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0 17:37 | 수정 : 2025.03.21 10:15
나대지 대상 토허제를 아파트로 무차별 확대, 법적 근거 없어
문재인 정부, 위헌 의식해 도입 못 한 제도…탄핵 국면에 졸속 도입
문재인 정부, 위헌 의식해 도입 못 한 제도…탄핵 국면에 졸속 도입

[땅집고] 서울시가 토지거래허가제(이하 토허제) 해제 이후 불과 35일 만에 재지정을 번복한 가운데, 토허제가 애초의 입법 의도에서 벗어난 ‘초헌법적’ '위헌적 조치’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토지 시세차익을 노리고 투기하는 수요를 막기 위해 마련한 제도이지만, 가격 등락과 상관 없는 지역까지 포함해 무차별적으로 적용되면서 사실상 ‘주택거래허가제’로 성격이 바뀌었다.
주택거래허가제는 문재인 정부에서도 검토됐으나 위헌논란 탓에 도입되지 못했다. 탄핵으로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가운데 제대로 된 법률적 검토 없이 사실상 주택시장에 계엄령을 선포하는 초헌법적 조치인 주택거래허가제가 도입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 공산당도 집값을 잡기 위해 각종 대책을 도입했지만 주택거래허가제는 채택하지 않았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나대지에나 적용하는 제도를 아파트 거래에도 적용하는 것은 위헌적 행정 조치”라고 비판했다. 홍 시장은 “토지 위에 지은 아파트 투기를 막기 위한 제도가 아니나 토지 위에 지었다는 이유만으로 아파트 자유 매매조차 허가제로 한다는 것은 원래 토허제 취지에 반하며 자유민주적 경제질서에도 반하는 조치”라고 일갈했다.
☞아직도 발품파세요? AI가 찾아주는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토허제가 위헌적 조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는 ‘사유재산권’과 ‘주거이전의 자유’를 침해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신도시 개발이나 도로 건설 과정에서 투기 세력 유입을 막기 위해 비어 있는 땅에 적용하는 제도였지만, 현재는 집값을 통제하기 위해 인구가 밀집한 도심 한복판 아파트 단지가 그 대상이 됐다. 결국 토허제 지정 구역 거래가 최대 80%까지 급감하는 등 정상적인 실수요자들의 거래마저 침해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토허제와 관련된 ‘오쏘공’(오세훈이 쏘아올린 공)논란이 ‘홍쏘공’(홍준표가 쏟아 올린 공) 논란으로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서울시의 토허제 조치에 대해 위헌 여지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부동산적 관점에서 토지와 주택은 엄연히 분리된 요소인데, 아파트에 대지권이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토허제 규제 대상에 적용하는 게 적절한 조치라고 보긴 어렵다는 것이다.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이자 변호사인 한중석 교수는 “토허제의 문제는 집을 사는 매수자들의 투기를 방지한다는 목적에서 실시하고 있지만, 매도자 입장에서 거래 절벽으로 인해 실수요에 맞는 거래를 하지 못하면서 재산권을 침해받는다는 면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면서 “토지 투기를 방지하려다 애꿎은 실수요자 피해만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 방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유승민 전 의원은 토허제 재지정과 관련것과 관련해 “문재인 정권의 바보 같은 부동산 정책 실패를 보수정권이 되풀이해서야 되겠냐"고 말했다.
앞서 오세훈 서울시장은 사실상 토허제 규제 효과가 미미하며, 재산권 침해 여지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지난 1월 오 시장은 “토허제의 효과 검증을 위한 연구용역 결과 단기적으로는 토허제가 집값과 거래량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감소했다”면서 “재산권 행사를 임시로 막아놓은 것이라 당연히 풀어야 하지만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과감하게 풀지 못했다”고 발언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