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2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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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당근마켓에 직거래로 올라온 상가 매물을 사기 위해 보증금과 권리금 일부로 1400만원을 보냈다가 고스란히 날렸습니다. 매물 게시자가 먹튀하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최근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부동산 직거래 주의보가 내렸다. 부동산 가격에 따라 많게는 수천만원에 달하는 중개수수료를 아끼려고 직거래에 나서는 수요자가 급증하는 가운데 사기 피해 사례도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뒤늦게 피해 방지 방안을 내놨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24일 땅집고가 윤종군 의원실(더불어민주당)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까지만 해도 268건에 그치던 당근마켓 부동산 거래 건수는 ▲2022년 2094건 ▲2023년 2만3178건 ▲2024년 5만9451건 등으로 매년 큰 폭으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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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량이 늘면서 상품 유형이나 거래 형태도 점점 다양해지는 추세다. 오피스텔·빌라·아파트같은 주택은 물론 상가, 펜션, 선박 등 다양한 상품이 매물로 올라와 있다. 거래가격도 100만원 이하 월세부터 수억원짜리 전세·매매 물건도 등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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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수수료를 절약하려고 당근마켓에서 부동산을 직거래했다가 사기 피해를 당한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매수 희망자와 계약을 체결한 뒤 계약금·중도금·보증금 등을 챙긴 뒤 잠적하는 이른바 ‘먹튀’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당근마켓에선 매물 게시자가 해당 주택 소유자임을 밝히는 인증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됐다. 이 점을 악용해 게시자가 매수인에게 선입금을 유도한 뒤 달아나는 수법이 가능했던 것.
2023~2024년 경찰에 피해 접수된 먹튀 사례는 4건이다. 피해금액은 최소 180만원부터 최대 1435만원. 이 중 피해액이 1435만원인 사건의 경우 상가를 거래하는 과정에서 게시자가 매수인에게 권리금과 보증금 명목으로 돈을 받은 뒤 연락을 끊었다.
집주인이 아닌 부동산 컨설팅 업체 등 제 3자가 게시하는 허위 매물도 문제로 떠올랐다. 계약이 불가능한 부동산을 등록하거나 시세 대비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부동산을 홍보해 일단 계약자를 끌어모은 뒤, 다른 매물 거래를 유도해 피해를 준 것으로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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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당근마켓에 '집주인'으로 표시해 33억원짜리 상가주택 매매광고를 올려놓았는데, 확인해보니 게시자는 집주인이 아닌 부동산 컨설팅업체였던 사례도 있다. 개업 공인중개사가 아닌 사람은 중개 대상물에 대한 표시·광고를 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찰 측은 “게시물을 허위로 올려도 사실 확인이나 제재 방법이 없고 플랫폼 사업자는 개인 간 거래여서 책임지지 않는다”면서 “부동산 직거래 이용자 대부분은 수수료를 아끼려는 서민일텐데 직거래 플랫폼이 오히려 피해를 키우고 있다”고 했다.
당근마켓 측은 거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집주인 인증 기능’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상 소유자와 게시글 작성자가 일치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제도다. 하지만 지난해 말 기준 집주인 인증을 마친 매물은 전체 5만여건 중 23%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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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국토교통부와 한국부동산원은 지난 13일 부동산 직거래 플랫폼 운영 가이드를 마련해 배포했다. 앞으로 당근마켓에 부동산 매물을 등록하는 경우 반드시 실명 인증을 받아야 한다. 국토부는 직거래의 탈을 쓴 부당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도 실시해 위반한 경우 지자체가 처벌할 수 있도록 했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앞으로 중고 플랫폼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사기 행위에 대해 경찰청, 지자체와 협조해 엄중 조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