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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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경남 통영시의 한 아파트가 입주 예정 시기인 2022년 11월에서 2년 이상이 지났으나, 여전히 입주 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비 문제로 입주가 밀리다가 최근 시공사가 부도나면서 사업이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통영시 용남면 원평리 260번지 일대 ‘통영더유엘윈썸’ 공사가 시공사인 신태양건설의 부도로 인해 중단돼 입주가 연기됐고, 시행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보증 이행에 대해 협의 중이다.
더유엘윈썸은 지하 2층~지상 24층, 6개동 506가구 규모 아파트다. 사업시행자는 통영더유엘지역주택조합, 시공사는 부산에 위치한 신태양건설이다. 2021년 1월 일반분양을 진행했고, 당초 2022년 11월 입주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단지는 현재까지 2년 3개월 동안 입주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조합과 시공사는 공사비 인상을 두고 갈등을 겪으면서 사업이 늘어졌다. 입주 예정 날짜가 2022년 11월에서 2023년 5월로 연기됐었는데, 이후 기약 없이 미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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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공사 부도까지…“조합 통장까지 압류”
지난해 11월에는 시공사인 신태양건설이 부산회생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하면서 공사가 다시 중단됐다. 약 230억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어음을 막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공사에 대한 회생절차가 개시됨에 따라 사업도 중단됐다. 사업의 분양 보증을 한 HUG는 입주예정자들에게 공문을 보내 사업 진행 가능 여부, 시공사 교체 여부 등을 판단 중이라고 밝혔다.
분양사무소 관계자에 따르면, HUG는 조합과 분양을 이행할지, 기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을 입주예정자들에게 돌려줄지에 대한 협의를 진행 중이며, 5월 14일까지 결론을 낼 예정이다. 다만 현재 아파트 공정률이 85%로 공사가 마무리 단계이기 때문에 분양이행 가능성이 높다.
입주가 지연되면서 수분양자들의 피해가 막심하다. 중도금 대출을 실행한 주택조합의 통장은 해당 사업장 보증사고 발생 이후 HUG에 의해 압류됐다. 여기에 중도금 무이자 대출 조건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은 일반분양자들은 조합 통장 압류로 인해 지난 12월과 1월에 약 100만원에 달하는 이자를 납부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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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주택 무덤 된 통영…“입주한 곳은 단 2곳뿐”
업계에서는 이 단지 입주 지연의 근본 원인으로 지주택 사업의 허점을 꼽는다. 지주택은 인근 거주민들이 공동주택 건립을 목적으로 조합을 설립해 추진하는 사업이다. 저렴한 가격에 아파트를 분양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토지 미확보, 조합원 추가 모집, 분양가 허위 홍보로 인한 추가분담금 등의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에는 자잿값, 인건비 인상 등으로 공사비가 상승하면서 곳곳에서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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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시에는 그간 수많은 지주택 조합이 난립했다. 서희건설, 코오롱건설, 현대건설 등 시공능력평가순위 20위 이내의 전국구 건설사들이 참여했지만, 모두 사업에서 발을 뺐다. 통영에서 준공 후 입주까지 완료한 지주택 아파트는 부산의 미진주택이 시공한 용남면 화남리 ‘미진이지비아1차’, 동달리 ‘미진이지비아2차’밖에 없다.
통영더유엘윈썸도 애초에 서희건설이 시공 예정이던 지주택 아파트다. 2021년 주택건설사업계획을 승인 받았을 때 조합명은 ‘통영서희지역주택조합’이었다. 정식 시공사 계약을 체결한 게 아니라 일명 ‘시공예정사’라고 불리는 업무협약이었다. 공사비 등 사업조건 협의 과정에서 서희건설이 발을 뺐고, 조합은 결국 2020년 5월 신태양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공사비 조달에 어려움이 있는 지주택과 지방의 중소 건설사가 만나면서 사업은 더욱 어려워졌다. 통영더유엘윈썸은 2021년 1월 최초 분양 때 일반공급 130가구 모집에 35명만 접수해 미분양이 발생했다. 2022년 잔여세대 55가구 모집에는 7명만 접수하는 등 미분양 물량을 소진하지 못했다. 분양관계자에 따르면, 현재도 약 7%가 미분양 상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신태양건설은 입지가 안 좋은 곳까지 사업을 무리하게 확장해왔는데, 코로나19 이후부터 최근까지 건설업계 불황 여파가 컸을 것”이라며 “지주택 사업 실패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