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20 06:00

[땅집고] “옛날에 ‘버블 세븐’이라고 국가가 지정해준 좋은 부동산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도 마찬가지다. 강남, 서초, 송파, 용산구는 ‘여기 잘 나가니까 돈 있는 사람들은 여기 사세요’라고 국가가 지정해준 꼴이다.”
정부와 서울시가 19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고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용산구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확대 지정했다. 4개 자치구 소재 전체 아파트 대상으로, 2200여개 단지, 약 40만 가구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사유재사권 침해 논란 등으로 포기했던 주택거래허가제, 사실상 아파트 거래 허가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다.
☞당신의 아파트 MBTI, 조선일보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토허제 확대로 과거 정부에서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해서 정부 규제책의 타깃으로 삼은 지역을 뜻하는 일명 ‘버블 세븐’이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 경기 성남 분당신도시, 안양 평촌신도시, 용인시 수지구 등 7개 지역이다.
2006년 6월 노무현 정부 청와대는 “집값이 많이 오른 이들 7곳은 거품이 낀 것”이라고 말했다. 버블세븐 지역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주 타깃이 됐지만, 오히려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주변까지 집값 상승세가 퍼졌다.

이어 문재인 정부 때도 비슷한 용어인 ‘노블 세븐’이 유행했다. 2019년 11월 당시 정부가 내놓은 11·6 대책의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로 지정한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이다.
그 결과는 버블 세븐과 마찬가지로 집값 상승이었다. 지난해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도시연구소가 발표한 공동연구결과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5년(2017~2022년)간 서울 집값은 31.3% 올랐다.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 체제에서 현 정부도 이번 3·19 정책 발표로 사실상 가격이 오르는 좋은 부동산을 점찍어줬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부 공식 문서에서도 주로 부동산 재테크 전문가들이 사용하는 ‘상급지’라는 표현을 써가면서 강남3구와 용산구를 설명했다.
한국부동산원이 13일(10일 기준)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송파구는 전주 대비 0.72% 상승했다. 2018년 2월 첫째 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이다. 강남구(0.69%)와 서초구(0.62%)는 아파트 값 상승률도 2018년 1월 이후 최고로 나타났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토허제 확대 지정이 해당 지역뿐 아니라 주변 지역에서까지 집값 폭등의 방아쇠를 당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롭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토허제 해제로 실거주 가능 매물로 수요가 몰리게 될 텐데, 급할 것 없는 소유주들은 거래를 보류하고 호가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 지역으로 상승세가 퍼져가는 풍선효과도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도 뒤따른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연구소장은 “마포, 성동, 동작, 강동 등은 이미 상승세가 시작된 곳인데, 강남권, 용산구가 토허제로 묶이면서 수요가 몰리며 가격이 오르는 등 주변 지역으로 상승세가 번질 것”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