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24 11:04 | 수정 : 2025.02.24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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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은 희소성이 매우 높은 단지다. 전국에 몇 없는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시니어타운)으로, 서울에서는 더욱 보기 어렵다.
이 단지의 또 다른 별명은 ‘연예인 아파트’다. MBC, SBS, KBS, YTN, JTBC, CJ E&M 등 방송사가 밀집해 이른바 ‘방세권’(방송국이 가까운 아파트)으로 불리는 상암동에서도 유명 연예인이 많이 사는 곳이다. 개그맨 박수홍을 비롯한 신서유기’의 나영석PD, 가수 피오 등 여러 유명인이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많은 이들이 웬만한 어르신도 시니어타운에 가려면 수년을 기다려야 하는데, 젊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곳에 거주하냐고 묻는다. 실제로 이 단지에 거주하는 대부분 사람들의 연령은 노인복지주택 입소 기준인 60세를 밑돈다. 그렇다면 입주자들이 불법을 저지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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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머니도 줄 서는데, 30대가 시니어타운에 살아요?
젊은 사람들이 노인복지주택에 살게 된 이유는 이 아파트 태생적 특징 때문이다.
카이저팰리스클래식을 시공한 우림건설은 아파트에는 ‘우림필유’를, 주상복합·오피스텔에는 브랜드 ‘카이저팰리스’를 적용했다. 상암동 주상복합에는 ‘카이저팰리스 클래식’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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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단어 ‘클래식(Classic)’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 ‘최고 수준의’ ‘유서 깊은’ 뜻도 있다. 최고급 시니어타운으로 평가받는 광진구 자양동 ‘더클래식500’과 분양형 시니어타운인 경기 하남 신장동 ‘블루밍 더 클래식’ 역시 비슷한 취지에서 이름에 ‘클래식’이 들어 있다. 간접적으로 어르신 시설이라는 표시를 한 것이다.
다만, 노인복지주택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던 탓에 입소 기준으로 인한 사기 논란이 종종 일었다. 2015년 이전에는 노인복지법에 ‘60세 미만인 자의 노인복지주택 매수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었다. 노인복지주택이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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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노원구 중계동 ‘중앙하이츠아쿠아’는 이 문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준공 당시 아파트 분양권 매수자는 적법한 매수를 주장했지만, 구청과 노인복지주택 운영사에서는 ‘노인을 위한 주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로 인해 양측은 10여년 간 갈등을 빚었다.
이후 정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60세 미만은 노인복지주택을 소유·임대·매매를 못하도록 했고, 어길 시 처벌한다는 규정도 만들었다. 다만, 기 매수자 경우 재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주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줬다. 연예인들이 노인복지주택에 합법적으로 거주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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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암동 노인복지주택, 최고 주거지로 각광받는 이유
2010년 준공한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은 지하 3층~최고 33층, 2개 동, 총 240가구로 규모다. 전용면적 84~233㎡로 구성돼 있다. ▲전용 84㎡ 58가구 ▲전용 118㎡ 118가구 ▲전용 139㎡ 60가구 ▲220㎡·233㎡ 각 2가구로, 대부분 중대형 주택형이다.
이 단지 커뮤니티에는 휘트니스센터와 골프연습장, 사우나, 수영장, 영화관, 파티하우스, 와인바 등이 있다. 2010년 당시에는 보기 어려운 주민 여가 시설을 갖췄다. 일부 고층에서는 탁 트인 한강 조망도 가능하다. 이로 인해 준공 당시부터 지금까지 최고급 주상복합으로 각광받고 있다.
가격은 다채로운 커뮤니티만큼 상당했다. 상암카이저팰리스클래식은 2007년 11월 견본주택을 열고 분양에 나섰는데, 고분양가로 인해 입주자 모집에 실패했고 미분양 주택을 판매를 위해 방송 홈쇼핑까지 진출했다.
이 단지 3.3㎡(1평)당 분양가는 2200만원~3000만원 수준이었다. 당시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아파트 분양가 3000만원~3400만원 선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강남 아파트와 맞먹는 가격에 나왔던 셈이다.
이 가격은 인근 단지 실거래가의 배에 달했다. 바로 옆 단지인 상암동 ‘상암월드컵2단지’는 2007년 하반기 4억 중후반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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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양형 시니어타운 재등장?…”글쎄” “기대감 활활”
최근 업계에서는 상암카이저팰리스 같은 도심 내 분양형 노인복지주택이 다시 등장한다는 기대감이 만연하다. 급증하는 노인 인구와 달리, 노인복지주택 등 시니어타운 수는 매우 적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2025년 1월 기준, 1025만6782명이다. 전체 주민등록 인구(5126만5238명)의 20%가 넘는다. 국내 인구 5명 중 1명이 노인이다.
반면 노인복지주택 수는 제자리 걸음이다. 보건복지부의 ‘2024 노인복지시설 현황’에 의하면 전국 노인복지주택은 2023년 39개에서 2024년 40개로, 1개 느는 데 그쳤다. 유료요양시설 수를 합해도 어르신을 모시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기존 건물을 리모델링해 노인복지주택을 공급하더라도 당장 공급량을 늘리기는 어렵다.
정부 역시 노인복지주택 공급 필요성을 느끼고 관련 규제 개선에 나섰다. 정부는 경기 연천 등 89개 인구감소지역에 한해 '신(新)분양형 시니어타운'을 허용하도록 노인복지법 개정을 추진하고, 시니어타운 사업자가 토지를 빌려서 시니어타운을 지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그간 사업자는 직접 토지를 소유해야만 시니어타운을 설립할 수 있었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제 완화에 시간이 걸린다는 의견도 있다. 노인복지주택 규제가 대폭 완화되면 투기수요가 형성된다는 시각이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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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가 최근 늘어나는 시니어 부동산 개발 니즈에 맞춰 ‘시니어 주거 및 케어시설 개발과 운영 전문가 과정(4기)’을 2월 개강한다.
강의는 현장 스터디 3회를 포함해 총 18회로 진행한다. 강의 시간은 매주 수요일 오후 4시~6시30분이며, 수강료는 290만원이다. 땅집고M 홈페이지(zipgobiz.com, ▶바로가기)에서 신청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