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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만 믿고 원룸 다닥다닥" 5만명 떠난 평택 고덕, 암울한 근황

    입력 : 2025.02.28 06:00


    [땅집고] "월세 시장이 한창 좋았을 때보다 반 이상 떨어졌죠. 투룸 기준 180만원까지 받았었는데 지금은 70만원 수준이니까요. 수요는 없는데 공급은 늘고, 앞으로 더 어려워지겠죠."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 A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의 주택 임대차 시장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특히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고덕동에 위치한 오피스텔과 다가구주택은 직주근접으로 수요가 높았었는데요.

    지난해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에 지으려던 P4 공장 등의 완공 시점을 늦췄죠. P4 공장 일부 시설의 경우 빠르면 지난해 10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반도체 수급 조절에 나선 삼성전자가 완공 시점을 늦추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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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경기도 평택 고덕국제신도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전경./강태민 기자

    한때는 공사장에 7만명이 넘는 인력이 투입되기도 했었죠. 이 수요를 기대하며 평택 고덕국제신도시에는 수많은 다가구 주택과 오피스텔이 공급됐습니다. 하지만 현재 임차 수요도 뚝 끊긴 상황입니다. 공사 관계자들은 P4가 거의 완공되고 P5 공사가 중단되면서 건설 일용직과 협력업체 직원들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다고 전합니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 상가주택만 약 650채. 한 건물당 3가구에서 5가구가 있다고 가정하면 2000가구~3000가구가 있는 셈입니다. 아직 공사 중인 필지를 합하면 더 늘어날 텐데요. 거리를 걷다 보면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를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현장에 따르면 평택시 고덕동에 위치한 전용 45㎡ 투룸의 경우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80만원에서 100만원. 급한 매물의 경우 월세 70만원까지 내려간 상황이라고 전합니다. 호황기 때에는 월세가 180만원까지 올라도 방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는데요. 비교하면 50% 넘게 하락한 겁니다. 네이버부동산 매물을 살펴보니 방 두 개에 욕실 하나인 전용 45㎡가 보증금 400만원에 월세 65만원에도 올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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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가구주택 및 상가주택 같은 수익형 부동산은 안정적인 부동산 상품으로 주목 받기도 했었죠. 예전에는 협력업체가 통째로 임대해 숙소로 활용하는 곳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수요를 뒷받침하던 삼성전자 효과가 사라지자 반값에도 들어올 사람이 없다는 겁니다.

    평택의 분위기는 삼성전자의 상황을 고스란히 투영합니다. 삼성전자의 실적과 의사결정에 따라 공사일정과 투자 규모가 정해지기 때문인데요. 2022년부터 2023년 삼성전자가 평택에 투자를 늘리던 시기는 평택 부동산 시장 역시 활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삼성전자가 주력 사업인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례 없는 위기를 맞으면서 평택의 활기도 빠르게 식었습니다.

    [땅집고] 한국부동산원 평택 종합주택 월세가격지수 변동률./그래픽=임금진

    한국부동산원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2025년 1월 평택 종합주택(아파트·연립·다세대·단독주택) 월세가격지수 변동률은 -0.25로 나타났습니다. 작년 8월부터 6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 중인데요.

    삼성전자 호재를 기대했던 대로변 앞 1000세대가 넘는 오피스텔은 급매 매물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마이너스피로 나온 매물도 있습니다.

    인근 고덕신도시 오피스텔도 사정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3월 입주 예정인 고덕신도시유보라더크레스트는 분양가 대비 1억2000만원 하락한 금액에 매물을 올려 두었습니다. 마피 6000만원, 7000만원은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평택시는 임대차 시장 뿐 아니라 아파트 시장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죠. 악성 미분양 물량도 심각합니다. 경기도 전체 미분양 1만 2900여 가구 가운데, 3분의 1인 4000여 가구가 평택에 몰려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삼성전자의 공사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평택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쭉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과잉 공급된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데다가 수요 감소, 인구 유출까지 걱정해야 하는 악재가 겹치고 있습니다. /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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