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11 09:22 | 수정 : 2025.02.11 11:41
[땅집고] “예전에는 혈세 낭비한다고 욕했는데, 알고 보니 세금 제대로 썼네!”
전국 곳곳 지자체마다 최소 수억원에서 최대 수백억원을 들여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을 조형물로 제작해 혈세 낭비 논란을 빚곤 한다. 지자체 입장에선 지방 소멸 시대에서 해당 지역을 최대한 널리 알리고 관광객을 끌어모으려는 발버둥이지만, 세금을 내는 지역 주민들 입장에선 활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무용지물이나 다름없게 느껴지는 것.
하지만 최근 한 지자체가 만든 조형물에는 유독 ‘신의 한 수’라는 평가가 쏟아지고 있어 화제다. 전남 함평군이 순금으로 제작했던 황금박쥐상이 그 주인공이다. 제작 당시 총 27억원을 투입해 다른 지자체와 마찬가지로 세금 낭비 지적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금값이 폭등하면서 황금박쥐상의 가치가 10배 이상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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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평군에서는 1999년 천연기념물이자 멸종위기 1급인 황금박쥐 162마리가 발견된 이력이 있다. 함평군을 이 사건을 기념해 2005년 황금박쥐상 제작에 착수했다. 황금박쥐상은 높이 2.18m에 폭 1.5m 규모로, 순금 162㎏과 은 281㎏ 등으로 만들었다. 3년 만인 2008년 완성됐는데 당시 제작비로 27억원이 들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사회에서 혈세 낭비 지적을 받았다. 2019년에는 이 황금박쥐상을 훔치려는 절도범으로 곤혹을 치르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제작에 착수한 2005년으로부터 20년이 지난 지금, 함평군의 결정이 재평가 받고 있는 분위기다. 그동안 금값이 폭등 수준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0일 기준 순금 시세는 1g당 약 16만7700원이며, 은 시세는 1g당 1749원이다. 따라서 황금박쥐상에 투입한 금과 은 무게를 고려하면 현재 가치가 약 276억5886만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과거 제작비로 27억원을 투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가치가 10배 이상 뛴 셈이다.
이 사실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함평군만큼은 지역 상징물을 만드는 데 세금을 들인 것을 칭찬받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계산이 나온다. 네티즌들은 “정말 세금을 제대로 썼다”, “부동산이나 주식 투자 못지 않은 ‘성투’ 아니냐”는 등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