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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후 벼락거지 만든다? SH공사 "장기전세 편익 2.4억" 실토

    입력 : 2025.02.21 06:00

    [땅집고] 황상하 서울도시주택공사(SH공사) 신임 사장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미리 내 집’ 공급 확대에 공사의 역량을 집중시켜 결혼과 출산을 앞둔 청년들에게 주거 혜택을 주겠다고 밝혔으나, 장기적으로 ‘벼락거지’를 만드는 양성소가 될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른다.

    지난해 12월 말 부임한 황상하 SH공사 신임 사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가 추진 중인 ‘미리 내 집’(장기전세주택Ⅱ) 사업에 공사의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미리 내 집은 서울시의 저출생 극복 대책 일환으로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주택을 공급하는 정책이다. 자녀 출산에 따라 거주 기간을 최대 20년까지 연장할 수 있고,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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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H공사는 황 사장 취임 1주일 만인 올해 1월 초 미리 내 집 전담 부서인 ‘미리 내 집 공급부’를 신설했다. 황 사장은 언론을 상대로도 “전임 사장께서 참여하길 원했던 3기 신도시 개발사업보다는 안정적인 미리 내 집 공급 사업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며 “최적의 방안을 찾기 위해 내외부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급 물량도 대폭 늘어난다. 제도 도입 첫해인 지난해 물량은 1022가구였는데, 올해는 3500가구로 시작해 2026년부터는 매년 4000가구씩 미리 내 집을 공급한다. 매년 결혼하는 신혼부부 3만6000쌍의 10%가 입주할 수 있는 물량이다.

    빌라, 다세대 주택 등 비아파트를 활용한 매입임대주택 일부도 미리 내 집과 연계해 공급한다. 올해 공급 예정인 매입임대주택은 5250가구인데, 이 중 2400가구는 신혼부부가 입주했다가 출산하면 미리 내 집으로 이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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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리 내 집 입주 후 자녀 출산, 의무거주기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매수할 수 있게 해줬지만, 아직 제도적으로 미비하다.

    황 사장은 입주 시기부터 향후 우선매수청구권을 사용할 때 매수 가격을 확정할 수 있게 하겠다고 했지만, 현실성이 있는지 의문이다. 서울 주택 가격 상승률이 너무 높아 향후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매수 가격을 정한다고 해도 신혼부부들이 입주를 꺼릴 수 있다.

    SH공사에 따르면 장기전세주택의 비용 대비 편익은 1년에 1200만원, 20년에 2억4000만원이다. 신혼부부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있는 아파트의 가격 상승폭과 비교할 수 없는 수치다.

    예를 들어 2009년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59㎡(이하 전용면적) 장기전세주택Ⅰ에 당첨되면 2억원대에 입주가 가능했다. 2년마다 전세금을 5%씩 올렸다면 지난해 12월 실거래가(11억7000만원)의 30% 수준인 4억원가량에 거주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이 단지 해당 주택형 매매가는 지난 1월의 30억2000만원이다. 분양 전환 조건이 있어 시세의 80%로 매수한다고 해도 24억원가량이 필요하다.

    [땅집고] 서울주택도시공사 본사 건물. /SH공사

    우선매수청구권 부여 조건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평가다. 시세보다 저렴하게 집을 매수할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은 입주 후 2자녀 이상 출산하고 20년간 거주한 가구에 부여된다. 자녀 3명을 출산한 가구는 10년차부터 권리를 부여받는다.

    미리 내 집에 10~20년 거주하면서 자녀를 반드시 2~3명을 낳아야 한다. 미리 내 집 입주 전에 자녀를 1명 출산하고, 입주 후 1명을 출산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받지 못한다는 의미다. 황 사장은 장기전세주택 거주 가구 출산율이 0.79명으로 서울시의 0.55명보다 높다고 밝혔으나, 미리 내 집에 거주한다고 갑자기 2~3명 출산을 기대하긴 힘들다.

    2007년 도입된 장기전세주택Ⅰ 거주자의 경우 벼락거지 신세가 예고됐다. 분양전환 조건이 없기 때문에 20년 만기가 도래하는 2027년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무조건 퇴거해야 한다. 공사에 따르면, 약 2400가구가 20년 만기를 앞두고 있다. 이들 가구는 미리 내 집 연계 매입임대주택 입주자들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기에 기간 연장도 불가능하다.

    이들 역시 20년간 시세보다 훨씬 저렴하게 거주했지만, 비용 대비 편익은 2억4000만원뿐이다. 새롭게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이에 대해 황 사장은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 부분에 대한 고민과 연구가 필요하지만, 장기전세주택Ⅰ 거주자들은 기본적으로는 지난 20년간 거주하며 특혜를 누렸다”며 “그간 혜택을 본 분들은 시장에 나오고, 젊은 세대들은 미리 내 집으로 혜택을 보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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