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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버틴 백화점도 문 닫았다…일산 상권, 고령화로 연쇄 폐업

    입력 : 2025.02.02 07:30

    [땅집고] “호황기 때는 한 달에 억대 매출인 매장도 있었어요. 장사 안 될 때도 3000만원은 나왔는데, 지금은 5분의 1도 안 돼요. 이러니 문을 닫을 수밖에 없죠.”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상인 A씨)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역 인근 그랜드백화점이 2월 28일을 끝으로 운영을 종료합니다. 1996년 개점한 뒤 약 30년간 운영 해왔는데요. 1기신도시에서도 가장 잘 나가는 백화점 중 하나였던 그랜드백화점은 역사 속으로 사라집니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주엽역 인근 그랜드백화점 일산점./강태민 기자

    그랜드백화점은 한때 서울 강남, 신촌 등 주요 도시에서 백화점과 마트를 운영하며 인기를 끌었죠. 2000년대 초반까지 신촌로터리에 그랜드백화점, 일산 그랜드백화점은 해당 지역 랜드마크가 되기도 했습니다.

    아직 문을 닫기 한달 전인데도 백화점은 텅 비어 있습니다. 지하 2층 푸드코트는 다른 층보다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만 텅 빈 자리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한 켠에는 올해 1월 1일자로 포인트 적립이 중단된다는 안내가 적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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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층에서 운영하던 영화관에는 리모델링으로 잠시 운영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지만 사실상 문을 닫은 상태입니다. 지난해 12월 휴대폰 번호가 등록된 지역 주민들에게 백화점 폐업 안내와 포인트 소멸 문자가 발송됐는데요. 매장 상인들은 안내 이후 일부 주민들이 포인트 소진을 위해 방문했고, 이후로는 발걸음이 뚝 끊겼다고 전합니다.

    영캐주얼 의류 매장을 하는 B씨는 “방문객들이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 영캐주얼 매장이지만 콘셉트 자체가 20~30대 맞춤이 아닌 이유다”며 “젊은 층은 인근 아울렛으로 빠지고 주로 50대이신 분들이 수요층이다”고 말했습니다. 일산점 개점 때부터 매장을 운영해온 한 상인 C씨는 “백화점이 폐업하면 이제 갈 곳이 없다. 퇴직하려고 생각 중이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

    그랜드백화점은 외환위기 후 대형 유통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리며 뒤쳐지기 시작했는데요. 1999년에는 강남점을 롯데쇼핑에 매각했고 2011년부터는 대부분의 점포를 롯데쇼핑이나 이랜드그룹에 매각했습니다. 2018년에는 그랜드백화점 신촌점을 폐점하면서 일산점만 남게 됐습니다.

    폐점 이유는 매출 감소 및 영업손실 지속. 2023년 기준 그랜드백화점 일산점의 매출은 약 180억원으로 전년 대비 32%가량 감소했습니다. 그랜드백화점 일산점 운영사인 베뉴지는 웨딩홀로 업종 변경을 검토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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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과 자영업자들은 백화점 폐업 여파로 인해 일산 상권의 침체가 깊어질까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요. 일산신도시에서는 경기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죽어가는 상권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산 대표 복합테마파크였던 원마운트는 기업회생절차를 밟고 있습니다. 2023년 당기순손실은 204억원으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는데요. 부채가 자산의 두배를 넘긴 상황입니다. 원마운트 옆에 자리하던 롯데빅마켓은 2020년 폐업 이후 그대로 방치 중입니다.

    일산동구 장항동의 복합상가 라페스타와 웨스턴돔도 여전히 공실 폭탄입니다. 올해 1월 기준 상가 매물만 무려 2000개가 넘습니다. 권리금 없는 매물도 상당수입니다. 일산서구 대표 스트리트형 상가인 가로수길 상가도 2017년 준공 이후 단 한번도 꽉 채워보지 못한 채 텅 비어 있습니다.

    [땅집고] 경기도 고양시 연령대별 인구 비율./그래픽=임금진

    일산의 상권이 회복하지 못하는 핵심적인 원인으로 ‘고령화’를 꼽습니다. 경기도에서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곳이 고양시입니다. 고양시 노인 인구는 16만3080명으로 경기도 31개 시군 중 가장 많습니다. 고양시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2028년 20.6%에서 2035년 26.7%로 크게 늘어납니다. 즉, 10년 후엔 4명 중 1명 이상이 노인인 셈입니다.

    신도시는 비슷한 연령층이 비슷한 시기에 대규모로 입주했기 때문에 고령화 문제가 단기간에 급속히 나타납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바로 상권의 몰락입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주택 수요는 어느정도 유지가 되지만, 고령 인구의 소비력은 빠르게 줄어듭니다.

    또 전문가들은 고양시 주변에 있는 여러 신도시를 중심으로 고양스타필드 등 신생 상권이 생겨 구도심 상권이 경쟁에서 뒤쳐지는 것도 몰락하는 중요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합니다.

    이미 코로나19 이후 많은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간 상태인데요. 고령화와 인구유출, 제로섬 게임 중인 유통업체들을 안고 있는 일산의 상권은 장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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