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18 06:00
[아파트 브랜드 언박싱]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 공동브랜드 ‘해링턴’의 하자논란

[땅집고] 지난해 효성중공업이 수주한 주택 사업 수주는 단 2건에 불과했다. 11월 경기 광주시 역동 ‘경안2지구 도시개발사업’(3547억원), 12월 김포시 풍무동 ‘풍무 양도지구’(4754억원) 등이다. 자회사인 진흥기업은 2019년 워크아웃 종료 후 최대 수주 실적(1조1919억원)을 거둔 가운데 민간부문에서 5412억원을 수주했다.
그러나 정비사업으로 범위를 좁히면 성적은 저조하다. 효성중공업이 수주한 사업장은 없고, 진흥기업이 3139억원을 수주했다. 서울 성북구 장위동가로주택사업(532억원), 마포구 합정동가로주택사업(687억원) 등 소규모 사업장, 중흥토건과 컨소시엄을 이뤄 참여하는 ‘대전 유천동3구역 재개발정비사업’(1920억원)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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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턴’ 브랜드로 수주한 사업장은 대기업 건설사가 외면한 소규모 정비사업지뿐이다. 조합원들이 시공사를 결정하는 정비사업에서 일명 ‘1군 건설사’의 아파트 브랜드 선호 현상이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또한 해링턴 브랜드의 끊임없는 하자 논란으로 자멸한 측면도 있다.

■ ‘1군 브랜드’에 치여 수주·분양 이중고
해링턴은 효성중공업과 진흥기업이 2013년부터 공동으로 사용하는 아파트 브랜드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에서 아파트 ‘해링턴 플레이스’, 주상복합 ‘해링턴 스퀘어’ 등이 각광을 받았고, 지방으로 영향력을 키웠다. 최근 들어서는 대형 건설사 브랜드에 밀려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분양 물량 24만1866가구 중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 물량이 12만538가구(49.8%)에 달했다. 2022년 35%, 2023년 44%에서 꾸준히 비중이 늘고 있다. 미분양 우려가 적은 서울에서 10대 건설사 비중은 80% 정도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중견사 브랜드는 분양 실적, 입주 후 가치 상승 등의 문제로 선호도가 낮아서 주요 사업장 수주에 뛰어드는 것 자체가 리스크”라며 “최근 경기 성남시의 ‘은행주공’ 재건축 수주전이 브랜드 인지도가 얼마나 중요한지 극명하게 보여줬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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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링턴은 최근 ‘미분양 브랜드’라는 안 좋은 이미지가 굳어지고 있다. 2023년 7월 공급한 제주시 애월읍 '효성해링턴 플레이스 제주', 각각 2024년 3월과 10월 분양한 경기 평택시 '지제역 반도체밸리 해링턴 플레이스', 대전 ‘둔산 해링턴 플레이스 리버파크' 등이 청약 미달 사태를 냈다.
오는 4월 올해 해링턴 브랜드의 마수걸이 공급지인 인천 부평구 ‘해링턴스퀘어 산곡역’(2043가구) 분양을 앞두고 있다. 올해 중 김포 풍무 양도지구, 광주 경안2지구 분양까지 계획 중이다.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사업장이지만, 부정적인 브랜드 이미지가 분양 성적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

■ “해링턴은 하자 아파트” 논란으로 자멸
하자 논란으로 해링턴 브랜드 스스로 무너진 영향도 크다. 2019년 준공한 경기 의왕시 학의동 백운밸리의 ‘백운호수 해링턴플레이스’ 하자 논란은 최근 다시 화제가 되고 있다. 2015년 효성중공업은 백운밸리 내 5개 블록 총 2480가구 아파트 단지 시공사로 선정됐다. 공사비 4400억원대 규모 계약이었는데, 당시 수의계약 형태로 수주했다.
이때 효성그룹이 관련 문서를 조작해 시공비를 부풀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말 효성그룹 2인자인 이상운 부회장이 업무상 배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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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의 경찰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백운호수 해링턴플레이스’ 하자 논란이 수면 위로 다시 올라왔다. 2019년 2월 초 최초 사전점검 때부터 일부 가구에서 바닥·벽·천정 파손과 균열·누수가 발견됐고 싱크대, 변기 등 기본 시설이 설치되지 않는 등의 문제가 제기됐다. 이후 같은 해 2월 말 사전점검을 재차 진행했으나 시공 미비로 의왕시로부터 준공승인이 아닌 임시사용승인을 받았다.
백운호수 해링턴플레이스 1단지의 100여가구에서는 최근 1년 사이 화장실 타일이 무더기로 탈락하는 현상이 발생해 주민들의 불편 신고가 이어지고 있다. 사우나·실내골프장·체육관 등 커뮤니티 시설 천장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떨어져 내리는 등 누수 문제도 발생했다.
그외 대표적인 하자 단지는 효성중공업이 시공하고2020년 준공한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용산 센트럴파크’. 보통 아파트 하자 보수는 입주 초기에 집중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해결되지만, 이 단지는 지난해까지 일부 입주민과 효성중공업 사이 갈등이 있었다.
진흥기업이 시공에 참여한 단지들은 하자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지난해 8월 입주한 대구 중구 남산동 ‘해링턴 플레이스 반월당’, 11월 입주한 인천 부평구 부평동 ‘부평역 해링턴 플레이스’는 누수 등에 대한 하자 보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입주민 불만이 이어졌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