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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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전력설비 공급과 건설을 주력으로 하는 효성중공업이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달성했지만 건설부문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매출의 3분의 1을 책임지는 건설부문이 덩치에 비해 존재감이 없는 수준의 기여도를 보였다. 부동산 호황기에 남발한 이른바 ‘책임준공’ 여파로 영업이익이 40% 넘게 급감해 역대급 실적에 걸림돌이 될뻔한 것. 책임준공은 PF 대출을 일으킬 때 신용도가 낮은 영세 시행사를 대신해 시공사(건설사)가 기한 내 준공할 것을 보증하는 제도다.
올해 건설부문 실적이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미분양 리스크가 높아 올해도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 건설부문 작년 영업이익 40% 급감
효성중공업은 지난해 연결기준(잠정치) 매출 4조8950억원, 영업이익 3625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8%, 40.6% 성장한 역대 최고 실적이다. 글로벌 전력기기 매출 확대에 힘입은 중공업 부문 호조가 돋보였다.
하자만 건설부문이 문제다.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조7928억원, 영업이익 47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4.2% 소폭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43.3% 급감했다. 회사 전체 매출에서 건설부문이 36%가량 차지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13%밖에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건설업계 불황과 자회사인 진흥기업의 적자 전환이 영업이익 감소에 영향을 줬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전력 인프라로 날개를 단 효성중공업이 건설부문에 발목 잡힐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진흥기업 매각설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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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발한 책임준공이 부메랑 돼 돌아와
건설부문이 부진한 이유는 호황기에 남발한 책임준공 영향이 크다. 건설부문은 작년 말부터 부동산 경기 악화로 책임준공기한이 도래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3곳의 채무(2863억원)을 잇따라 인수했다. 이로인해 4분기에만 건설부문에 500억원의 영업외손실이 반영됐다.
채무인수 사업지 3곳 모두 PF대출을 일으키고 착공조차 못했다. 부산 동래구 온천동 주상복합 사업(1038억원)과 대구 동구 신천동 주상복합 사업(436억원)을 작년 12월에 인수했다. 이달 11일에는 대구 상동 공동주택 사업 채무를 1389억원에 인수했다. 효성중공업 관계자는 “문제가 된 책임준공 관련 리스크는 모두 해소했다”며 “책임준공 기한이 내년 11월인 부산 온천동 사업까지 인수해 선제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한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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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2년 간 전체 건설사의 책임준공 관련 채무인수액 중 효성중공업의 규모(2863억원)가 가장 크다. 자재값과 인건비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2023년 초부터 책임준공 관련 채무인수가 급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3년 2월부터 현재까지 2년간 건설업계 책임준공 관련 채무액은 1조1172억원이다.
업계에서는 효성중공업의 책임준공 약정 건수와 규모가 크기 때문에 향후 잠재적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효성중공업의 책임준공 약정은 총 37건으로 6조3488억원이다. 이 중 정비사업은 10건, 1조8938억원 규모다.
부산 우암1구역은 채무인수 조건이며, 인천 부평4구역·인천 산곡구역·성남 중1구역·대전 선화2구역 등은 손해배상 조건이다. 대부분 사업지는 공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선화2구역은 철거를 시작했지만 작년 말 집행부가 교체되는 등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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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권 분양 성적에 따라 실적 달라질듯”
올해 효성중공업 건설부문 실적은 지난해보다는 나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매출 1조8297억원, 영업이익 610억원, 영업이익률 3.3%로 각각 전망했다. 지난해 대비 매출은 2%, 영업이익은 28% 상승한 수치다.
그러나 올해 아파트 분양 사업지의 성공 여부가 실적 달성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분양 사업지 모두 수도권이라서 리스크가 크지는 않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를 감안하면 성공을 장담할 순 없다. 자체 사업지는 인천 부평구 산곡동 ‘산곡구역 효성해링턴플레이스’(2475가구), 경기 광주시 경안2지구, 김포시 풍무동 양도지구 등 3곳이다. 지하철 7호선 산곡역 초역세권인 산곡구역 해링턴플레이스를 제외하면 완판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다.
채무인수 사업장 분양 계획은 내년 이후에 잡힐 전망이다. 당초 채무인수로 사업시행권을 가져오면서 부산 온천동, 대구 신천동 사업장을 올해 중 분양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부산, 대구 지역이 여전히 미분양 위험이 있어 추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한 애널리스트는 “효성중공업은 ‘슈퍼 사이클’이 돌아온 중공업 부문 성장으로 올해도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며 “다만, 건설부문은 한자릿수 영업이익률이 예상되는데 수도권 분양 단지 성적과 공사비 인상 협상 등이 실적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