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01.27 09:39 | 수정 : 2025.01.27 10:58
[땅집고] 정부가 100년 넘게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땅을 국유화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27일 국민권익위원회는 미등기로 조사된 토지에 대해 진짜 소유자가 나타나는 경우 간단히 등기할 수 있게 하되, 남은 토지는 국가가 관리하도록 하는 ‘미등기 사정토지 국유화 특별법’을 마련해 법무부를 비롯한 7개 부·처·청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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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등기 사정(査定) 토지란 일제강점기 토지 조사 당시 소유자와 면적·경계가 정해졌지만 소유자가 사망하거나 월북하는 등 이유로 100년 넘게 등기가 이뤄지지 않은 땅을 말한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등기하지 않고 단순 계약만으로도 토지 소유권을 이전할 수 있었다. 1960년 민법이 시행된 이후에는 등기가 의무화됐지만 비용 문제 등으로 등기하지 않은 사례도 여전히 많았다. 더군다나 시간이 지나면서 상속자가 누구인지 알기 어렵거나 월북자·사망자가 소유자로 남아있는 경우도 생겼다.
정부에 따르면 이런 미등기 토지는 전국 544㎢(63만 필지)로 집계됐다. 여의도(2.9㎢)의 약 188배, 국내 토지 면적의 약 1.6%에 달하는 규모다. 공시지가 기준으로는 2200억원을 웃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땅값이 비싼 서울 중구 명동 일대에도 소유권이 불분명한 미등기 사정토지가 3필지(약 1041㎡)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법원은 토지 소유권을 국민의 중요한 재산권으로 보고 사정명의인(초기에 소유자로 등록된 사람)의 권리를 인정하고 있어 점유자가 등기를 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런 토지가 공공·민간 개발 사업에 포함되는 경우 소유권을 확인할 수 없어 사업이 지연되거나 취소되곤 한다. 이렇다 보면 토지 관리가 잘 안돼 쓰레기 투기장으로 전락하거나 인근 토지 가치가 하락하는 등 문제가 발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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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위는 미등기 사정토지 관련 민원이 2012년 이후 약 7000건 접수된 점을 고려해 이번 특별법을 마련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별법은 미등기 토지에 대해 초기에 소유자로 등록된 사람이나 그 상속자에게 우선 등기 기회를 주되, 나머지 땅은 국가가 소유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이후에라도 진짜 소유자가 나타난다면 소유권을 돌려주고, 돌려줄 수 없는 경우라면 보상금을 지급한다.
아울러 권익위는 법무부·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농림축산식품부·행정안전부·법원행정처·조달청에 특별법이 시행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정동률 권익위 산업농림환경민원과장은 "권익위가 지난 4년 동안 실태 조사와 정책연구용역을 통해 특별법 초안을 작성했고, 이후 법무부가 각 부처와 면밀한 협의를 통해 국회에 법안을 제출하는 등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유철환 권익위원장은 "미등기 토지를 정리하면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민간 토지 개발사업도 더 빨리 진행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관련 부처들과 협업해 금년 말까지 법률을 제정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