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3.05 07:16 | 수정 : 2025.03.05 08:58
[땅집고] “중간에 펀드에 투자한 돈을 되돌려받을 수 없는 폐쇄형 상품인데, 그동안 받은 배당금을 갑자기 ‘중간환매대금’이라고 부르면서 수익률 계산에 슬그머니 포함하더군요. 원래는 투자 원금에서 수수료만 빼고 남은 금액에 대해 계산해야 하고 그 수익률은 -40%인데, 투자 원금에서 수수료와 중간환매대금(사실상 배당금)을 다 뺀 다음에 남은 원금의 수익률을 계산하니 ‘-10%’로 줄었어요. 황당합니다.”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이 2017년 출시한 미국 워싱턴 나사 본사 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 공모 펀드가 현재 설정일 이후 기준으로 기준가격이 -40%까지 하락했다. 펀드 만기 도중에 투자원금을 환매할 수 없는 폐쇄형 펀드인데도 ‘중간환매대금’ 내역이 담긴 서류를 받았다는 한 투자자의 주장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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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용사가 그동안 받은 배당금을 중간환매대금으로 변환한 뒤 전체 수익률에 포함하는 식으로 수익률을 부풀렸다는 설명이다.
■중간에 돈 못 빼는 폐쇄형 펀드인데, ‘중간환매대금’ 정산 논란
‘하나대체투자나사부동산신탁1호’에 2000만원을 투자한 A씨. 지난 몇 년 간 이 펀드는 가치가 계속 하락하면서 기준가격이 거의 반토막이 났다. A씨의 투자 원금도 2000만원에서 1200만원(-40%)만 남은 상태다.
원금이 깎이긴 했지만, 투자 초창기인 2017년 3월 이후부터 매년 4월, 10월에 한 번씩 약 50만~60만원씩 배당금을 받았다.
다만 만기 시점을 앞둔 2022년, 건물 매각이 순조롭지 않자 하나운용은 배당 유보를 선언했고, 그 해 4월에는 배당금이 들어오지 않았고 이후에는 배당 금액도 20만원대, 10만원대 이하로 줄었다. 그래도 배당금을 총 합하면 600여 만원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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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올해 1월, A씨는 이 펀드와 관련해 황당한 서류를 받아들게 됐다. 펀드 판매사가 투자자에게 매달 전송하는 하나대체운용의 ‘펀드 실질 투자 수익률 보고서’에 나온 수익률을 본 A씨는 깜짝 놀랐다.
운용사가 그동안 나온 배당금 약 600만원을 ‘중간환매대금’이라는 용어로 변경하고 수익률 계산에 배당금을 포함한 것. 이 계산법에 따르면 ‘-40%’의 누적 수익률이 ‘-10%’로 줄었다. 비용을 차감한 연 환산 수익률은 –1.48%에 불과했다. 투자 원금 약 800만원(-40%)이 휴지 조각이 된 A씨의 입장에선 납득할 수 없는 숫자였다.

투자 원금이 2000만원인 A씨의 경우 펀드가치 하락으로 현재 남아있는 금액은 1200만원에 불과, 원금보다 40% 손해를 봤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 펀드는 미국 워싱턴 D.C. 국회의사당 인근에 있는 ‘투 인디펜던스 스퀘어’(Two Independence Square)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다. 핵심 임차인으로 미국항공우주국(NASA)본사가 있으며 건물의 98% 면적을 차지한다. 펀드의 만기 시점은 지난해 3월이었지만, 가격 조건에 맞는 매수자를 찾지 못하면서 청산을 5년 뒤로 미뤘다.
당초 운용사가 밝힌 이 펀드의 배당금, 즉 기대 수익률은 연 6.5% 수준이었다. 그러나 펀드 기준가격이 지난 1년간 -42%, 공모가 기준 -38% 내려앉은 상황이다.
■ 투자자들 “-40%가 -10%되는 마법의 계산법”…하나대체운용 “배당금 수익에 포함 안 해”
무엇보다 이 펀드는 중간에 환매가 안 되는 폐쇄형 상품이란 점에서 A씨는 의문이 커졌다. 배당금은 중간환매대금이 될 수 없고, 수익률 계산에서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A씨는 “중간에 환매가 금지되는 폐쇄형 상품인데, 변칙적인 회계 방법을 써서 자산을 과대 평가하는 방식으로 수익률에 혼동을 주고 있다”며 “이 펀드에서 평가해야 할 투자 원금은 운용사에 납부하는 수수료를 제외한 돈이고 임대 수익률로 배당을 하는 것이지 펀드를 깨는 중간환매대금을 계산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관계자는 “운용사가 이런 서류를 보내는 것은 아니고, 판매사가 보낸 서류로 보이는데 운용사는 배당금을 중간환매대금으로 포함해 수익률을 계산하고 있지 않다”며 “펀드의 가치가 기준가격 이하로 떨어지다보니, 판매사가 실질적인 수익을 보여주기 위해 그러한 단어를 쓰고 계산해본 것 같은데 판매사의 계산법과 표기 방법에 따른 오해”라고 설명했다. /rykimhp206@chosun.com
※금융사가 판매하고 운용한 부동산 펀드·리츠 상품으로 투자금 손실 피해를 입은 분들의 제보를 받습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