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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대왕, 훈민정음 기리자!" 핑계에…800억 쏟아붓는 세종시 목조탑

    입력 : 2025.01.26 07:30

    [땅집고] 세종시가 건립 추진 중인 총 800억원 규모 세종대왕 훈민정음 창제 기념 목탑. /세종시

    [땅집고] “어이 없어서 말이 안나옵니다. 세종대왕, 훈민정음이랑 목탑이 대체 무슨 관계가 있다고…”

    최근 세종시가 800억원을 투입해 대규모 목탑을 건립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전국적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를 기념하겠다는 목적인데, 목탑과 세종대왕 및 훈민정음 간 관계성을 납득할 수 없는 만큼 결국 세금 낭비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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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일 세종시와 훈민정음기념사업회는 세종시 박물관단지 인근에 최고 28층, 108m 높이 한옥 목탑을 짓는 계획을 밝혔다. 28층은 훈민정음 28자를 상징하고, 108m는 훈민정음 서문 108자를 각각 의미한다. 세계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됐으면서 가장 높은 목탑은 최고 9층에 67m 높이인 중국 산서성 불궁사 응현목탑인데, 이보다 더 높게 짓겠다는 것이다.

    세종시는 목탑 건립의 취지가 “문자 민족의 자긍심을 높이고, 훈민정음에 대한 이해를 알리는 동시에 한글문화도시로서의 위상을 높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세부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기념탑 일대를 한글문화도시를 상징하는 장소로도 조성할 계획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은 "이 탑은 민족의 자랑이자 세종시의 기념탑이고, 우리 역사의 큰 브랜드가 될 것"이라며 "훈민정음 창제 기념탑이 우리 세종시에 우뚝 서면 그 얼마나 역사에 남는 일이냐"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땅집고] 세종시 한솔동에 조성한 한글사랑거리 마을 이름 안내판. /세종시

    문제는 건설비용이 막대하다는 점이다. 목탑을 세우는데 약 8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되는 것. 지난해 세종시는 도시 역점 사업으로 ‘한글문화 세계화’를 내세우며 올해 국비 65억원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이 사업은 이번에 논란이 된 목조탑 건립을 비롯해 ▲대한민국 문화도시 조성 ▲실내형 한글놀이터 조성 등을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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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세종시는 국비 외 지방비는 아직 확보하지 못했다. 부족한 예산 중 65억원은 시비를 투입해 채울 예정이다. 나머지 670억원은 훈민정음 기념사업회 등 단체에서 자율 모금 행사 등으로 확보하고 있는데, 앞으로 민간에서도 모금을 진행할 계획이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세금을 들여 800억원 규모 목탑을 짓는 것이 그야말로 혈세 낭비로 느껴진다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추진하는 대형 사업인 만큼 목탑 건립에 대한 시의회나 시민들의 공감대를 먼저 얻을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조언한다.

    비용도 비용이지만, 애초에 108m 목탑이 세종대왕이나 훈민정음의 위상을 높이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방 지자체마다 국비와 지방비를 써서 지은 초대형 조형물이 흉물로 방치돼이는 점을 고려하면 거대 목탑이 도시 미관을 해칠 것이란 전망도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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