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0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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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집고] “당장 귀신이 나올 것 같은 놀이터인데, 여기가 우리나라 최초 유수풀장이라고요? 진짜 신기하네요!”
부산 최고 재건축 대어로 꼽히는 부산 수영구 남천동 ‘삼익비치’아파트 앞에는 녹슨 초대형 미끄럼틀이 있다. 성인 키보다 몇 배가 높은 이 미끄럼틀은 언제 조성됐는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로 오래됐다. 미끄럼틀 아래에는 타원형 모양으로 움푹 파진 공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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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놀이터는 바로 1980년 등장 이후 20년간 부산 최고 물놀이장으로 평가받았던 ‘삼익 유수풀장’이다. 이곳은 국내 최초 유수풀장(물을 한 방향으로 흐르게 하고 튜브를 타고 노는 수영장)이라는 점에서 화제였다. 미끄럼틀 아래 공간이 바로 유수풀장이다.
해운대와 낙동강 등 자연을 이용한 물놀이가 보편적이던 1980년대. 미끄럼틀과 유수풀장이라는 최신식 시설이 등장하자, 비판 여론도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드물었던 헬스장과 매점 등 수영장 이용을 위한 편의시설(스포츠센터)까지 제법 갖췄다는 점에서 ‘호화 수영장’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 삼익 유수풀장은 개관 직후부터 아파트 입주민은 물론, 부산 전역에서 인기를 끌었다. 1980년 당시 부산에서 가장 가까운 대형 수영장은 차를 타고 가야 하는 경남 창녕군 ‘부곡하와이’였는데, 도심에 부산 최초 워터파크가 조성되자 큰 관심을 받은 것이다. 이 곳은 광안리 바닷물을 끌어와 활용한 ‘해수풀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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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곳은 20년간 인기를 뒤로하고, 2005년 1월 공식 영업을 중단했다. 삼익비치 아파트의 재건축이 결정되면서다. 총 면적 9332 ㎡ 규모의 수영장과 편의시설 부지는 삼익비치(남천2주택)재건축구역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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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업 20년 차, 현재는 골조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시설 곳곳에서는 수풀이 우거졌고, 나무가 쓰러져 있다. 스포츠센터 출입구와 창문 등도 깨진지 오래다. 재건축 사업 추진이 밀리면서 줄곧 방치된 것이다.
운영 중단 기간이 길어지자, 최초의 수영장은 우범지대로 전락했다. 2022년에는 한밤 흉가체험에 나섰던 2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이들은 허술한 철조망을 뚫고 내부에 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을 접한 네티즌들은 “국내 최초 유수풀장이 부산에 있다니 신기하다” “삼익비치는 바다와 수영장이 다 있는 아파트였네”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편, 삼익비치 아파트는 부산 대표 재건축 단지로, 2005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준비 중이다. 2023년 조합원 분담금이 약 7억원으로 추산되면서 분양 가구와 층수 등 전반적인 계획안을 변경했고, 2024년 10월 최고 99층 아파트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