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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체 실험도 불사"…30년 만에 또 재건축 노린다는 서울 '이 아파트'

    입력 : 2025.02.19 06:00

    [땅집고]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삼성 아파트. 옛 마포아파트를 재건축했다. /네이버부동산

    [땅집고] “이 아파트 입주 초기 연탄가스 누출 사고가 발생했는데, 원인이 구조에 있다는 괴담(怪談)이 번지면서 입주율이 10%에 그쳤어요. 입주예정자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인체 기능과 가장 비슷하다고 알려진 기니피그 6마리를 아파트에 가두고 연탄가스 중독이 없었는지 실험까지 진행했습니다.

    그것도 부족해 급기야 건축부장이 아파트에서 소주를 마시고 하루 숙박하면서 연탄가스가 새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는 해프닝까지 벌여야 했습니다. 나중에야 입주자가 없는 가구 내 파이프가 동파한 것이 원인으로 밝혀졌습니다.”(1992년 발간한 대한주택공사 30년사 중에서)

    이 화제의 주인공은 바로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삼성 아파트’(☞단지정보 알아보기). 지금이야 평범한 아파트로 보이지만 재건축하기 전에는 국내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 아파트 분양 방식의 시초, 국내 1호 재건축 단지 등 ‘최초’ 타이틀만 3개나 달렸을 정도로 상징적인 곳이다. ‘아파트 공화국’의 출발점이 된 곳으로 평가받는데, 최근 이른바 재재건축이 추진되면서 또 다시 주목받고 있다.

    ■ 1964년 준공한 국내 최초 단지형 아파트

    마포삼성은 지상 최고 17층 14개동 982가구다. 지하철 5·6호선,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등 4개 노선이 지나는 공덕역까지 걸어서 약 5분 걸리는 역세권 단지다. 마포초와 붙어있고, 염리동 학원가까지 걸어서 10분이 걸린다. 인근에 효성그룹, 에쓰오일 등 대기업 본사가 있다. 광화문, 여의도 등 업무지구도 가까워 직주근접 이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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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의 마포삼성은 1994년 재건축 전까지 ‘마포아파트’로 불렸다. 당시 대한토지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건설했다. 1961년 착공해 1962년과 1964년 두 차례에 걸쳐 준공했다. 이전에도 1개 동짜리 아파트는 있었지만, 단지형 아파트가 만들어진 것은 마포아파트가 최초다.

    당시 마포아파트는 지상 6층 10개동 642가구였다. 1960년대 대부분 일반가정에 재래식 화장실이 있었던 것과 달리 공용 수세식 화장실이 처음 설치됐다. 일부 가구에는 단독 화장실도 생겼다. 난방도 아궁이에 불을 떼는 온돌식이 아닌 연탄보일러 개별난방이었다. 처음 설계에서는 한국 최초로 10층 높이, 엘리베이터 설치, 중앙난방식 구조를 계획했으나,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무산됐다.

    [땅집고]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아파트 당시 모습. /출판사 마티

    ■한국 아파트 시스템의 출발점

    마포아파트는 ‘한국 아파트 시스템의 시초’라는 평가도 받는다. 준공 당시 전 가구 임대주택으로 공급했지만, 1967년 대한주택공사는 재정난으로 인해 아파트를 분양하기로 결정했다. 이후 정부 주도 아파트를 중심으로 분양 위주 공급 방식이 자리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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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근현대 주택사 연구자인 고(故) 박철수 전 서울시립대 건축학부 교수는 자신의 유작 ‘마포주공아파트’에 대해 “한국 아파트 시스템은 ‘마포아파트 체제’”라고 정의했다.

    그는 “정부가 단지까지 진입로 등 최소한의 기간시설에만 투자한 뒤 택지를 민간에 매각하면, 민간 업체가 단지 안의 모든 것을 (건립하는 것을) 입주자들의 분양대금으로 해결하는 방법의 시초”라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분양받은 소유자가 관리와 재개발을 모두 결정하게 함으로써 아파트 단지가 폐쇄적 단위가 되게 한 원인”이라고 분양 시스템의 한계를 지적했다.
    [땅집고] 한국 최초의 단지형 아파트인 서울 마포구 도화동 '마포아파트' 당시 모습./국가기록원

    ■ 30년만에 재건축의 재건축 추진

    마포아파트는 ‘한국 최초의 재건축 아파트’라는 기록도 세웠다. 1991년 철거 이후 1994년 완공해 국내 최초로 재건축됐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전신인 삼성건설이 시공했다.

    마포삼성은 재건축 후 마포구 일대의 대장 아파트로 자리잡았다. 최근 아현동과 공덕동 일대 아현뉴타운 사업으로 신축 아파트에게 대장 지위를 내줬으나, 여전히 시세가 높다. 조선일보 AI부동산(☞바로가기)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은 지난해 10월 15억9500만원, 11월 15억원에 거래됐다. 공덕역 일대 기존 아파트 중 실거래가가 가장 높다.

    마포삼성은 준공 30년을 넘겨 또 다시 재건축 연한이 다가와 한국 최초의 ‘재재건축’ 단지가 될 가능성도 있다. 2021년 재건축 사업 타당성을 검토한 이후 아직 구체적 움직임은 없다. 안전진단을 재건축진단으로 바꾸고, 조합설립 동의요건을 완화한 도시정비법 개정안이 실시를 앞두고 있어 재건축 추진이 수월해져 사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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