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15 06:00
[땅집고] 20년 디플레이션 침체에 빠졌던 일본. 한때 시간의 변화를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정체된 대도시라는 불만은 이제 옛말이다. 도쿄는 2020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천지개벽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개발 사업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때 도쿄를 대표했던 롯폰기힐즈, 미드타운, 도쿄타워와 같은 곳은 이제 잊어도 좋다. 도쿄의 새로운 랜드마크들이 전세계 관광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 도쿄 최고층 아자부다이힐즈(麻布台ヒルズ)
■ 도쿄 최고층 아자부다이힐즈(麻布台ヒルズ)

과거 10년 이상 관광객들에게 필수 방문 코스였던 롯폰기힐즈, 오모테산도힐즈를 개발했던 부동산디벨로퍼 모리빌딩의 새 작품이다. 2023년 11월 오픈한 아자부다이힐즈의 부지는 8만1000㎡로 롯폰기힐즈의 70% 수준이다.
하지만 54~64층짜리 빌딩 3개 동에 연면적 86만1700㎡ 규모로 롯폰기힐즈의 연면적(75만9100㎡)을 앞선다. 더군다나 메인 빌딩은 도쿄의 최고층 빌딩이다. 메인타워의 상층부에는 122실 규모의 최고급 호텔과 ‘아만 레지던스 도쿄'라는 주거시설이 자리잡고 있다. 11개층에 2~6개의 침실을 갖춘 91가구로 평균 가격은 평균 20억엔(187억원)이다. 최상층 3가구는 200억엔(1870억)~300억엔(280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저층부 쇼핑몰에는 에르메스 까르띠에 불가리 등 명품 업체, 식당가 등이 입점해 있다. 모리빌딩은 롯폰기힐즈에서 선보였던 넓은 정원과 각종 문화시설을 개발하는 자신들의 개발 노하우를 극대화시켰다. 부지 면적 30%에 해당하는 2만4000㎡(약7260평)가 녹지로, 과수원과 채소밭도 있다.
디지털 아트 그룹인 팀랩(team lab)의 전용 전시장이 들어서 있다. 팀랩 전시장은 오프라인 공간과 디지털 아트를 결합해, 전시 개관1년 만에 약230만 명을 동원한 기록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될 만큼 세계적 인기를 끌었다. 모리 측은 연간 3000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측했고 그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 젊은이들의 성지 하라주쿠의 하라카도

명품거리로 유명한 오모테산도와 인접한 하라주쿠는 젊은이들의 코스프레로 유명한 거리이다. 오모테산도가 명품 패션의 성지라면 하라주쿠는 저가 스트리트 패션, 서브컬처의 성지이다. 작년 4월 하라주쿠를 대표하는 신랜드마크 하라카도가 오픈했다. 7층 규모의 하라카도는 다양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새로운 하라주쿠 문화의 창조·체험 장소로 기획됐다.
롯폰기힐즈처럼 수조원을 들이지 않았지만, 적은 돈으로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하라카도가 보여준다. 2층 잡지 라이브러리 ‘커버(COVER)’ 는 1960년대부터 나온 3000권의 잡지를 소장하고 있다. 3~4층은 크리에이터를 위한 공간이다. 회원제 크리에이티브 라운지, 스튜디오, 디자인 사무소, 갤러리, 디지털 체험관 등으로 구성돼 있다. 5~6층은 식당가. 7층 옥상 테라스는 하늘에 떠 있는 숲처럼 조성됐다. 흥미로운 공간이 지하층 목욕탕이다.
고엔지의 90년 된 동네 목욕탕, 고스기유(小杉湯)의 하라주쿠 분점이다. 현재 3대째 운영되는 목욕탕 ‘고스기유’는 공유 오피스, 예술가 및 브랜드 협업행사 등으로 지역 커뮤니티 중심지로 유명하다. 하라주쿠 쇼핑가와 오모테산도 명품샵 거리를 비교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부야스카이와 미야시타 파크

스크램블 교차로로 유명한 시부야의 새로운 명물은 전망대이다. 올림픽을 앞둔 2019년 지상 47층, 지하 7층의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란 건물이 만들어졌다. 이 건물의 최상층에 있는 전망대가 ‘시부야 스카이’이다. 입장료가 2500엔이나 하지만, 예매를 하지 않으면 입장 못할 수도 있다.
인기를 끈 것은 사진 촬영에 최적화된 건물설계이다. 전망이 좋은 고층 빌딩들은 도쿄에 널려 있지만, 시부야 스카이는 인스타용 ‘인생샷’을 보장해준다. 옥외 전망대에는 주변이 통창으로 되어있어 각 모서리가 사진 포인트이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모델과 사진작가가 될 수 있다. 랜드마크가 초고층, 천문학적 건설비용이 아니라 젊은이들의 트랜드에 접목하는 아이디어라는 점을 새삼 느낄 수 있다.

시부야의 또다른 랜드마크가 2020년 문을 연 미야시타 파크. 원래 노숙자들이 많아 시민들이 접근을 꺼리던 지역이었지만, 민관협력 방식 사업을 통해 상업성과 공공성을 함께 갖춘 랜드마크로 재탄생했다. 서울의 7017고가도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 소비자들의 욕구를 무시한 관청 주도 사업을 벌여 철거논란이 벌어지고 있지만, 미야시타 파크는 민관협력으로 상업성과 공공성을 다 갖춘 랜드마크가 됐다. 한국의 관료들이 랜드마크 만들겠다고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고령화로 예산이 부족한 일본 관료들은 민간의 자본과 아이디어로 도시의 활력을 만들고 있다.
시부야 인근 6만6116㎡(약 2만평) 대지에 길이 330m에 조성된 옥상공원과 상업시설이다. 미쓰이 부동산이 노후 건물을 전면 재건축해 공원, 상업시설, 호텔, 주차장 등 복합시설로 재탄생시켰다. 옥상공원은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스케이드보드장, 암벽등반장까지 갖췄다. 1층부터 3층까지 락셔리 브랜드와 메종 키츠네, 키이스(KITH) 등 일본에서 힙하게 떠오르는 패션 브랜드, 음식점이 입점해 있다.
■구마겐고가 설계한 메구로 스타벅스 매장

일본 도쿄 메구로(目黒) 강가에 자리한 '스타벅스 리저브 로스터리(Starbucks Reserve Roastery)'는 도쿄의 필수방문 코스가 됐다. 일본은 한국보다 스타벅스 매장이 적지만, 전세계 6곳에 있다는 스타벅스 리저브로스터리를 유치했다.
세계적인 건축가 구마 겐고(隈研吾)가 설계한 4층 건물이다. 1층은 스타벅스 리저브로 메린로스터리와 커피바, 그리고 프린치 베이커리가 자리잡고 있다. 2층은 스타벅스 티 브랜드인 '티바나(TEAVANA)로 각종 차를 맛볼 수 있다. 3층 '아리비아모(ARRIVISMO'에서는 커피와 티를 이용한 맥주와 칵테일을 즐길 수 있다. 4층 'AMU 인스퍼레이션'은 이벤트와 워크샵이 열리는 공간이다. 메구로 강가가 보이는 발코니석은 벚꽃 시즌인 3월 17일~4월 6일에는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줄을 서지 않으려면 아침에 방문, 모닝커피를 즐겨야 한다. 오전 7시 오픈한다.
■온천과 에도시대 일본음식 즐기는 도요스 센카쿠반라이

2024년 2월 오픈한 시설로, 에도 시대를 재현한 거리에서 식사, 쇼핑, 휴식을 즐길 수 있다. ‘도요스 장외 에도마에 시장’과 ‘도쿄 도요스 만요 클럽’ 등 2곳으로 구성돼 있다. 3층 건물인 도요스 장외 에도마에 시장은 신선한 해산물·식재료로 만든 음식점과 상점이 줄줄이 늘어선 고풍스런 에도 거리를 재현했다. 산책하면서 가볍게 간식을 즐길 수도 있다. 일본식 카페와 기념품 가게도 있다.
도쿄 도요스 만요 클럽은 ‘도심의 온천마을’이 컨셉이다. 온천 시설과 휴식 시설이 24시간 영업한다. 도쿄만을 조망할 수 있는 노천탕과 바닷가의 풍경이 360도 파노라마 뷰로 펼쳐지는 전망 족욕 정원도 있다.온천지로 유명한 ‘하코네(箱根)’와 ‘유가와라(湯河原)’에서 매일 운반해오는 온천수를 즐길 수 있다./hbcha12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