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19 06:00

[땅집고] SK의 부동산 계열사 SK디앤디(SKD&D)가 영업이익 급락 위기에 처한 가운데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통해 수익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SK디앤디는 합작 법인을 통해 서울 서초구 방배동의 한샘 디자인파크 부지에 약 1조원을 투입, 초호화 시니어 레지던스를 짓는다. 내년 초 착공해 2028년 개관이 목표다.
2004년 SK그룹 계열사가 된 SK디앤디는 SK건설 분양 업무와 부동산 개발·임대 사업을 통해 몸집을 키워왔다. 2021년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가 SK가스의 SK디앤디 지분을 전량 인수하면서 현 구조가 됐다.

■전통 부촌 방배동에 들어설 ‘시니어 레지던스’
17일 오전, 서울 지하철 9호선 구반포역 일대 반포주공 재건축 현장에서 이수고가도로 아래를 지나 방배본동에 도착했다. 하이엔드 오피스텔 ‘인시그니아반포’ 뒤로 약 120m를 걸으니 국내 최초 한샘 매장인 한샘디자인파크가 보였다.
이르면 2028년 이 자리에는 초호화 시니어 레지던스가 들어선다. 1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SK디앤디는 이 회사 자회사 DDI(디앤디인베스트먼트),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워버그핀크스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756-1에 시니어 레지던스를 짓는다. 연면적 1만㎡(약 3300평), 최고 12층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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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 수와 가구 당 면적, 평면도, 커뮤니티 등 자세한 내용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세부 내용에 대한 설계를 진행 중”이라며 “강남권 한복판에 들어서는 하이엔드 시니어타운인 만큼, 내부를 중소형 평형으로 구성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SK디앤디 측은 기존 시니어 레지던스와의 차별점으로 입지를 꼽았다. 서초구 방배동이 서울 전통 부촌으로 꼽히는 곳인 만큼, 입지 자체가 기존 시설과 다르다는 것이다. 반경 2㎞ 이내에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이 있는 것도 장점이다.
실제로 이 일대 정비사업과 신축 아파트는 국내 부동산 시장 최대 관심사다. 사업부지와 마주보는 방배삼호 12·13동은 나홀로 아파트지만, 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 르피크’로 바뀐다. 3.3㎡(1평)당 1억원을 훌쩍 넘긴 반포주공1단지3주구(래미안트리니원), 1·2·4주구 (디에이치클래스트)도 인접하다.

■ 방배동 30년 지킨 한샘 매장, 300억원에 팔린다
SK디앤디는 DID, 워버그핑크스와 함께 합작법인(JV)을 설립해 이번 사업을 추진한다. 올해 상반기 법인 설립과 부지 매각 절차를 모두 마치고, 해당 법인을 통해 공동으로 3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담보대출, 투자금 등을 고려하면 최소 사업비로 약 1조원이 든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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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 부지는 한샘의 1호 오프라인 매장인 한샘디자인파크다. 한샘이 1990년대 중반 부엌 가구 전문회사에서 가구·인테리어 회사로 확장하면서 선보인 곳이다. 대지면적 1592㎡(481평)다. 현재 지하1층~지상5층 전체를 한샘 오프라인 매장으로 운영 중이다. 한샘은 2022년 상장 20년 만에 적자전환을 기록, 이듬해인 2023년부터 300억~400억원에 해당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그러나 마땅한 새 주인을 찾지 못했다.
SK디앤디 측은 최고급 시니어 레지던스를 짓기 위해 부지를 물색하던 중, 한샘의 디자인파크 매각 의사를 확인했고 매수 결정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매입 주체는 합작 법인이다. 매각 가격은 공개 전이다. 업계에서는 인근 시세를 고려할 때 매각가격이 한샘이 2년 전 책정한 가격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디앤디는 앞으로 합작법인을 통해 전국에서 10개 이상 시니어 레지던스 사업을 전개한다. 김도현 SK디앤디 대표는 “방배동 사업 외에도 2개의 프로젝트를 추가로 검토 중”이라며 “워버그핀커스 플랫폼, 운영 전문성을 결합한 시니어 주거 상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 영업이익 폭락한 SK부동산 회사, 시니어로 재기할까
업계에서는 부동산 시장 변화로 인해 SK디앤디의 주력 분야인 지식산업센터, 공유주거 플랫폼 사업 등이 침체한 만큼, SK 디앤디가 수요가 늘고 있는 시니어 하우징을 미래 먹거리로 본 게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해 이 회사 실적은 주력 산업 침체와 함께 고꾸라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SK디앤디의 2024년 매출액은 8708억원으로, 전년(3850억원)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반토막이 났다. 영업이익의 경우 1775억원에서 536억원으로69%줄었다. 당기순이익은 1030억원에서 441억원으로 57% 줄었다.
SK디앤디 관계자는 “사업과 자산 등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사업 구조로 인해 2023년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며 “2024년 실적의 경우 역기저효과로 인해 낮아보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SK디앤디 전신은 실내건축 공사업체 ‘아페론’이다. 최창원 부사장이 이끌던 SK케미칼은 2004년 아페론 지분 70%를 확보, SK그룹 계열사로 만들었다. 이후 일산 킨텍스몰 개발 등 그룹 내 시행사 역할을 하던 아페론은 2007년 사명을 ‘SK디앤디’로 바꾸면서 도시형생활주택, 지식산업센터 등으로 사업 보폭을 늘렸다. 2019년 임대주택 브랜드 ‘에피소드’를 만들었으며, 부동산 매입부터 개발, 준공 후 임대 과정까지 아우르고 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