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르포] 힐튼 양복점의 눈물…상가임대차법 무시한 재개발에 "알박기 취급"

    입력 : 2025.02.06 11:51

    힐튼호텔 내 유일 사업장 ‘힐튼양복점’
    이덕노 대표 “수천억 보상 요구한 적 없고, 재개발 사실 모른채 입점”
    이지스자산운용과 명도 협상 줄다리기 진통

    [땅집고] 이지스자산운용은 2021년 12월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을 1조1000억원의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호텔을 인수했다. 이후 2022년 12월31일 영업을 종료했다. 현재는 2층에 힐튼양복점만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박기홍 기자


    [땅집고] 5일 오후 서울 남산 밀레니엄 힐튼 호텔을 찾았다. 2022년 12월 31일 자로 영업을 종료했으나 건물 외벽엔 힐튼종합상사·양복점은 ‘정상 영업중’이라는 현수막이 크게 걸려 있었다. 호텔 출입구에 들어서자 경비원은 취재진에게 “무슨 일로 방문했냐”고 묻고, 양복점을 찾으러 왔다고 하자 2층으로 안내했다.

    김종성 건축가의 작품이자 힐튼호텔을 상징하는 메인 로비(아트리움)를 지나 2층으로 올라서자 힐튼양복점 상가만 불이 켜져 있었다. 힐튼종합상사가 운영하는 양복점이다. 힐튼 호텔 재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이지스자산운용과의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호텔 내에서 유일하게 영업을 이어오고 있다.

    [땅집고] 이덕노 힐튼양복점 대표는 "힐튼호텔에 들어올 때 최소 10년 이상 영업을 계획하고 있었다"며 "힐튼호텔 건물 안에서 '힐튼 양복점'이라는 이름으로 고객들의 약속을 지키면서 영업을 하고 싶다"고 했다./박기홍 기자

    힐튼양복점은 2021년 2월 힐튼 호텔과 상가 임대차 계약을 맺고 들어왔다. 상가임대차보호법에 따라 10년간 임차 기간을 보장받을 수 있다. 명도와 관련해 새로운 건물 소유주인 이지스자산운용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덕노 힐튼양복점 대표는 “재개발을 이미 하기로 돼있는데 임대차 계약할 때 그와 관련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고, 10년 이상 영업을 할 수 있다는 말만 믿고 호텔에 입점했다”며 “특1급 인터내셔널 호텔만 유지해 영업 행위를 이어갈 수 있길 바랄 뿐이다”고 했다. 이 대표는 1976년부터 이태원에서 40여년간 국내외 고객을 대상으로 영업해왔다. 세계적인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 배우 스티븐 시갈, 셀린 디온 등도 그의 손님이었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이 대표는 코로나19 팬데믹 등이 겹치면서 상가 이전을 결심하고 2021년 2월 힐튼호텔 2층에 입점했다. 영업을 시작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이지스자산운용은 2021년 12월 CDL호텔코리아로부터 밀레니엄 힐튼 호텔을 약 1조1000억원에 매입했다.

    이지스자산운용의 힐튼호텔 개발 사업은 기존 호텔을 헐고 대규모 복합시설을 개발하는 사업이다. 지하 10층~지상 39층, 연면적 33만8982㎡ 규모 업무시설, 호텔, 판매시설 등이 들어선다. 지난해 12월 서울시로부터 이러한 내용이 담긴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았다. 현대건설이 시공한다.

    임차인 명도는 이지스 측이 책임지기로 했다. 이 대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건물이 매입한 당시에도 재개발 여부를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다. 그는 “힐튼호텔에서 코로나 이전의 명성을 되찾아 전세계를 대상으로 활동할 생각이었다”고 강조했다.

    [땅집고] 힐튼호텔 건물 내 유일하게 불이 켜져 있는 힐튼양복점./박기홍 기자

    힐튼호텔 인수 당시 10개 입주 업체 가운데 9곳은 이지스자산운용과 2022년 6월부터 명도에 합의해 영업 종료일인 그해 12월 31일 전후로 퇴거를 마쳤다. 이 대표에 따르면 타 사업장은 힐튼호텔에서 영업한 지 10년이 넘었다. 호텔 2층에서 영업 중인 힐튼 양복점은 명도 합의를 거부하고 영업 중이다.

    이지스 측은 7억원의 합의금을 제안했다가 14억원으로 증액한 것으로 전해지지만 양복점 측은 이지스와의 합의를 거부했다. 이 대표는 항간에 1000억원 대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다는 소문에 대해서 적극 부인했다. 그는 수천억원을 보상을 요구했다는 내용 등의 언론 보도는 사실 무근이라고 설명했다.

    ☞아직도 발품파세요? AI가 찾아주는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호텔 재개발 사업비로 총 1조4400억원의 대출을 받았다. 금리는 약 11%다. 연간 금융비용만 1200억원에 육박한다. 매달 100억원씩 나가는 셈이다. 이지스자산운용은 힐튼양복점이 운영되는 동안 힐튼호텔 상시 개방은 물론 냉난방 가동, 경비 인력 고용·운용 등을 지속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 밀레니엄 힐튼호텔 외벽에 힐튼종합상사·양복점은 정상 영업중이라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건물주인 이지스자산운용과 명도와 관련해 협의가 난항을 겪고 있다./박기홍 기자

    힐튼양복점은 이지스자산운용과 여전히 해답을 찾지 못한 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다만 임대차계약갱신권은 호텔 철거에 따른 도시정비법이 우선 적용돼 올해 말이 되면 효력을 잃게 된다. 이지스자산운용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 인가 고시가 나오면 도시정비법에 따라 정비구역 내에 있는 토지 및 건물 임차인에게 부동산 인도를 청구할 수 있다”고 했다.

    이지스 측은 지난해 양복점 측을 상대로 법원에 건물 인도 조정을 신청했다. 이지스 측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양복점 측은 법무법인 YK가 각각 대리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1심 선고가 나올 예정이다. /hongg@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sns 공유하기 기사 목록 맨 위로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