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09 06:00

[땅집고] 서울 성동구민들의 45년 숙원인 삼표레미콘 공장 부지 개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철거 이후 1년 가까이 공터로 방치됐던 이 부지에는 최고 77층 규모 한강변 글로벌 미래업무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당초 올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했으나, 내년으로 밀렸다. 이 땅의 소유주는 삼표산업이다.
삼표산업은 2022년 9월 현대제철로부터 약 3824억원, 평당 4300만원에 사들였다. 현재 성수동 지역의 땅값이 평당 2억원까지 치솟은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로또당첨의 행운이다.
현대제철은 인천제철 시절인 2000년 삼표그룹 모태인 강원산업을 인수·합병하면서 성수동 공장 부지를 소유하게 됐다. 삼표산업은 부지 소유주인 현대제철에서 땅을 임차해 레미콘 공장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황금알을 낳을 수 있는 알짜 부지를 현대제철이 삼표산업에 저렴하게 넘긴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그룹이 삼표산업과 사돈지간이라는 점이 배경의 하나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도원 삼표 회장은 현대제철이 소속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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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77층’ 업무·숙박·문화·판매시설 등 복합시설로 재탄생
성동구는 지난달 19일 서울시와 민간사업자인 SP성수PFV(에스피성수피에프브이)가 서울숲 옆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 사업 사전협상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2023년12월부터 민간 분야 ‘건축혁신형 사전협상’의 첫 사례로 삼표레미콘 부지 도시계획변경 사전협상에 착수했다. SP성수PFV의 주주는 삼표산업(지분율 95%)과 NH투자증권(지분율 5%)이다.
사전협상에 따라 삼표레미콘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했다. 이 부지에는 연면적 44만7913㎡ 규모의 업무시설, 숙박시설, 문화ㆍ집회시설, 판매시설 등을 포함한 지상 77층 규모의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시설에는 서울숲과 삼표레미콘 부지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입체보행공원(덮개공원)과 지하보행통로을 신설한다. 주요 연결 결절점에는 공개공지와 공유공간을 만들어 서울숲-삼표부지-중랑천-응봉역 간 접근성을 개선한다. 건축물 저층 녹지공간과 최상층 전망대를 개방해 새로운 조망 명소로 만든다는 것이 구의 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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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적률 상향에 따른 공공기여는 총 6045억원 규모다. 그중 약 4424억원은 동부간선도로에서 강변북로, 성수대교 북단램프 신설 등 서울숲 일대 상습 교통 정체 완화를 위한 기반시설 확충과 세계 최대 규모의 ‘유니콘 창업허브’ 시설 조성에 투입한다.
그 외 공공기여 부분인 약 1629억원(성동구 약 489억원, 서울시 약 1140억원)은 서울숲 일대를 서울을 대표하는 수변 녹지공간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재정비에 사용할 예정이다. 그 일환으로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서울숲 일대 리뉴얼 마스터플랜 공모’를 진행한다. 구는 서울시와 협력해 성수동 일대 문화와 공연 시설 확충 방안을 함께 모색할 방침이다.
이 부지는 지난해 8월 민간분야 도시건축디자인 혁신 활성화를 위해 추진 중인 ‘서울시 도시건축디자인혁신 대상지’로도 뽑혔다. 향후 건축위원회 심의시 특별건축구역 지정을 통해 용적률을 최대 105.6%포인트(p) 범위까지 추가 완화하는 혜택도 받을 수 있다.
■ ‘성동구민 45년 숙원’ 삼표레미콘 부지, 이르면 내년 '첫삽'
민간사업자는 현재서울시의 건축위원회 심의, 인허가 등을 거쳐 이르면 내년 착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 관련 브릿지론 6400억원은 내년 10월 만기가 돌아온다.

성수동1가 683번지 일대에 있는 삼표레미콘 부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 뚝섬역과 수인분당 서울숲역까지 각각 걸어서 20분 이내에 있다. 1977년부터 약 45년간 삼표레미콘 공장을 운영했던 장소다. 구민들은 교통 체증, 분진 등을 유발해온 삼표레미콘 공장의 철거를 염원, 2015년부터 ‘공장 이전 추진위원회’를 자발적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공청회, 범구민 결의대회를 개최했으며, 성동구민의 절반이 넘는 15만여 명이 공장 이전 촉구 서명에 동참했다.
이후 2017년, 성동구가 서울시, 삼표산업, 현대제철 간 업무협약 체결로 기존 시설 철거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내 2022년 8월 공장 철거를 최종 완료됐다. 철거 후인 2022년 9월, 성동구는 ‘서울숲 일대 종합발전방안’ 연구용역에 착수했다.
2023년 12월까지 시행한 해당 용역에서는 서울숲과 한강 합류부ㆍ중랑천 등 수변을 연계한 문화ㆍ관광 활성화 방안 등 서울의 대표 명소로 발전하기 위한 추진 전략과 방안을 검토했다. 삼표레미콘 공장부지 개발에 따른 공공기여 활용 계획과 이와 연계한 문화ㆍ관광타운 조성 추진 방안 수립 등이 여기에 함께 들어갔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