 날벼락을 맞았다”며 “토허제는 명백한 재산권 침해”라고 강조했다.

    송파구 장지동의 경우 성남 수정구 창곡동·하남 학암동 등과 함께 ‘위례신도시’에 해당하지만, 이 지역만 오는 24일부터 실거주 의무를 적용받는다.

    [땅집고] 정부와 서울시가 19일 발표한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상급지 가격 상승이라는 문구가 기재돼 논란이다.

    ■ 우리는 정부가 인정한 상급지

    강남구와 용산구 등 이미 토허제를 겪어 본 지역에서는 정부의 발표로 집값이 더욱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감이 만연하다. 더욱이 정부가 공식 자료에서 ‘상급지’라는 표현을 쓴 만큼, 투자 가치를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 아파트 입주민은 “용산공원 개발사업, 용산국제업무지구 등 굵직한 사업이 속도를 낼수록 아파트 가격이 올라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어 “용산 개발 사업이나 아파트에 투자한 정부 고위직이 있는 만큼, 규제가 영원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주민들은 ‘아쉽다’는 반응이다. 동부이촌동 한 주상복합에 거주하는 박모씨는 “주상복합은 일반 아파트보다 가격 상승 속도가 느려서 규제 해제 기간 동안에도 가격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면서 “가격이 조금 오르나 싶었는데 규제를 적용받아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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