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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혈세 먹는 1조원 짜리 유령터미널..'시신 발견 명소' 오명도

    입력 : 2025.01.31 14:02 | 수정 : 2025.01.31 14:05

    [땅집고] 인천 서구 오류동에 위치한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전망대에 '경인아라뱃길'이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다. /강태민 기자

    [땅집고] 국내 최초 내륙 운하 시설인 경인아라뱃길이 선박 여객과 화물 수송 기능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런 분위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곳은 경인아라뱃길의 포문을 여는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이다. 여객선이 드나들어야 할 이곳을 출입항지로 쓰는 여객선은 단 한 척도 없다. 인천 서구 오류동에서 서울 강서구 개화동을 잇는 경인아라뱃길은 물류와 여객·관광·레저 등 다목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2년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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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인천 서구 오류동 '아라인천여객터미널' 1층 식당이 있던 자리. 공사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강태민 기자

    ■ 매표소·출입구 흔적만 남은 터미널

    서울에서 차로 30분가량 달려 도착한 인천 서구 오류동 아라인천여객터미널. 개장 14년차를 맞은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은 그야말로 유령터미널로 전락한 지 오래였다.

    1층 매표소는 언제 영업을 중단한 지 모를 정도로 먼지가 수북했다. 과거 식당으로 운영한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콘크리트 잔해와 전선 더미가 뒹굴고 있었다. 식당 맞은편은 개관 행사 당시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현수막이 누더기처럼 걸려 있었다. 배를 타러 가는 출입구 역시 막혔다.

    김포로 가서 배를 타라는 안내문 만이 이곳의 근황을 알려주는 듯했다. 수자원공사와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사용계약을 맺은 현대해양레져는 ‘여객 수요가 없다’며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을 거점으로 두고 있다. 실제로 이곳을 출입항지로 사용하는 여객선은 2025년 1월 기준, 단 한 척도 없다. 2023년과 2024년에는 각 1번과 2번 배를 띄운 것으로 전해진다.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AI가 찾아드립니다

    ■3조원 생산 유발 효과라더니, 혈세 먹는 하마됐다

    경인아라뱃길은 한국수자원공사가 관광 활성화, 홍수 대비를 목적으로 2012년 조성한 것이다. 총 길이는 18㎞. 폭과 수심은 각각 80m와 6.3m다. 아라뱃길을 뚫고, 인천·김포 총 2개 여객터미널을 짓는 데는 2조6759억원이 들었다. 2개 터미널 건설에는 전체 사업비의 약 40%인 9550억원을 투입했다.

    [땅집고] KDI(한국개발연구원) 공공투자관리센터가 2008년 12월 발표한 '경인운하사업 수요예측재조사, 타당성재조사 및 적격성 조사'에 따른 경인아라뱃길 여객 수요 예상 인원. /자료=KDI, 정리=이해석 기자

    당시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경인아라뱃길이 3조원 상당의 생산 유발 효과를 거둔다고 예상했다. 여객 수요도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KDI가 2008년 작성한 아라뱃길 타당성 및 적격성 관련 보고서를 보면 아라뱃길 여객 예상 인원 2011년 60만명을 기록한 뒤, 2020년에는 62만명, 2030년에는 63만명으로 오른다고 기재돼 있다.

    그러나 개장 15년을 앞둔 초대형 국책사업의 성적표는 처참한 수준이다. 경인아라뱃길의 최근 10년간 화물·여객 운항 실적은 KDI 예상치 대비 화물 수송률은 7.7%, 여객 수송률은 12.2%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망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다. ☞당신의 아파트 MBTI, 조선일보 AI부동산에서 확인하기

    [땅집고] 인천 서구 오류동 '아라인천여객터미널' 건물 전경 /강태민 기자

    ■ 대중교통 접근성 최악…자전거길로만 쓰인다

    아라인천여객터미널은 대중교통 접근성도 크게 떨어진다. 터미널 앞을 지나는 버스 노선은 단 1대에 불과한데, 배차 간격마저 30분으로 긴 편이다. 주말에는 최대 40분까지 늘어난다. 지하철 접근성은 더욱 열악하다. 가장 가까운 역인 공항철도 청라국제도시역에서 이곳까지 거리는 2.5㎞. 허허벌판 40분을 걸어야 도착한다.

    이로 인해 새 사업자를 찾는 것도 난항이다. 수자원공사는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서 유람선을 운영할 사업자를 찾아봤지만, 교통망 부재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해 사업자를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운행 재개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해양레저 측은 아라인천여객터미널에 상주 직원이 없으며, 배 운행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천보다는 아라김포여객터미널의 사정이 조금 더 나은 만큼, 김포에 집중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현대해양레저 관계자는 “올해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출항 계획이 없다”며 “모든 직원이 김포여객터미널에서 근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직도 발품파세요? AI가 찾아주는 나에게 딱 맞는 아파트


    [땅집고] 인천 서구 오류동 경인아라뱃길 초입에서 아라인천여객터미널과 전망대를 바라본 모습. /강태민 기자

    인천 대표 관광지를 표방한 아라뱃길이 물류와 여객 기능을 상실한 채 수년째 자전거길로만 쓰이자 시민들 역시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곳은 지난해에만 시신 14구가 발견돼 시신 발견 명소라는 오명까지 얻었다.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민 A씨는 “수년 전에는 인천 덕적도를 가는 배가 있었지만, 타는 사람이 없어 운행을 중단했다”며 “너무 외진 곳에다가 여객터미널을 지었더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했다. 이어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야 아라뱃길을 종종 지나지만, 다른 사람들이 여기 올 이유가 없다”며 “뱃길과 이 여객터미널을 살릴 방법이 과연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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