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06 14:50 | 수정 : 2025.03.06 15:08

[땅집고] 2021년 광주 재개발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학동 참사’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 7명 중 3명이 2심에서 감형 판결을 받았다. 감형 결정을 받은 이들은 모두 사고에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하청업체 관계자다.
재개발사업 원청인 HDC현대산업개발(현산)의 경우 전관 출신 변호사가 있는 대형 로펌을 추가로 선임해 감형을 노렸지만, 판결을 뒤집는 데는 실패했다. 업계에서는 “현산이 단단히 미운 털이 박혔다” “원청의 책임을 무겁다고 보는 것”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학동참사는 철거 중이던 지상5층짜리 상가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내려 사망 9명, 부상 8명 등 총 17명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이 사건 피고인은 학동4구역 시공사인 HDC현산과 하청, 재하청사 직원과 감리 등 총 7명(법인 포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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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법원, 학동참사 피고인 7명 중 3명 ‘감형’ 결정
광주고법은 지난 달 21일 업무상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정을 받은 재하청업체(백솔) 대표 조모씨에 대해 징역2년6개월을 선고했다. 1심에서 선고받은 3년6개월보다 1년 줄었다. 조씨는 재하청업체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로,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재판부는 현장 감독 관리를 맡은 하청업체(한솔) 현장소장 강모씨에 대해서도 1심 징역 2년6개월보다 낮은 징역 2년을 선고했다. 조씨와 강씨는 실형 선고와 함께 보석이 취소돼 법정 구속됐다.
고법은 해체 감리를 맡았던 백솔 소속 차모씨에 대해서는 1심에서 선고한 징역1년 6개월 형을 유지하되, 집행을 3년간 유예한다고 했다.
재판부는 “해체 계획서 작성과 허가, 해체 감리 지정 등을 담은 건축물관리법이 시행됐는데도 안전한 길보다 빠른 길을 선택한 결과 이러한 사고가 났다”면서도 “피고인들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했거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다른 1명은 석면 철거 하청을 맡은 하청업체(다원이앤씨) 현장소속 김모씨다. 김씨의 경우 금고2년, 집행유예 3년이 유지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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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C현대산업개발, 전관 모셨지만 ‘판결 뒤집기’ 실패
현산의 경우 전관 출신 변호사가 있는 대형 로펌 2곳을 추가로 선임해 형량 줄이기를 꾀했지만, 감형 선고를 받지는 못했다. 직접적인 원인을 제공한 하청업체 관계자들이 감형에 성공한 것과 대조된다.
재판부는 현산 소속 직원 3명에 대한 항소심을 기각, 원심을 유지한다고 판결했다. 학동4구역 현장소장 서모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집행유예 3년에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학동 4구역 공무부장 노씨, 안전부장 김씨도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유지됐다.
현산 등 법인 3곳도 원심 판결을 유지하게 됐다. HDC현산은 벌금 2000만원, 한솔과 백솔은 각각 벌금 3000만원을 1심에서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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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현산이 새로 선임한 광주의 대형 로펌 A법무법인은 1심부터 피해자 측 변호를 맡은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자 사임했다. 변호사법과 변호사윤리장전 등에서는 쌍방대리를 금지하고 있다.
다만, 쌍방대리 논란과 재판 결과 연관성은 미미하다는 게 법조계 시각이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쌍방대리 논란 자체가 판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줬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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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이 항소심 직전까지 변호인 확보에 공을 들인 이유는 재판 결과에 따른 행정 처분 등 후속 조치 시점이나 수위가 달라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서울시는 현산이 연루된 다른 사고인 ‘광주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 이후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행정처분을 유예한다고 했다. 시는 올 1월 1심 선고가 내려지자, 상반기 안에 행정처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사고에 대한 행정처분이 소송으로 인해 보류된 상태인 만큼, 추가 행정처분도 즉시 적용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업계에서는 “재판부가 현산의 책임을 무겁다고 판단한 것” “광주에서만 대형 사고를 2번이나 냈으니, 미운 털이 박혔다” “전관 시대가 끝났나”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 /김서경 땅집고 기자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