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19 11:20 | 수정 : 2025.03.19 15:20
오락가락 규제에 거래만 막혔다…강남·용산 40만 가구, ‘토허제 충격’ 현실화

[땅집고] “한달만에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다시 묶을 거였으면 차라리 해제하지 말았어야 한다. 아파트 호가만 높아지고, 거래가 틀어지는 등 현장에서는 혼란만 가중됐다.”
정부는 19일 부동산 관계기관 회의를 열어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집값 상승세가 뚜렷한 강남·서초·송파·용산구 소재 전체 아파트 전체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 지정하는 등의 내용이다. 4개 자치구의 2200여개 단지, 약 40만 가구 규모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사유재사권 침해 논란 등으로 포기했던 주택거래허가제, 사실상 아파트 거래 허가제를 전면 도입하는 것이다.
지난달 12일 서울시가 강남, 송파구 일대 토허제 해제를 발표한 후 한달여만이다. 재건축 사업 진행 중인 아파트 14곳을 제외한 서울 강남권 국제교류복합지구(GBC) 인근 잠실·삼성·대치·청담동에 대한 토허제 지정을 해제한 바 있다.
한달 만에 오락가락하는 서울시와 정부의 행보에 현장에서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토허제 확대 지정 지역의 중개업소들은 “토허제를 풀었다가 묶었다가 하는 오락가락 행정 때문에 혼란만 커졌다”며 불만으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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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락가락 행정에 국민만 불편
특히 지난달 해제된 후 다시 토허제가 지정된 강남구 대치동의 불만이 크다. 대치동 일대는 개포우성1차, 개포우성2차, 선경, 미도, 쌍용1차, 쌍용2차, 우성1차, 은마 등 재건축 추진 단지를 제외하고 토허제가 해제됐다. 대치동 대장주로 불리는 ‘래미안 대치팰리스’가 토허제 해제의 수혜 단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있었다.
실제 래미안 대치팰리스에서 신고가 거래가 나왔다. 조선일보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전용 91㎡(5층)이 이달 8일 45억원에 거래돼 지난해 12월 43억8000만원 대비 1억2000만원 올라 최고가를 기록했다. 전용 84㎡도 지난달 13일 40억원에 신고가 거래됐다. 전고점(2024년 9월 35억1000만원) 대비 4억9000만원 올랐다. 그간 눌려있던 가격이 토허제 해제와 함께 치솟았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이에 대해 대치동 에이치부동산 관계자는 “래대팰은 토허제 해제로 호가가 많이 올랐고 일부 실거래가 이뤄져서 가격이 폭등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실제 거래는 줄어들었다”며 “일부 수요자들은 ‘이 돈이면 차라리 대출을 더 받아서 반포동으로 가야지’라며 거래가 틀어진 적도 있었는데, 애초에 토허제를 해제하지 않고 가만히 놔뒀다면 혼란이 덜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은 매물 줄어 강남 집값 더 오를 것, 비규제 지역은 풍선효과
새롭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초구 반포동의 분위기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간 토허제의 풍선 효과로 집값이 치솟은 반포동 일대는 ‘래미안 원베일리’, ‘아크로 리버파크’ 등 3.3㎡(1평)당 가격이 2억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 지역은 집값 폭등세를 잠재우기 위해 토허제 지정이 꾸준히 거론됐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토허제 신규 지정이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반포동 반포래미안원베일리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최상급지 갈아타기 수요 때문에 원래도 공급이 많지 않았는데, 토허제 해제로 실거주 가능 매물만 거래가 가능하게 됐다”며 “반포동 소유주들은 급하게 아파트를 팔고 이주해야하는 경우가 없기 때문에 거래를 보류하고 호가를 높이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용산구 주변 지역으로 집값 상승세가 옮겨 붙는 풍선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삼성, 청담, 대치, 잠실 토허제 풍선효과로 반포동 가격이 오른 것처럼 마포, 동작, 강동구 등 인접 지역으로 번질 것”이라며 “실거주 이외 투자 수요가 주변 지역으로 옮겨가면 시세도 오른다”고 말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규제 남발로 전국의 집값을 폭등시킨 문재인 정부를 연상시키는 정책”이라며 “자칫 이번 규제가 집값 폭등의 방아쇠를 당길 수 있다”고 말했다./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