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11 13:29

[땅집고] 2010년대 중반쯤 독특하고 아기자기한 식당·카페·매장이 하나 둘 들어서면서 신흥 골목상권으로 급부상한 서울 마포구 ‘망리단길’ 상권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서울시와 마포구청이 망리단길을 포함한 망원동 일대 지역을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후보지인 ‘망원1구역’으로 묶었기 때문이다. 개발이 완료되면 망리단길 자리에는 2000여가구 새아파트가 대신 들어서게 된다.
망원1구역 신속통합기획 개발을 앞두고 구역 내 단독주택·빌라·상가 등 부동산 소유주들 의견이 첨예하게 갈리는 분위기다. 먼저 남쪽에 한강을 낀 망원동 입지를 고려하면 대단지 한강뷰 아파트가 들어설 기회를 놓치면 안된다는 찬성 측 의견이 있다. 반면 지난 10여년 동안 젊은 창업가들과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자리잡아온 망리단길 상권을 아예 없애버리는 것은 너무 아깝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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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1구역, 2000가구 규모 한강뷰 대단지로 탈바꿈하나
망원1구역 재개발은 서울 마포구 망원동 416-53 일대 7만8695㎡ 부지에 총 2000여가구 규모 아파트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서울시가 정비계획 수립 단계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대로 개발을 진행하는 대신, 통합 심의 등 지원으로 일반 정비사업보다 3~5년 가량 사업 속도를 앞당길 수 있는 신속통합기획 방식으로 재개발을 추진한다. 그동안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 두 차례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셨지만 2023년 11월 주민들의 68% 동의를 받아 3수 끝에 후보지로 선정됐다.

건설 부동산 업계에선 망원1구역이 재개발만 되면 서울 강북권에서 제법 희소성을 갖춘 아파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먼저 서울에서 가장 상품성이 높다고 꼽히는 ‘한강뷰’가 가능한 입지다. 인근 한강공원으로 걸어서 5~10분 내외로 도착 가능해 입주민들의 쾌적한 생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교통망으로는 도보 15~20분 거리에 지하철 6호선 망원역이 있고, 강변북로·올림픽도로·내부순환로 등 서울 핵심 도로 진출입이 편리한 위치기도 하다.
한순분 망원1구역 신속통합기획 재개발 추진위원장은 “구역에서 드론을 띄워본 결과 재개발 후 약 10층 정도부터는 한강뷰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재 구역 지정을 위한 동의서를 걷고 있는데 올해 3~4월 말 주민설명회 이후 결정될 것으로 본다”고 했다.
■”10년 동안 자리잡은 망리단길 없애다니”…상인들 분노

반면 망원1구역이 재개발에 돌입할 경우 기존 망리단길 상권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되는 데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망원1구역 우측 경계선을 따라 조성된 수직도로 상권이 망리단길인데, 그동안 상권이 성장하면서 이면도로에도 매장이 줄줄이 입점해 규모가 제법 커졌다. 이처럼 마포구 일대를 대표하는 상권으로 등극한 망리단길을 새아파트로 지역 주민들과 상인들 반감이 제법 큰 분위기다.
망원동 일대에서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힌 이달우씨는 “망리단길은 인근 합정동 상권 대비 체감 유동인구가 최소 5배에서 10배 정도 많을 정도로 성장한 상권”이라면서 “망리단길처럼 특색 있는 상권이 자리잡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오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됐는데, 마포구청이 이런 지역성을 철저히 무시하는 재개발을 진행하니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 망원동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는 A씨는 “용산구청은 경리단길 상권을 살리겠다고 갖은 지원을 해주는데, 마포구청은 오히려 망리단길을 없애려고 하고 있으니 기가 찰 노릇”이라고 했다.

더불어 망원동 일대 원주민 중 30~50년 이상 거주한 중장년층이 많다 보니 추가분담금 납부가 부담스러워 신속통합기획 재개발을 거부하는 소유주들도 눈에 띈다. 현재 시점에서 망원동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를 고려하면 망원1구역 분양가는 59㎡(25평)가 10억원, 84㎡(34평)이 14억~15억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대지지분 8~10평짜리 주택 소유주가 감정평가금액에 따라 집을 3억~4억원 정도에 매도한다고 가정해도 분담금으로 최대 10억원 이상을 납부해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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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1구역 일대 주택 소유주 B씨는 “다른 신속통합기획 구역들과 달리 망원1구역은 도로도 반듯하게 잘 나있는 데다 폭이 6~8m 정도로 널찍한데 왜 굳이 재개발하려는지 모르겠다”면서 “굳이 추가분담금을 내면서 새아파트를 얻는 대신 지금 집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했다.
■신통기획 후보지 취소도 가능…망원1구역 운명 5월쯤 정해진다
한편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중에서는 망원1구역처럼 개발 여부를 둘러싸고 소유주 간 갈등이 터진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서울시는 2024년 2월 도시주거환경정비기본계획을 개정해 토지 등 소유자의 25% 이상, 토지 면적의 절반 이상이 반대하는 경우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서 빠질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2월 28일 후보지로 선정된 강북구 수유동 170-1일대가 반대 30%, 2022년 12월 28일 후보지에 오른 서대문구 남가좌동 337-8 일대가 32% 반대표를 얻으면서 지난해 10월 신속통합기획 후보지에서 최종 취소됐다.
마포구청 주택상생과 관계자는 “2023년 11월 망원1구역 후보지 선정 당시 서울시가 ‘지역 상권을 고려한 구획을 검토하라’며 조건부선정 심의를 냈기 때문에 주민 의견 청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상가의 경우 원하는 주민들은 구역에서 제척하고, 이런 의견을 모두 반영해 서울시에 다시 전달하면 올해 5~6월 중에는 구역계를 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