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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조합들 삼성물산에 부글부글…3곳서 저울질하다 입찰 철회

입력 : 2025.03.14 06:00

[땅집고]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본사. /뉴스1

[땅집고] 삼성물산 건설부문(이하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한남4구역 수주전 승리 이후 각 사업지에서 과도한 저울질에 나서 업계 빈축을 사고 있다. 경쟁에 나설 것처럼 분위기를 조성해놓고 입찰 땐 빠지는 식으로 일정을 지연시키거나 조합 집행부 불신을 키우면서 사업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개포주공6ㆍ7단지, 삼성물산 입찰 포기로 사업 지연…”여론전 제보까지”

14일 재건축 업계에 따르면 강남구의 윤형무 개포주공6ㆍ7단지 재건축 조합장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그동안 수주의지를 표명하며 입찰의향서를 제출했던 2개 사 중 1개 사가 막판 입찰을 포기해 결국 유찰됐고 그로 인해 당초 계획했던 시공자 선정 일정도 4월에서 6월로 일정이 밀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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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조합장은 “이번 입찰을 포기한 1개 사는 우리 단지뿐아니라 여러 타 정비사업장에서도 동일 혹은 유사한 방식으로 입찰을 포기해 논란이 되고 있다”며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 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와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제보도 입수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합을 좌지우지하려는 건설사들에 휘둘리지 않고 향후 절차에 따라 조속히 시공자 선정 재입찰공고를 진행한다”고 덧붙였다.

개포주공6ㆍ7단지 재건축 조합은 지난 12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곳은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홍보에 나서면서 경쟁 입찰이 점쳐졌던 곳이다. 삼성물산의 포기로 인해 애초 계획했던 시공자 선정 일정은 다음달에서 6월로 일정이 밀리는 등 피해를 입었다. 조합은 이날 입찰 재공고를 냈다. 마감일은 오는 5월 7일이다.

■ 사업 조건까지 바꿨는데…삼성물산, 잠실우성1ㆍ2ㆍ3차 내분 발발

삼성물산은 지난 12일 송파구 잠실우성1ㆍ2ㆍ3차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입찰을 포기해 논란을 낳았다. 특히 이 사업지에서는 조합이 경쟁 입찰을 위해 입찰 조건까지 변경한 상황이라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잠실우성1ㆍ2ㆍ3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유찰에 따른 입찰 재공고’를 심의하려 했으나, 이사회 성원 불발로 무산됐다.

잠실우성1ㆍ2ㆍ3차의 경우, 지난해 9월 첫 입찰에서 GS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됐다가 같은해 12월 입찰 조건을 수정해 다시 1차 입찰에 나섰다. 입찰 조건이 과도하다는 삼성물산의 요구를 수용한 결과다. 조건 변경 이후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단지 내 현수막, 버스광고 등에 나서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조합에서도 삼성물산 입맛에 맞춰 공사비를 올리고 책임준공확약서 제출 요건을 완화 조건까지 바꿔줬다. 그러나 지난 4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GS건설만 참여하면서 또다시 유찰됐다. 삼성물산 측은 개별홍보를 문제 삼으며 입찰을 포기했다. 사업 지연 리스크를 감수하면서 삼성물산을 입찰에 참여시키려고 했다가 실패하자 조합 집행부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조합 교체설까지 돌면서 사업에 치명상을 입혔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합원 A씨는 “입찰을 며칠 앞두고 입찰 포기를 선언한 삼성물산에 대해서는 도의가 없다고 느끼는 걸 넘어 괘씸하기까지 하다”며 “삼성도 문제지만, 개별홍보는 송파구청에서도 공문을 보낼 정도의 문제인데 조합이 삼성물산에 포기 빌미를 줬다는 것이 조합원들의 가장 큰 불만”이라고 말했다.

■ 방배15구역 입찰 냄새만 풍기더니 불참…삼성물산, 강남3구 ‘저울질’ 논란

이 상황에서 삼성물산이 서초구 방배15구역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입찰 가능성이 점쳐져 논란이 됐다. 삼성물산은 이 현장에서도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삼성물산이 입찰 공고 전부터 조합에 입찰 조건 등을 질의하며 관심을 보이면서 조합원들 기대가 커졌던 현장이다.

삼성물산은 1차에 이어 지난 11일 2차 입찰의향서 마감일에도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 방배15구역 조합에서도 삼성물산 참여 등 경쟁 입찰을 성사시키기 위해 입찰제안서 제출 기한 관련 조건을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5월 9일이다. 삼성물산 불참으로 이 현장에서도 내홍이 격화하는 분위기다. 해임 이사 3명은 삼성물산 불참 책임을 묻겠다며 김석근 조합장을 상대로 해임 총회를 발의했다며 내용 증명을 보냈다.

불과 한 달 사이에 삼성물산이 사업지 세 곳에 사실상 불참을 선언하면서 파장을 미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의 이기적인 전략으로 인해 조합원들이 실질적인 피해를 입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사가 충분히 사업성 검토를 하다가 빠질 수는 있지만, 그 피해가 조합원에게 가서는 안 된다”며 “입찰 조건을 바꿔가면서 사업 일정을 지연시켰으면 책임을 져야 하는데, 조합 집행부만 난감해진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한남4구역 수주전 승리로 급한 불을 끈 삼성물산이 올 하반기 열리는 서울 최대 사업지인 강남구 압구정2구역 등에 집중하기 위해 욕먹기를 감수하는 것 아닐까 싶다”며 “수의계약 아니면 안 하겠다면서 다시 콧대를 높인 선별 수주 전략을 펼친다고 보여진다”고 했다. 3개월 만에 지난해 수주액을 훌쩍 넘어서면서 관리가 어려워지자 조금씩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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