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2.04 15:21 | 수정 : 2025.02.04 17:01
[땅집고] “순천시 어느 아파트 근황. 사슴 돌아다님.”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전남 순천시의 한 아파트 단지 안에 사슴 여러 마리가 무리지어 돌아다니는 장면을 찍은 사진이 화제를 몰고 있다. 도심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사슴들이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고 주거지까지 내려온 모습에 ‘찐 친환경 아파트 아니냐’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땅집고 확인 결과 이 단지는 전남 순천시 용당동에 2023년 입주한 총 1252가구 규모 대단지 ‘순천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였다. 용당동 일대에서 가구수가 가장 많으면서 신축인 동네 대장주로, 지난해 12월 84㎡가 4억4000만원에 거래됐다.
사슴들이 이 ‘순천 한양수자인 디에스티지’에 출몰하는 이유는 이 단지가 녹지 공간으로 둘러싸여 있어서다. 아파트가 남쪽으로 최고 355m 높이 봉화산, 북쪽으로 191m 삼산, 서쪽으로는 동천을 각각 끼고 있다. 순천시는 2010년대 초반 농장에서 탈출한 사슴 4마리가 봉화산에서 번식하면서 개체 수가 60∼70마리까지 늘었는데, 사슴들이 아파트로 종종 내려오다가 목격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 중이다.
그동안 순천시가 대한민국 1호 국가정원인 총 33만8800여평 규모 순천만공원 등 녹지 공간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면서 ‘자연 생태 도시’라는 슬로건을 내세워온 만큼, 이번 ‘사슴 아파트’가 나름 의미 있어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인간과 사슴이 공존할 정도로 순천시 일대 주거지가 자연 친화적이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반면 이 단지 주민들 중에선 사슴으로 인한 피해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도심에서 등장한 사슴으로 인한 사고가 종종 발생하곤 한다. 2023년 4월 새벽에는 순천시 봉화산 인근 아파트에서 사슴이 난동을 부리는 바람에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원들이 부상을 입고 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고, 지난해 11월 경기 수원시에선 시민이 사슴뿔에 다치는 사고가 터지는 등이다. 이 밖에 예상치 못하나 로드킬로 인한 시민 안전 및 차량 피해 문제 가능성도 점쳐진다.
생태 전문가들은 꽃사슴 번식기인 매년 10월부터 1월까지 사슴의 공격성이 특히 강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만 사슴을 마음대로 포획하는 것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다. 사슴이 야생동물이 아닌 가축으로 분류돼 농작물 피해 등이 발생하지 않는 이상 포획할 수 없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