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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발장 문도 안 닫혀요" 분양가 27억 하이엔드 아파트서 분노폭발한 이유

    입력 : 2025.03.10 09:24 | 수정 : 2025.03.10 11:22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 한 가구 신발장 모습. 실내 슬리퍼를 놓으면 문이 닫히지 않는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27억짜리 하이엔드 아파트라더니, 현관 신발장에 신발이 안 들어갑니다. 이것 뿐 만이 아니예요. 집집마다 4평짜리 테라스를 준다고 했는데, 우리 집 테라스는 1평 남짓합니다. 이거 완전히 사기분양 아닙니까!”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 수분양자 A씨)

    강남 한복판에 들어선 평당 9000만원 짜리 아파트에서 시행사와 수분양자가 갈등을 빚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파트·오피스텔 복합 단지 ‘보타니끄 논현’ 이야기다. 수분양자들은 신발장이 제대로 닫히지 않고, 가구 당 테라스 면적이 분양 당시 홍보한 내용과 다르다며 사기 분양을 주장 중이다. 시행사인 라미드그룹은 계약서 상 문제되는 부분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 건물 전경. /강태민 기자

    ‘보타니끄 논현’은 1개 동, 지하 7층~지상 18층 규모다. 3~9층은 전용 42~55㎡로 구성된 오피스텔 42실이 있다. 10~17층은 전용면적 61~121㎡ 아파트다. 전 가구가 개방형 테라스를 갖춘 게 특징이다. 루프탑 수영장과 헬스장, 조식 라운지 등 커뮤니티가 있다. 2021년 11월 평당 분양가 약 9000만원에도 불구하고, 분양 첫날 완판했다.

    ■ 신발 안 들어가는 신발장있는 하이엔드 ‘보타니끄 논현’

    지난 달 25일, 이 건물 아파트 가구 한 집을 찾았다. 대문으로 들어가니 5㎝가량 열린 신발장 문이 눈에 띄었다. 폭이 짧게 설계돼 실내 슬리퍼를 넣어도 문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신발을 옆으로 배치하면 문을 닫을 수 있지만, 수납 공간이 반 넘게 줄어든다. 총 29가구 중 일부 가구에는 이처럼 신발이 안 들어가는 신발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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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분양자들은 신발조차 제대로 못 넣는 하이엔드 주거시설이 어디 있냐며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보따니끄 논현’ 분양계약자 A씨는 “밖에서 신는 신발보다 크기가 작은 슬리퍼를 넣어도 신발장이 안 닫힌다”며 “시행사가 ‘신발 받침대 각도를 바꾸면 신발을 넣을 수 있다’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데, 이게 하이엔드 주거시설에서 일어날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수십억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한 만큼, 자재나 시공 상태 등 전반에서 고품질을 기대했지만 결과물이 전혀 딴판”이라며 “시행사인 라미드그룹에 계약 해지 책임이 있다”고 덧붙였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 홍보물. 가구 당 4.4평 테라스를 제공한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 /라미드그룹

    ■ 옆집은 4평 훌쩍 넘는데, 우리집은 왜 단칸방 테라스

    수분양자들은 테라스 과장 광고 의혹도 제기했다. 분양 당시에는 가구 당 4.4평(14.54㎡) 테라스를 제공한다고 했는데, 일부 가구 테라스는 이보다 훨씬 작은 면적이라서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 테라스 크기 비교. /이해석 기자

    실제로 이 단지 호실별 테라스 크기는 육안으로 봐도 크게 다르다. 한 가구는 성인 남성 여러명이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로운 크기의 테라스를 갖췄다. 다른 층 가구는 성인 한 명이 겨우 앉을 수 있을 정도의 규모였다.

    수분양자들은 아파트 주택형이 제각각이므로 테라스 모양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크기가 두 배가량 차이날 줄은 몰랐다는 입장이다. 통상 테라스는 서비스면적에 해당한다. 계약서에 기재된 공급면적과 전용면적, 계약면적을 통해 크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논현동 '보타니끄 논현' 관련 공문.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시행사인 라미드그룹 측에 답변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독자 제공

    계약자들은 이외에도 유명 건축가를 활용한 허위 광고, 잦은 담당자 교체로 인한 부실시공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시공사인 두산건설 역시 설계 문제 발견 후 시행사에 설계변경 필요성을 제기했으나, 끝내 시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시행사 “법적 문제 없다”

    이 단지 시행사는 호텔과 리조트, 골프장 사업을 영위하는 라미드그룹이다. 라미드 그룹 측은 ‘보타니끄 논현’의 경우 계약 파기에 이를 정도로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신발장 받침대 각도를 바꾸면 불편한 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라스의 경우 각 주택형 평면이 다른 만큼, 계약자가 테라스 크기가 다른 것을 충분히 인지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라미드그룹 측은 2021년 11월 ‘보타니끄 논현’ 분양 이후, 공사에 최선을 다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2024년 10월 준공 직전에 사전점검을 진행했고, 당시 미흡했던 공사 현장 완공도를 고려해 이후 자체적으로 업체를 고용해 사전점검을 따로 준비했다는 것이다. 다만, 두번째 사전점검은 실제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 건물은 2024년 11월 준공했다.

    라미드그룹 관계자는 “신발장 등의 문제는 계약 해지 사유가 아니다”며 “보타니끄 논현의 경우 분양 이후 설계 변경이 크게 이뤄졌거나,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분양 계약서에는 ‘경미한 설계변경이나 현장여건 등에 따른 설계변경에 대해서는 수분양자가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거나 동의가 간주된다’는 규정이 있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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