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10 14:08

[땅집고] 부산 해운대 일대에서 최고 600억원대 분양가를 내세웠던 초고가 오피스텔 ‘오르펜트 해운대’ 부지가 통째로 공매에 나왔다. 초기 분양에 실패해 건축 계획까지 바꿨지만, 이후에도 수분양자를 찾지 못해 결국 공매에 넘겨진 것으로 보인다.
10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이달 부산 해운대구 중동 1394-355 일대 토지 3583㎡와 건물 7138㎡가 한꺼번에 공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모든 부동산 일괄 매각 조건으로 감정가는 1681억원이며, 이달 7일 최저입찰가 2185억3922억원으로 공매 첫 회차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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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공매로 나온 부동산은 2022년 설립한 신규 시행사 ‘파이엇디벨롭먼트’가 분양가 최고 600억원대 초호화 오피스텔인 ‘오르펜트 해운대’를 신축하려던 부지라 업계 관심이 쏠린다. 부산 지하철 2호선 해운대역까지 걸어서 5분, KTX부산역까지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땅이며 남쪽으로 직선 300여m에 해운대 바다를 끼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오르펜트 해운대’는 지하 7층~지상 29층, 전용 350~778㎡ 대형 오피스텔 82실, 주차대수 561대 규모로 계획됐다. 모든 호실에 ‘펜트하우스’라는 명칭을 붙이면서 해운대 일대에서 최고급 하이엔드 오피스텔로 짓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최고급 커뮤니티 시설과 컨시어지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었다.
계획상 건물 2~3층에 핵심 시설들이 집결됐다. 먼저 2층에 25m 길이 레인과 키즈풀 수영장, 해운대 바다 조망이 가능한 피트니스 공간, 사우나, 파인 다이닝 홀 등을 설치할 계획이었다. 3층에는 국내 최초로 국제 규격을 갖춘 테니스 코트를 배치했다. 프랑스 출신 세계적 건축가 장 미셸 빌모트가 설계를 맡는다고 홍보했다.
최고급 오피스텔로 계획한 만큼 분양가가 600억원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 해운대 일대에선 역대 최고 수준이다. 2023년 첫 분양 당시 주택형별 분양가는 면적이 큰 순서대로 ▲‘슈퍼 펜트하우스’ 4개실 510억~590억원 ▲ ‘듀플렉스 펜트하우스’ 12개실 170억~500억원 ▲ ‘단층 펜트하우스’ 66개실 97억~286억원 등으로 책정됐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오르펜트 해운대’는 입지에 비해 분양가가 너무 비싸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거·투자수요를 유치하는데 난항을 겪었다. 이에 파이엇디벨롭먼트 측은 각 호실 면적을 일부 축소하는 방식으로 내부 설계를 수정하는 결단을 내렸다.
2024년 3월 부산시 건축위원회 심의에 따르면 ‘오르펜트 해운대’ 단지 규모는 기존 지하 7층~지상 29층에 총 82실에서, 지하 6층~지상 36층에 총 226실 규모로 변경됐다. 시행사가 총 호실 수를 늘리는 대신 각 호실당 면적을 줄여, 분양가 허들을 낮춰 수요를 끌어모으려던 의도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오르펜트 해운대’는 서울 강남권 하이엔드 오피스텔보다 높은 분양가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이 겹치면서 분양 흥행에 실패했다. 결국 첫 삽도 뜨지 않은 단계에서 시행사가 자금난으로 사업을 중단하면서 건물 전체가 공매로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달 7일 ‘오르펜트 해운대’ 사업 부지는 최저입찰가 2185억원에 첫 공매를 진행했으나 입찰한 기업·투자자가 한 곳도 없어 유찰됐다. 이후 오는 11일부터 27일까지 8회차에 거쳐 공매가 진행될 예정이며, 유찰될 때마다 입찰가는 전 차수 대비 10%씩 차감되는 방식이다. 향후 공매가 마지막 8차에 다다르면 입찰가는 1045억원 정도로 최초 가격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낮아진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